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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TV시청이 언어교육을 망친다

<우리 아이 키울까?> 시리즈 마지막 권, 여섯  번째 서평이다. 여러 권 시리즈로 나온 책을 각각 한 권씩 나누어 서평을 써본 것도 처음이고, 장편대하 소설을 빼놓고서 이렇게 시리즈로 나온 책을 흥미있게 읽어본 기억도 별로 없다. 이전에 만난 적도 없고, 앞으로도 만날 가능성이 별로 없지만, 이 책을 펴낸 일본 오사카보육연구소 연구자들에게 마음으로부터  감사를 전한다.

 

또한 우리나라 어린이집 교사들과 부모들이 일본에서 실천한 보육 사례을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10년 동안, 여섯 권이나 되는 전집을 대학 공책에 볼펜으로 눌러써 가며 번역해주신 이학선 선생님께도 특별히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이웃나라 사례를 통해 우리를 비춰보는 거울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이제 이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여섯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를 살펴보자. 여섯 살은 어린이들에게 유아교육의 마지막 과정이다. 따라서 교사에게도 부모에게도 여섯 살 아이를 돌볼 때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곧 학교에 들어가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에 아이들에게 무리하게 공부를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을 쓴 오사카보육연구소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여섯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에서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취학 전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말하는 힘'과 '집단에 익숙해지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시리즈 6권에 해당되는 이 책은 제대로 말하는 힘과 집단에 익숙해지는 힘 기르기를 중심에 두고 놀이, 몸 운동, 표현활동, 생활습관과 같은 여러 활동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여섯 살 아이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준비란 결코 '조기교육'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서두에서 못 박고 있다. 여섯 살 아이들을 돌 볼 때는 학교에 들어간 아이가 나중에 공부할 것을 염두에 두기는 해야 하지만, 자연스레 공부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익혀야 할 것이 있다고 한다.

 

문화를 다루는 기본능력은 이야기하는 힘

 

연구자들은 그 첫째 능력이 바로 문화를 받아들이는 기본능력을 길러주는 것, 두 번째는 어린이 스스로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것, 셋째는 배우고 깨치기 위한 준비로서 꾸준함과 참을성 기르기, 넷째는 어린이가 배운 것을 일상에서 활용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있어서 문화를 다루는 기본능력은 어떻게 길러질까?

 

"그 능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야기하는 힘입니다. 여섯 살 시기에는 글을 깨치기 시작하므로 그에 앞서 말을 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말을 배우고 익혀야 글을 배우고 익힐 수 있고, 말을 배우고 익히면 다른 사람의 지혜를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에게 자기 힘을 전하여 서로 힘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본문 중에서)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전 아이들은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본 능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것은 글을 깨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풍부하게 하여야 길러진다고 한다. 유아기 아이들에게 말보다 글이 더 앞선다는 주장은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다. 글쓰기 교육으로 잘 알려진 이오덕 선생님이나 '마주이야기'로 유명한 박문희 선생님 같은 분들이 다 말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평생 글쓰기 교육에 몸담았던 이오덕 선생님은 글쓰기는 "마음을 담아 말하듯이 똥 누듯이 술술"해야 한다고 하셨고, 박문희 선생님은 나중에 초등학교 가서 글을 술술 써내려가려면, 유아기 때는 우선 말을 제대로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래서 아이들 입에서 터져 나오는 마음이 담긴 말, 재치 있는 말을 들어주고, 글로 옮기는 '마주이야기' 교육을 펼치고 있다.

