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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참가비 천만원짜리 강의 무료 공개하는 까닭?

by 이윤기 2013.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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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해 TED 강연을 본 일이 있으신가요? 아직 TED 콘퍼런스에 직접 참여한 한국인은 그리 많지 않으니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TED 강연을 보셨을 겁니다. 혹은 TED가 뭔지 모르는 분들도 있을 법합니다.

 

"TED는 기술(Technology)·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디자인(design)의 약자로, 미국 새플링재단(Sapling Foundation)이 기획한 인터넷 기반의 지식 공유 플랫폼이다. '의미 있는 아이디어를 널리 퍼뜨리자'는 취지에서 스티브 잡스·빌 게이츠 등 세계적인 명사들의 강연과 자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책 <천재들의 유엔 TED> 중에서)

 

TED 콘퍼런스가 맨 처음 시작된 것은 1984년입니다. TED 콘퍼런스에는 재즈 뮤지션 허비 행콕과 공학자 니콜라스 네그로폰테처럼 전혀 다른 분야의 인사가 나오기도 했고, 당시 시대를 앞선 기술이었던 소니 CD 플레이어를 대중에 처음 소개하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하지만 TED가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 6월 TED 누리집을 통해 동영상 강연이 무료로 제공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2013년 2월 1일을 기준으로 TED 누리집에는 1432개의 토크가 공개돼 있고, 유튜브·아이튠즈 등을 통해서도 TED 토크를 볼 수 있습니다.

 

후배의 권유로 처음 TED 토크를 봤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짧은 강연 시간이었습니다. 3분에서 18분, 아무리 길어도 18분을 넘기지 않으면서 슬라이드쇼·비디오·공연 등이 결합한느 압축적인 강연이 인상적이었습니다. TV 광고보다는 훨씬 길지만, TV 광고처럼 사람을 빨아들이는 힘을 가진 강연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기술·엔트테인먼트·디자인 영역 넘어선 TED

 

아울러 여러 주제에 대한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는 점도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기술·엔트테인먼트·디자인 영역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나 다양한 환경문제·비즈니스·과학·글로벌 이슈 등에 대해 정치가·IT업계 유명인사·과학자·작가·예술가들이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털어 놓는 자리였습니다.

 

TED는 인터넷 기술과 결합해 더 많은 세계인들과 만나게 됐지만, TED의 기본은 매년 2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일주일간 열리는 TED 콘퍼런스라고 합니다. 오늘날 TED가 인터넷 기반의 지식공유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것은 매년 개최되는 TED 콘퍼런스 덕분입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기획자들이 주최한 TED 컨퍼런스는 1994년에 TED5가 개최될 무렵 이미 성공적인 행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TED5는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에서 1994년 2월 24일부터 27일까지 열렸다. 엄선된 500명이 초청돼 교통비와 숙박비를 빼고도 1450달러를 내야 이 콘퍼런스에 참가할 수 있었다. TED는 홍보 예산도 없고, 보도 자료도, 포스터도, 브로슈어도 만들지 않았지만 인기는 날로 높아졌다."(책 <천재들의 유엔 TED> 중에서)

 

그렇다면 TED 참가자들이 막대한 비용을 내고 이 콘퍼런스에 참가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엄선된 500명만이 초청'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또 초기 기획자 리처드 솔 워먼이 여는 파티에는 늘 멋진 사람이 온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TED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각 분야의 성공한 사람들이 펼쳐 보이는 강연 덕분이기도 하지만, 주최 측이 엄선한 500명의 유명 인사들이 한 자리에서 서로 만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데 더 큰 이유가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강연자보다 청중이 더 중요한 파티인 것입니다. 이로써 TED 콘퍼런스는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세계에서 가장 근사한 자리로 성공했습니다.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2000년대, 크리스 앤더슨이 이끄는 비영리재단 '새플링재단'이 운영권을 넘겨받아 전 세계적인 명사들이 모여서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확산'시키는 콘퍼런스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후 TED 글로벌·TED 플라이즈라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만들어지고, 마침내 2006년에는 TED콘퍼런스의 강연을 'TED 토크'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에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TED 토크의 공개는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켜 첫해에만 15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한편 TED 토크를 무료로 공개하면서 TED 콘퍼런스는 참가 열기는 더욱 높아졌다고 합니다. 2006년에는 콘퍼런스 참가비를 50%나 인상했지만, 일주일만에 참가 접수가 끝났을 뿐만 아니라 대기자만 1000명이나 됐다고 합니다.

