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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후쿠시마 원전 해체...지금부터 기술 개발?

by 이윤기 2013.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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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전력이 지난 18일 원전 폭발 사고가 있었던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에서 핵연료봉 4개를 제거하며 기나긴 폐로 작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기사에서 '기나긴 폐로 작업'이라고 한 것은 많은 전문가들이 폐로 작업에 80~100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100년은 얼마나 긴 시간일까요? 지금부터 100년 전을 생각해보세요. 세상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나요?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데, 강산이 10번이나 바뀔 만큼 오랜 시간입니다. 지금 후쿠시마 제 1원전에서 폐로 작업을 시작한 기술자와 작업자들 중에서 폐로 작업이 끝날 때까지 살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나마 가장 먼저 핵연료봉 제거 작업을 시작한 제 1원전 4호기의 경우 가장 해체 작업이 쉬운 편에 속한다고 합니다. 사고 당시 정기 검사를 받고 있던 덕분에 원자로에 핵연료가 없어 노심용융(핵연료가 고온을 이기지 못하고 녹아내리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은 원자로이기 때문이랍니다.

 

 경제산업성 앞 텐트 농성장 내부 by 에너지정의행동 (Energy Justice Action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기가막힌 사실 중 하나는 가장 심각한 사고가 일어났던 1~3호기의 경우 녹아내린 핵연료를 회수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녹아 내린 핵연료를 꺼내는 기술이 없다는 것입니다. 국내외 여러 언론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도쿄 전력이 지금부터 '녹아내린 핵연료를 꺼내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원전사고가 나면 사고를 수습할 수 있는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원전을 가동해 왔던 것입니다. 오로지 국민들에게 '원전은 안전하다'는 거짓말만 하면서 원전사고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하였던 것이지요. 실제로 후쿠시마 사고 이후 나온 보고서들을 보면 '사고 징후'가 있었지만 도쿄 전력이 이를 무시하고, 묵살하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지요.

 

후쿠시마 원전 해체...계획대로 안 되면...심각한 추가 위험

 

노심용융사고가 있었던 1~3호기 폐로 하는 작업을 하려면 원자로에 물을 채워 방사선을 차단해가면서 핵연료 수거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사고 규모가 훨씬 작았던 미국 스리마일 핵발전소 사고 당시 원자로에 물을 가득 채워 핵연료 수거 작업을 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도쿄 전력 후쿠시마 제 1원전의 경우 이 작업이 그리 녹녹치 않다고 합니다. 대형 폭발 사고가 일어난 원자로에서 물이 새는 곳을 찾아내는 작업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구상 어디에서도 후쿠시마 제 1원전과 같은 대형 폭발사고로 노심 용융이 일어났던 사고 원전을 제대로 해체해 본 경험은 없습니다. 방사선을 차단하면서 핵연료를 빼내는 작업은 모두 사상 처음 이루어지는 일이며, 그 과정이 모두 계획대로 이루어진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경제산업성 앞 텐트 농성장에 붙어 있는 탈핵 포스터
경제산업성 앞 텐트 농성장에 붙어 있는 탈핵 포스터 by 에너지정의행동 (Energy Justice Action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1~3 호기 2020년 해체 시작...7년 동안 해체 기술 개발해야 한다

 

말하자면 핵연료 제거작업을 하는 동안 추가 사고의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원자로에 물을 채우면서 방사선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핵연료 제거작업을 하게 되면 핵연료에 오염된 오염수가 앞으로 100년 동안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것은 필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어쨌든 가장 기가 막히는 것은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이 지금부터 후쿠시마 제 1원전 해체를 위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18일 후쿠시마 제 1원전 4호기에서 핵연료 제거작업이 시작되었지만, 가장 상태가 심각한 1~3호기의 경우 핵연료 제거 작업이 언제 시작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최근 일본정부 관료와 도쿄전력 관계자로 구성된 폐로 대책 추진위원회가 당초 2021년 말에 시작하기로 했던 1~3호기 해체 작업을 최대 1년 반을 앞당겨 시작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계획을 수정하였다는 것일 뿐 계획대로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예컨대 아직도 핵연료의 정확한 용융 상태가 파악돼 있지 않고, 비용 산정 및 원격조종 로봇 개발 등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2020년(앞으로 7년 후)에 핵연료 해체 작업이 시작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7년 동안 예상대로 기술이 개발되어야 그나마 7년 후에 해체 작업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도대체 이웃나라 일본에서 어마어마한 원전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사고 이후 수습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서, 설계 수명이 지난 원전을 계속 가동하고 앞으로도 원전을 추가로 짓겠다고 하는 원전 마피아들과 정부관료들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