 

TV시청은 표현언어만 발달시킨다

 

그러나 언어능력 발달에도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TV를 많이 보면서 여러 가지 표현을 흉내 내면서 표현 언어만 발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말은 사물을 생각하는 가장 큰 무기이기 때문에 말을 잘 하면 생각하는 힘이 넓어집니다. 이 능력은 문화를 이어받기 위해서도 꼭 익혀야합니다… (그러나)텔레비전을 보면서 말을 배우는 경우처럼 표현 언어만 발달하고, 이해 언어가 늦게 발달하면 안 됩니다."(본문 중에서)

 

어린이가 단순히 낱말을 많이 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표현을 풍부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해언어는 텔레비전을 보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듣고 있는 활동을 통해서 발달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해언어는 말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고, 풍부하게 사귈 수 있어야 발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취학 전 아이들은 충분하게 놀면서 집단속에서 관계를 넓히고, 이해언어와 표현 언어를 함께 발달시켜야 된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조기교육 분위기에 편승하여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제대로 놀지 못한 채 숫자만 배우면 초등학교 3, 4학년, 즉 열 살, 열한 살 때 반드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좌절을 겪게 된다고 한다.

 

"초등학교 3, 4학년 때 좌절을 겪으면 대부분 구구단을 배울 때 장애에 부딪칩니다. 놀이에 푹 빠져서 놀면서 말을 많이 하지 않으면 반드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7단과 8단의 8×6과 8×7에서 좌절을 겪습니다. 잘 분석해보면, 7단과 8단에서 8×6과 8×7은 발음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발음을 잘못하면 말이 생각을 불러오기 어렵다는 것이 밝혀진 것입니다."(본문 중에서)

 

물론 이때 방점은 '제대로 놀지 못한 채'에 찍혀있다. 숫자를 일찍 익힌다고 반드시 이런 좌절을 겪는 것은 아니다. 일본어로는 구구단을 어떻게 외는지 몰라 퍼뜩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풍부한 언어사용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생각하는 힘이 키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 인듯하다.

 

또한 많이 놀지 못한 채 글자나 숫자만 익히면 그림을 그릴 때 동무를 그리지 않는다고 한다. 기호를 많이 그리고 화면이 지저분하며 맑은 색채의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특징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때 동무가 그림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외톨이의 세계를 즐기고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것은 어린이가 집단 놀이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고, 여섯 살 시기에 온전하게 발달하지 못했다는 증거입니다. 사회성 발달이 늦으면 적응력이 약하고, 학습 집단에서 생활할 때 쉬 필로해하고 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워합니다."(본문 중에서)

 

여섯 살, 유아어 사용은 위험신호

 

오사카보육연구소 연구자들은 여섯 살 시기 아이들을 가늠할 때 언어능력 발달을 중요한 근거로 삼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여섯 살이 되어서도 3~5세처럼 유아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을 눈여겨 관찰하고 지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섯 살이 되어도 유아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고 한다.

 

1)게걸스럽게 먹는다.
2)행동이 굼뜨고 줄넘기를 못하고 집중력이 없다.
3)"하면 안돼요. 그만 해요"와 같은 명령을 잘 따르지 못한다.
4)어른에 맞춰 행동을 조절하기 때문에 교사가 엄격할수록 말을 잘 듣는다.
5)그림을 그리면 동무를 전혀 그리지 않는다.
6)당번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여섯 살에도 유아어를 쓰는 어린이는 고집이 세고 동무를 잘 사귀지 못하며, 말이 늦은 만큼 자기 뜻대로 자기 행동을 조절하는 운동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였다는 것. 즉, 이야기를 제대로 못 하고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힘이 부족다고 볼 수 있으며, 동무들과 사귀면서 자신을 조절하는 힘 또한 약하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이런 어린이는 학교에 들어가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한다.