 

TED 콘퍼런스에는 멋진 사람들이 모인다는 믿음

 

TED가 글로벌 서비스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2009년 열린 번역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부터입니다. 전 세계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번역 프로젝트 덕분에 9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자막을 제공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 TED토크 트래픽의 절반 이상이 미국 밖의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다른 지역, 다른 국가에서 TED스타일의 콘퍼런스가 개최될 수 있도록 TEDx를 출범시키고 몇 가지 원칙을 지키면 'TED'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몇몇 도시에서도 TEDx 콘퍼런스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TED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과 상관없이 여전히 TED 콘퍼런스는 참가비를 낸다고 해서 아무나 참여할 수 없는 높은 진입 장벽을 두고 있습니다.

 

"TED콘퍼런스는 매년 1년 전에 참가 신청이 마감된다. 참가비는 7500달러에 이르지만, 돈만 내면 참가할 수 있는 콘퍼런스도 아니다. TED에 참가하고 싶은 사람은 내가 TED에 참가해야 하는 이유를 적어 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심사를 거친다. 이 심사를 통과해야 비로소 테드스터, 즉 TED 참가자가 될 자격을 얻게 된다."(책 <천재들의 유엔 TED> 중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TED 토크에 대한 인기도 TED 콘퍼런스 참여 열기에 뒤쳐지지 않습니다. TED 누리집에서 최고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켄 로빈슨의 강연은 15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1400여 개의 동영상이 저장된 유튜브 채널 구독자만 7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아이튠즈에서도 2011년의 베스트 비디오 팟케스트로 TED 토크를 선정했습니다.

 

 

한 마디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TED의 인기는 굉장합니다. 2009년 5000만이었던 TED토크의 누적 조회수는 불과 3년 만에 10억을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TED 토크가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것은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큼 특별한 '프리젠테이션'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TED 연사라면 누구나 남다른 지식과 정보 혹은 사연을 이야기 하지만, 정말 남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저자는 TED 토크를 일컬어 '프리젠테이션의 모범 사례로 가득 찬 교과서'라고 이야기합니다. "극적인 연출, 반복적인 음향효과, 눈길을 사로잡는 이미지, 감성적인 스토리텔링, 놀라운 통계 숫자 등이 스타 모멘트를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TED는 감동적인 프리젠테이션 경연장

 

아울러 TED 토크에서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과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연사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TED 연사들 대부분은 이미 유명인사이거나 자기 분야에서 남다른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지만, 판에 박힌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들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지요.

 

2011년부터는 TED 토크 연사 오디션이 개최되고 있는데, 6개 대륙 14개 도시에서 진행된 오디션이 진행돼 290여 건의 토크가 비디오로 제작됐다고 합니다. TED 연사로 참여한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열쇳말은 열정·독창성·새로움·변화 등입니다. TED가 지향하는 가치를 알 수 있는 단어들입니다.

 

지금까지 소개 한 바와 같이 TED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선택받은 천재(?)들이 만나는 진입 장벽이 높은 콘퍼런스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지구인이면 누구나 TED 토크를 볼 수 있도록 개방됐습니다.

 

더 다양한 사람들의 지식과 경험을 나울 수 있는 새로운 TED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출발한 TED가 최근에는 로컬 콘퍼런스로 진화해 지구촌 곳곳에서 TEDx가 개최되고 있으니까요.

 

이 책은 바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콘퍼런스이면서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 나눔 미디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TED의 지난 역사를 소개하는 책입니다. 한 마디로 TED 입문서라고 해도 충분합니다.

 

<천재들의 유엔 TED>를 쓴 김수현은 SBS에서 주최하는 서울디지털포럼 기획부서에서 일하면서 TED에 대해 알게 됐고, 2010년에는 한국 언론 사상 최초로 TED 콘퍼런스를 공식 취재한 특별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TED 참가 경험을 들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오랜 관심과 취재를 바탕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TED 현상을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TED 토크나 TED 콘퍼런스 참가에 관심있는 독자들 그리고 좀 더 직접적인 참여 가능성이 높은 TEDx 기획에 이르기까지 TED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를 모두 모아놓은 책이 바로 <천재들의 유엔 TED>입니다. TED 토크와 TED 콘퍼런스를 비롯해 TED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친절하고 유익한 정보들이 가득 담긴 책입니다.

 

 

 

천재들의 유엔 TED - 10점
김수현 지음/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