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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TV 미국서 사면 반값...국내 소비자는 봉?

by 이윤기 2013.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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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비자들이 미국에서 반값 TV를 국내로 사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국내에서 420만원 상당하는 65인치 스마트 TV를 배송비와 관세를 부담하고도 25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국내 언론과 인터넷에는 미국 온라인 쇼핑 사인트인 아마존을 통해 TV를 구입하면 국내 가격의 절반에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해외 온라인 사이트에서 주문하고 열흘 정도 지나서 제품을 받았다는 구매 후기도 등장하였구요.

 

최근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인 삼성전자의 65인치 스마트 TV는 대략 250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데, TV가격 181만원, 배송비 25만원, 관세 39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 판매 가격과 대략 170여만원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지요.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에서 구입한  TV도 국내 구입 TV와 똑같이 에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구입한다고 해서 다른 불이익을 받을 염려도 없다고 합니다.

 

 

아울러 국내에 있는 해외배송 업체들도 미국에서 TV 구매를 대행해준다고 합니다. 유명 해외배송업체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을 아마존을 통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입니다. 직접 구매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복잡한 구매절차를 대신해주기 때문에 쉽게 구매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대형 TV일 수록 할인 폭이 커지만 55인치 TV의 경우에도 국내보다는 100만원 정도는 싸게 구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지난 주말 미국 최대 세일 기간인 '블랙 프라이데이'가 시작되면서 가격 할인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비슷한 사양의 삼성, LG전자 TV는 평소에도 한국에 비해 약 20~40%정도 싸게 팔리는데,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되면 추가로 50%가 넘는 대대적 할인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국제운송비와 관세를 부담해도 절반 가격정도에 구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마존, 베스트바이 등 미국의 유통업체들은 750달러(80만원)인 삼성전자의 40인치 LED HD TV를 할인기간 동안 378달러(40만원)에 '반값' 판매하고, 6500달러(689만원)인 삼성의 55인치(UN55F9000) UHD TV를 2998달러(318만원)에 판매한다고 합니다. 또  LG전자의 42인치 LED HD TV도 900달러(95만원)에서 42% 할인해 519달러(55만원)에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기가막힌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보도를 보면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국내 대기업들이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알고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관계자는 "할인행사 제품은 국내 TV 제품과 달리 일부 스마트 및 3D 기능이 제외된 제품"이라며 "양국간 가격을 수평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지만, 실제 미국에서 TV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매우 만족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핵심기능 뺐다고? 그런 제품 국내에는 왜 없나?

 

아울러 이런 반박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파격적으로 할인 판매하는 핵심 기능을 제외한 제품을 왜 국내에는 판매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핵심 기능을 제외한 저렴한 제품과 핵심 기능이 포함된 프리미엄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비싼 제품만 공급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국내 대기업들이 국내 소비자들을 '봉'으로 취급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국산 자동차는 해외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일입니다. 다만 TV처럼 해외에서 쉽게 구입해 올 수 없는 여러가지 장벽이 있기 때문에 '울며겨자 먹기'로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TV처럼 배송비와 관세만 부담하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품목이 생기자 소비자들이 해외로 몰려갈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권력을 가진자들이 입만 열면 떠들어대던 '세계화'가 이런 것이었군요. 세계화로 무역 장벽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비 장벽도 없어지는 이런 '세계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합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TV를 구입할 수 없도록 장벽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이젠 TV를 비롯한 가전제품을 몽땅 미국에서 구입해 사용하도록 내버려둘 것인지 주목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형 할인점이 들어서서 지역 상권이 무너진다고 난리를 치고 있는데, 이젠 소비자들이 해외 할인점으로 다 빠져나가는 이 기가 막힌 상황에 권력 가진 자들은 어떻게 대처할지 사뭇 궁금합니다. (혹시 아마존 접속을 차단하지는 않을까요?)

FTA 체결 당시 국내 농업 기반이 모두 무너진다는 지적에 "TV, 자동차, 핸드폰 팔아서 쌀 사 먹으면 된다"고 했던 자들은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 정말 궁금하네요. 앞으로 쌀과 농산물은 정부와 대기업이 앞장서서 수입해오고 핸드폰이나 TV 같은 가전제품은 소비자들이 미국에서 직접 구입해오기 시작하면 국내시장이 도미도처럼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권력 가진 자들의 바람대로 국내 소비시장이 미국 경제에 자동으로 편입될 수 밖에 없을텐데, 국민의 애국심에만 호소해서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까요?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가격을 비교하고 비슷한 제품이라면 가장 싼 값에 구매하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인 소비자 행동입니다. 이걸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연말에 TV를 구입할 실 분들 쓸데없는 애국심 발휘하지 마시고 미국 쇼핑사이트에서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본 때를 보여줘야 정신을 차릴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