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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내가 좋아하는 맛집

"우리집서 식사하면 공짜로 태워드리지요."

by 이윤기 2009.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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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구천동에서 무주리조트로 가는 차편을 알아보려고 식당 입구에서 김치전을 부치는 사장님께 길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는 대뜸 "우리 집서 식사하면 공짜로 태워드리지요"하고 대답하더군요.

잠시 머뭇거리다가 함께 간 일행들과 짧게 의논한 후 이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구천동에 있는 전통전주 음식을 파는 전주한식당인데, 저와 함께 간 일행들 입에는 딱 맞는 집이었습니다.

덕유산 등산을 하면서 아침에 무주리조트에 차를 세워 놓고 출발했기 때문에 구천동으로 내려와서 무주리조트로 가는 차편을 알아봐야 했습니다.

"저 ~ 실례합니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예~ 뭐든지 물어보세요."
"무주리조트에 차가 주차되어 있는데, 어떻게 갈 수 있습니까?"
"하~ 하~ 우리 집서 식사하면 승합차로 무주리조트까지 모셔드리지요", "정 싫으시면, 저기 밑에 내려가서 셔틀을 타시거나 아니면 택시를 부르면 됩니다."
"택시비는 얼마나 나오는가요?"
"한, 만 오천 원쯤 나올겁니다."

처음에 저는 그냥 농담인 줄 알았는데, 그 사장님은 농담이 아니더군요.

함께 간 일행들과 짧은 의논 끝에 택시비도 아끼고, 오후 2시가 넘어 배도 고프니 그냥 점심을 먹고가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밥을 먹으면 차를 공짜로 태워준다'는 빅딜(?)이 조금 야박하게 느껴져서 첫 인상을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식당 차림표를 보니 서른가지 쯤 되는 음식이 빼곡히 적혀있어서 식당을 잘못 골랐다는 생각에 후회도 되더군요. 이것 저것 차림표의 종류가 많은 집 치고 음식 맛있는 집이 잘 없지 않습니까?


다섯 명의 일행은 산채 비빔밥  5인분과 해물파전을 주문하였습니다. 비빔밥이 나오기 전에 먼저 밑반찬이 나오는데 깔끔하고 정갈해보였습니다. 반찬을 한 가지씩 차례로 맛을 보았는데, 차림표 종류가 많은 집 치고는 맛이 괜찮았습니다.

잠시 후, 커다란 대접에 가득 담아 내온 배추 물김치 맛을 보고나니 맛집으로 소개해도 손색이 없는 집이었습니다. 얼마전, <1박 2일>이 해남으로가서 전통한옥 유선관 '동치미' 국물을 먹고 '뿅'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집 물김치  맛도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시원한 맛이 입안 가득하고, 사각 사각 씹히는 배추 맛도 일품이었습니다. 비빕밥 한 그릇씩을 먹는 동안 배추 물김치를 두 그릇이나 먹어 치웠습니다. 시원한 배추 물김치가 산행을 하고 내려 온 우리 일행들 갈증을 말끔히 씻어 주었습니다.


한 가지 더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반찬으로 '연 줄기' 무침이 나왔습니다. 처음엔 뭔지도 모르고 맛을 보고 '아삭 아삭' 씹히는 독특한 맛이 입에 맞아 일하는 분에게 물었더니 '연 줄기' 무침이라고 하더군요. 

경상도 사는 우리 일행은 너나 할 것 없이 역시 음식은 '전라도'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맛있는 점심을 즐겼습니다.



오징어를 썰어 넣고 두툼하게 구운 해물파전과 덤으로 주신 김치전도 맛이 좋았습니다. 점심시간을 넘긴 일행들은 여러가지 산채나물이 든 비빕밥과 해물파전 그리고 배추 물김치까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깨끗히 먹어 치웠습니다.

사실, 식당에서 밥 먹으면 공짜로 차를 태워준다는 빅딜(?) 때문에 음식 맛이 시원찮았다면, 돌아서서 욕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점심을 먹고는 모두 만족해하더군요.

식사 후에는 약속대로 식당 사장님이 승합차로 무주리조트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우리를 내려주고 무주리조트에서 구천동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배낭 메고 걸어가는 등산객들을 공짜로 태워 준다"고 하더군요. 그러다보면, 다시 등산 올 때는 꼭 식당을 찾는 분들이 있고, 단골이 되어 덕유산 등산 때마다 찾아오는 분들도 있다고 하였습니다.

며칠 전, 제 블로그에 방문자가 폭주하였던, '식당주인이 말하는 부부와 분륜 구분하는 법' 이야기를 바로 이날 무주리조트로 가는 차 안에서 들었답니다.

구천동 상가에는 비슷비슷한 메뉴 때문에 어느 집이 더 맛있는 집인지 구분할 수 없는 식당이 죽~ 늘어서 있습니다. 특별히 아는 집, 자기 입맛에 잘 맞는 식당이 없는 분들은 구천동 상가 맨 끝에 있는 이 식당 한 번 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