 

"문화를 섭취하는 힘인 이야기하는 힘을 풍부하게 펼치지 못해서 이야기로 자신을 잘 드러내지 못하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활동하는 것을 흥미로워하면서도 그 활동을 이어서 하거나 견디지 못하고, 배운 것을 생활하는 힘으로 바꾸지 못하기 때문입니다."(본문 중에서)

 

이런 어린이를 돕는 방법은 결국 3~5살 무렵에 충분히 놀지 못한 것을 보충해주는 길 밖에는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집단 속에서 마음껏 놀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동무들과 신나게 어울려 놀 수 있는 아이들이 생활습관도 잘 익힐 수 있고, 자기 자신을 스스로 조절하는 힘도 생긴다. 유아기 어린이는 신나게 놀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섯 살까지 취학 전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활동은 신나게 놀기와 풍부하게 이야기하기 인데 이 둘은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어린이들은 혼자서가 아니라 집단 속에서 신나게 놀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을 풍부하게 하기 때문이다. 여섯 살 시기는 네 살, 다섯 살 시기를 동무들과 어울려 놀이를 풍부하게 하면서 지내 온 '집단만들기'가 꽃피는 시기라고 한다.

 

집단 규칙 만들기, 당번활동하기, 모둠만들기와 같은 네 살부터 익혀온 집단 활동이 여섯 살이 되면, 어린이들이 스스로 모둠장을 선출하고, 선출된 모둠장을 중심으로 생활을 이끌어나가는 힘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모둠장 선출은 어린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하고 교사가 개입하는 영역을 줄여준다고 한다.

 

모둠을 이끄는 어린이 선출 기준

 

이때 모둠장을 선출하는 것이 목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집단을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리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모둠장 선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첫째, 선생님이 하는 이야기를 확실하게 듣고 모둠 동무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고, 둘째, 동무들 의견을 듣고 정리하며, 셋째, 결정된 사항을 선생님이나 반 전체 앞에서 말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본문 중에서)

 

이런 조건을 바탕으로 서로 입후보하고, 후보를 추천하고 의논한 다음에 모둠장을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한다. <여섯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에는 모둠장을 중심으로 '여름 합숙'(캠프)에서 발표할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사례, 운동회를 준비하는 사례, 발표회를 준비하는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다.

 

집단활동을 통해서 어린이들은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을 키우고,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고 한다. 어린이는 집단 속에서 동무들에게 격려와 도움을 받고, 비판을 들으면서 스스로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여섯 살 시기의 집단 활동으로 모둠장을 중심으로 하는 활동 외에도, 동아리 활동과 유사한 계활동과 꼬마 선생님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계활동은 신발장을 정돈하는 신발장계, 수돗가를 청소하는 수도계, 복도를 정돈하는 복도계와 같은 계활동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꼬마 선생님' 활동은 여섯 살 시기 어린이들이 어린반 동생들을 돕는 활동이기 때문에 "우리는 가장 높은 반이다", "여섯 살 어린이 반만 할 수 있다"와 같은 자부심을 갖고 있어 열심히 하려고 한다는 것. 꼬마 선생님 활동을 통해 교사들은 "여섯 살 어린이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도와주는 것보다 자기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을 더 좋아하고, 만족스러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여섯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에서는 집단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교사들이 주의할 점으로 교사가 모든 것을 주도하지 않고 어린이가 바라는 것을 발전시킬 것, 어린이의 인격을 존중하고 집단의 틀에 맞춰 함부로 아이들을 바꾸려고 하지 말 것, 경쟁을 부추기거나 서로 비판하게 하여 상처를 주는 일을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교사는 "어린이들은 교사가 잘못 가르쳐도 그것을 확실하게 비판할 수 없다는 것을 늘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린 아이를 만나는 교사들일수록 늘 자기를 돌아보고 성찰하지 않으면,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한 살부터 여섯 살까지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시리즈에서 일관되게 강조되는 것은 바로 몸을 바탕으로 인지능력이 발달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울 때는 각각의 발달단계에 맞게 몸이 제대로 자라는 것이 더 중요하며, 몸 발달에 맞추어 인지능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사와 부모의 역할이라고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이 우리사회를 뒤흔드는 '조기교육' 열풍에 불안에 하는 부모들에게 희망과 믿음을 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여섯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 - 10점
오사카보육연구소 지음, 이학선 옮김/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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