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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1만원내고 4천원 돌려받는 의료보험 왜 가입하나?

by 이윤기 2013.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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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민간의료 보험에 얼마나 가입하셨나요? 2008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77%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아울러 한 가구당 3.5개의 보험에 가입하고 있으며, 연간 보험료 지출은 240만 원 가량 된다고 합니다.

 

예컨대 보험료를 부담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집들은 암보험 1~2개, 실비보험 1~2개 정도는 다 가입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빌딩도 보험회사 빌딩이고 전국 어느 도시를 가도 OO생명, OO 화재 등 보험회사 빌딩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보험회사에 몰아주고 있는 걸까요? 김종명이 쓴 <의료보험 절대로 들지마라>(이아소 펴냄)에는 2008년 당시 국내 보험시장 규모는 110조 원 가량이었다고 하는데, 그중 30%가 민간의료보험이었다고 합니다.

 

"조사된 가구의 성과 연령별 민간 의료보험료를 이용하여 전체 인구의 보험 가입 규모를 산출하였는데, 그 결과는 놀랍게도 33조 4133억 원이었다. 당시 보험시장이 110조인 점을 감안하면 민간 의료보험이 30%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본문 중에서)

 

같은 해 국민건강보험의 총 수입이 30조였으니 민간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의 규모를 앞지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단순히 총액만 비교만 하면 민간의료보험과 국민건강보험 규모는 3조 원 차이입니다만 가구당 실제 보험료 부담은 2배가 넘었습니다.

 

"국민1인당 건강보험의 월 평균 보험료(기업부담 제외)는 2.7만원인데 반해, 민간의료보험료는 5.5만 원이었다. 가구당으로 보더라도 대략 2배 가량 더 부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문 중에서)

 

그럼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렇게 의료보험에 많이 가입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돈이 남아돌아 너도나도 보험에 들었을까요? 아니면 보험 설계사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기 때문일까요? 그도 저도 아니면 보험회사의 뛰어난 마케팅 때문이었을까요?

 

OO생명보험... 당신은 몇 개나 가입하셨나?

 

우리나라 국민들이 민간의료보험에 연간 33조이나 되는 돈을 쏟아붓는 것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이 60% 밖에 안 되기 때문입니다.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해 주지 않는 40%를 보장 받기 위해서 국민건강보험의 2배 가까운 돈을 민간의료보험에 갖다 바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런데 왜 저자는 민간의료보험에 절대로 가입하지 말라고 할까요? 그것은 민간의료보험 회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국민건강보험을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자, 그럼 민간보험회사들이 얼마나 폭리를 취하는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저자가 추정한 민간보험회사의 암보험 지급률은 약 40%입니다. 예컨대 소비자들에게 1만 원을 보험료로 받으면 그 중에 4000원만 보험급여로 돌려주고 나머지는 회사의 관리비용과 수익으로 남긴다는 것입니다.

 

"암보험 지급률은 국민건강보험과 확연하게 비교된다. 국민건강보험에 보험료 1만원을 내면 1만 6800원이 돌아온다. 국민건강보험 지급률은 무려 168%인 것이다. 2008년에 우리 국민은 건강보험료로 15조 5천억원을 내고 26조 5천억원의 혜택을 받았다. 암보험 지급률보다 무려 4배나 높은 수치이다." (본문 중에서)

 

그렇다면 국민건강보험은 어떻게 1만 원을 받고 1만 6800원을 보험 급여로 돌려줄 수 있을까요? 그것은 근로자 부담금액만큼 사업자 부담금가 보험료를 부담할 뿐만 아니라 전체 수입액의 20%를 국가가 부담하기 때문입니다.

 

민간의료보험, 1만원 내면 4000원 돌려준다는데...

