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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국가가 엄마노릇해줄테니 밤늦게까지 일하라?

by 이윤기 2013.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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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초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취임을 기념하여 모언론사와 인터뷰를 하였던 모양입니다. 기사 검색을 하다가 뒤늦게 이 기사를 보게 되었는데, "맞벌이 부부 아이에겐 국가가 엄마 돼 줄 것"이라는 제목이 영 달갑지 않았습니다.

 

조윤선 장관은 여성가족부가 2017년까지 여성 공무원 비율을 15%로 끌어올리도록 하는 목표를 세웠으며, 여성들이 장차관으로도 많이 기용되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아울러 민간에도 여성 인재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여성인재 DB에 더 많은 여성을 발굴하여 등록하겠다는 생각도 밝혔더군요.

 

또 논란이 되고 있는 청소년 성범죄에 유도수사기법 활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과 성폭력 예방교육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또 대통령의 뜻을 정책에 반영하여 여성들이 임신, 출산, 육아, 자녀교육 등 여성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일과 가정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도 분명히 하였습니다.

 

"여성가족부에서 맞벌이 부모를 상대로 운영 중인 '아이돌봄 서비스'를 다양화하여, 가사일도 함께 하는 '가사 추가형', 보육교사가 돌보는 '보육교사 파견형'을 만들겠다. 일하는 엄마의 아이에게는 국가가 엄마가 돼 준다는 생각으로 빈자리를 메워줘야 한다."

 

뜻만 보면 그다지 나쁜 생각은 아닙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가가 육아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취업자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그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국가가 엄마노릇 해줄테니...밤늦게까지 일하라?

 

"국가가 엄마 역할을 해주겠다"는 조윤선 장관의 발언을 곱게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자꾸만 "국가가 엄마 역할 다 해줄테니 엄마는 밤늦게까지 안심(?)하고 일을 더 하라"는 소리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보육시설을 더 늘리고, 보육 시간을 연장해서 야간 보육, 심야 보육까지 해 줄테니 엄마는 지금보다 더 열심히, 더 오랜 시간 일하라는 이야기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 방법 뿐일까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국가가 엄마 노릇'하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왜 우리 정부는 국가가 엄마 역할을 해주는 방법만 자꾸 생각하는지 참 답답합니다.

 

물론 일하는 여성을 위해서 국가가 (어느 정도)엄마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반대로 국가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일을 적게 해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물론 엄마의 노동시간 뿐만 아니라 아빠의 노동시간도 함께 줄일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아니 훨씬 더 바람직한 일입니다.

 

엄마, 아빠의 노동 시간을 동시에 줄이면 국가가 엄마 노릇 안해줘도, 엄마와 아빠가 줄어든 노동시간 만큼 엄마, 아빠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되겠지요.

 

국가가 엄마 노릇만 하려고 하지 말고, 아이 엄마와 아이 아빠가 직장 일을 하면서도 엄마 역할까지 소홀히 하지 않고, 적절하게 양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면 더 좋겠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임신, 출산, 육아를 겸해야 하는 엄마들의 노동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주는정책은 불가능할까요?

 

 

엄마, 아빠 일찍 퇴근하게 해주면 안 될까?

 

만약  엄마대신 한 밤중까지 혹은 밤새도록 아이들 돌봐주는 일에만 세금을 쓰지 말고, 엄마(아빠)들의 노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세금을 써는 것은 어떨까요? 

 

이런 말을 하면 국제 경쟁력 운운하면서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수준의 복지를 할 수 있는 부자나라가 아니라고 하는 분들이 있지 싶네요. 그러나 유럽 복지 선진국들이 모두 지금 우리나라보다 GDP가 낮았을 때, 다 노동시간을 줄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국가가 임신, 출산, 육아를 겸하는 엄마들을 고용하는 기업에게 세금 헤택을 주고, 일과 육아를 겸하는 여성들이 노동 시간을 줄여도 월급은 원래대로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저절로 일자리 나누기가 되어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길 것이고, 오히려 더 많은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사실 바로 이 지점에서 여성운동 하시는 분들과 보육 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차이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여성운동 하는 분들은 더 많은 여성들이 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국가가 육아와 보육을 더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전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엄마(아빠) 노릇을 하는 것 싫습니다. 아니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 하는 엄마(아빠)들도 엄마(아빠)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을 잘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일처럼 유치원 다니는 아이와 직장 다니는 엄마, 아빠가 점심을 함께 먹을 수 있 그런 나라, 엄마, 아빠 모두 8시간만 일하고 퇴근해서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