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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남성생식기 없어도 남자될 수 있다?

by 이윤기 2013.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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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으로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생물학적인 성 정체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저는 그동안 생식기의 모양으로 남자와 여자를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남성 생식기가 없어 남자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을 하였다고 합니다. 남성에 대한 판결을 이렇게 했으니 여성 역시 여성 생식기가 없어도(여성 정체성이 분명하다는 합리적 증거가 있으면) 여성으로 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듯 싶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법원이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 이후에 생식기 성형 수술을 하지 못하여 생식기가 없는 남자도 남성으로 성별 정정이 가능하다는 결정하였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경우에 여성 생식기를 그대로 가지고 있어도 법적으로 남성으로 성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판결이 나왔으니 여성 정체성이 분명하다는 합리적 증거가 있으며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바꾸는 경우에도 남성 생식기를 그냥 가지고 있어도 여성으로 성별 정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결정은 법원 자체적으로 '성소주자 인권법 연구회'를 꾸려 8개월 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외부 성기 성형'을 성별 정정의 핅수 조건으로 삼는 것이 위헌성이 짙다는 이론적 근거까지 명확히 밝혔다는 것입니다.

 

이런 결정이 나오게 된 것은 유방, 난관 등 여성 생식기 제거 수술은 받았지만 외부 성기 성형 수술은 하지 않은 성전환 남성 30여명이 법적인 성별을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꿔 달라고 낸 신청을 결정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합니다.

 

이들 30명의 경우 이미 남성으로 성정체성이 확고한데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만 여성으로 되어 있어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고 합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스페인, 스웨덴, 핀란등 등 여러나라의 법률과 판례도 성별 정정에 성전환 수술을 조건으로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최근 보수편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우리나라 법원이 '헌법의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들어 이런 결정을 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과 기본권을 보호하려는 진일보한 결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우리나라의 보수 단체,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던 유교 관련 단체들이 법원의 이런 결정에 반발하지 않는 것도 참 신기합니다. 혹시 이분들이 법원에서 이런 결정이 이루어진 사실을 잘 몰랐을까요?

 

법원의 이런 판결로 당당하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법원의 판결을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하였지만 그냥 평범한 상식의 눈으로 볼 때는 어쨌든 남성 생식기의 유무로 남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여성 생식기의 유무로 여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게 된 것이 조금 어색하기는 합니다.

 

이번 법원의 결정문을 보면서 '생식기의 유무가 남여를 구분하는 기준이 아니면' 생물학적으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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