 

그럼 민간보험 회사의 지급률이 40% 밖에 안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민간보험회사는 전체 보험료의 15~20%에 이르는 관리비용을 지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주를 위하여 수익을 남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민간보험회사들은 국민건강보험(보험료의 3%)에 비하여 5배 이상 많은 관리비용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민간보험회사의 의료보험은 구조적으로 소비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왜 자꾸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까요? 국민들이 바보인 걸까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재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이 60%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해도 40%의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인데요. 암을 비롯한 중증 질환에 걸리는 경우 수천만 원대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고, 의료보험 비급여 항목도 많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했다고 '로또'에 맞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암을 비롯한 중병이 발견되어 보험금을 지급 받거나 실비 보험에 가입해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용을 보상 받는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렇게 '보험 로또'에 맞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도 입에서 입으로 자꾸만 전해져서 마치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면 큰 이득을 보는 것처럼 소문이 눈덩이가 됩니다.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운영위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위원, 내가 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국민의 고혈을 빨아가는 민간의료보험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칩니다.

 

암보험 지급률이 40%에 불과하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만기환급형 보험에 가입하면 소비자가 더 손해를 본다는 사실, 갱신형 실손보험이 노후에 뒤통수를 치게 된다는 사실, 비갱신형에 가입하면 소비자에게 더 손해라는 사실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알려줍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보험상품을 사례로 들어 소비자가 얼마나 손해를 입게 되는지 정확한 계산을 통해 보여줍니다. 이 글에서 자세한 내용을 다룰 수는 없으니 구체적 손실이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연봉 2억 미만이면 닥치고 국민건강보험

 

어쨌든 바로 이런 구조 때문에 똑같이 보험료가 1만 원 인상되었을 때, 민간의료보험과 국민건강보험은 가입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하늘과 땅 만큼이나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민간의료보험의 지급률은 40%에 불과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의 경우 직장가입자의 상위 5%, 지역가입자의 상위 15%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기가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급여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계산에 따르면 적어도 연봉 2억 이상, 월 소득 1500만 원은 넘어야 국민건강보험료로 매월 44만 원을 납부하게 되고 급여 혜택보다 더 많은 국민건강보험료를 내게 된다고 합니다. 반대로 연봉 2억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국민건강보험이 이득이라는 것입니다.

 

이 책에는 마이클 무어의 다큐 영화 <식코>에 소개되어 화제가 되었던 미국 민간의료보험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나라도 지금처럼 민간의료보험이 확대되면 국민건강보험이 무너지고 민간의료보험이 의료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저자의 결론은 국민건강보험료 보험료 부담을 높여서 현재 60%인 보장률을 100%로 올리자는 것입니다. 국민 건강보험료를 1만1000원씩만 더 부담하면 모든 비급여를 전부 급여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연간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를 도입하고, 입원의료비의 90%를 국민건강보험으로 보장하며, 간병 서비스까지 급여화해도 1인당 1만1000원만 더 내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민간의료보험에 가구당 매달 20만 원씩 가져다 바치는 보험료 중에서 1인당 1만1000원(4인 가구, 4만4000원)만 국민건강보험료로 부담하면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를 해결 할 수 있습니다.

 

1만1000원씩만 더 내면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오케이'

 

한편 이 책에는 공정한 국민건강보험료 부담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제안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지역 가입자의 부담을 줄이고, 이명박처럼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도 작은 회사를 설립해 직장의료보험에 가입하여 보험료를 적게 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건강보험료 상한선을 폐지하고,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도 모두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더 많은 소득이 있는 사람이 더 많은 보험료를 더 부담하도록' 보험료 징수체계만 개편해도 연간 2조 6000억 원의 추가 재원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결론은 하나입니다. 국민 1인당 1만1000원씩만 더 부담해서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료를 1만1000원씩 더 부담하자면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겠지만 민간의료보험회사들이 흡혈귀처럼 국민의 보험료를 빨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당신은 몇 개의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셨나요? 친구의 권유로 친척의 부탁으로 가입한 민간의료보험 때문에 20년 후, 30년, 40년 후에 당신이 얼마나 큰 손해를 보게 될지 궁금하시면 김종명이 쓴 <의료보험 절대로 들지마라>를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책을 제대로 읽고 나면 당신이 가입한 민간의료보험을 해약하기 위하여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료 보험 절대로 들지 마라 - 10점
김종명 지음/이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