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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아픔에 공감했다면 '분노하라' !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나고 20여일을 보내면서 <오마이뉴스>는 물론이고, 제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소소한 일상'조차 포스팅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읽었던 몇 권의 책은 서평을 써놓고도 지금 소개하기엔 적절한 책이 아닌 것 같아 기사 송고를 미뤄두고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서평 기사는 표창원이 쓴 <정의의 적들>(세월호 슬픔 속 표창원의 책을 권하는 까닭) 한 권뿐입니다. 사고의 전 과정에 '정의의 적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기 때문에 비록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동안이라고 해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스테판 에셀의 책 <분노하라>, <참여하라>, <분노한 사람들에게>,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



하지만 사고 후 보름이 지나도록 여전히 구조와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터라, 국민적 애도와 추모 분위기에 맞는 서평을 써달라는 편집부의 부탁에도 적당한 책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서점을 살펴보고 그동안 읽었던 책 목록을 넘겨보면서 골라낸 책이 바로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입니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이틀 후에 진도실내체육관을 다녀온 후 사고 수습이 진행되는 지금까지 내내 '기도만으로 기적이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언론과 방송이 앞장서서 국민들에게 '마음을 모아 기적을 만들자'고 하였지만, 바로 그 순간 구조 작업을 맡은 해경, 해군, 민간 구조회사와 정부는 온갖 헛발질로 시간을 다 보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안타깝지만, 기도만으로 기적이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대략 한 세기에 가까운 일생을 살면서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의 확장'을 위해 살았던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가 국내에 소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후에 <참여하라>, <분노한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의 마지막 자서전인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 등의 책이 연이어 소개되었습니다. 


<분노하라>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이후에 소개된 연작들 역시 단순히 '분노하라'고 선동만 하는 책이 아닙니다. 그는 <분노한 사람들에게> "공감하라, 행동하라, 세상을 바꾸라"고 외칩니다. 인생의 끝이 얼마남지 않았던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진보를 향해 멈추지 말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프랑스 청년들에게는 "침묵을 깨고 일어서라, 참여 그것이 곧 저항이요 투쟁"이라며 <참여하라>고 외치면서 그들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아쉽게도 그가 쓴 이 책이 프랑스의 젊은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주권자'인 온 국민이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농간 당하고 있는 지금 같은 시기에, 세계인의 '정치적 무관심'을 뒤흔들었던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와 그의 연작들이 한국의 독자들에게 어떤 영감을 던져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긴 시간 고민 끝에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를 가장 먼저 다시 펼쳐들었습니다.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를 처음 읽은 것은 2011년 7월이었습니다. 당시 나이 아흔 세 살이었던 프랑스 '레지스탕스' 출신 노투사의 '분노하라'는 외침이 전 세계로 울려퍼지던 때였습니다. 


프랑스에서 출간 7개월 만에 200만 부가 팔려나가고 세계 20여 개국에서 번역 출판이 이루어졌으며, 한국에서도 하버드 강의를 담은 <정의란 무엇인가>에 이어 '분노' 신드롬이 일어났지요. 이 책의 본문은 겨우 20쪽(한국어판 26쪽) 밖에 안 되는 문고판 소책자였습니다. 


스테판 에셀은 유대계 프랑스인으로 파리고등사범학교 재학 당시 사르트르에게 큰 영향을 받았고 2차 세계 대전이 벌어지자 레지스탕스 활동에 뛰어들었습니다. 1944년 파리에 밀입국해 연합국의 상류작전을 돕다 체포 당해 유대인 강제 수용소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으나 다행히 극적인 탈출에 성공합니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1948년 유엔세계인권선언문 초안 작성에 참여했으며, 퇴임 후에도 인권과 환경문제를 중심으로 사회운동에 참여하며 열정적인 사회운동가로 살다 떠났습니다. 그는 <분노하라>에서 "무관심이야말로 최악의 태도이며, 지금은 분노하고 저항해야 할 때"라고 외침니다. 


"나는 여러분 모두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분노의 동기를 갖기 바란다. 이건 소중한 일이다. 내가 나치즘에 분노했듯이 여러분이 뭔가에 분노한다면, 그때 우리는 힘 있는 투사, 참여하는 투사가 된다. 이럴 때 우리는 역사의 흐름에 합류하게 되면 역사의 이 도도한 흐름은 우리들 각자의 노력에 힘입어 면면히 이어질 것이다."


그는 1948년 세계인권선언이 명시한 보편적인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의 편을 들어주고 그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라고 강조합니다. '무관심이야말로 최악의 태도'라고 강조합니다. 





무관심이야말로 가장 최악의 태도


그는 사람들에게 특히 젊은이들에게 지금 내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살펴보라고 말합니다. 무관심을 넘어서야 참여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지요. 21세기 프랑스는 빈부격차와 인권의 후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합니다.


그럼 21세기 한국은 어떤가요? 비정규직이 절반을 넘고, 재벌의 금고에는 사상 최고의 현금이 쌓여 있는데, 사상 최고의 실업률이 유지되고 있고, 일터에서 쫓겨난 해고 노동자들은 죽음으로 항거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보다 더 심각한 빈부격차, 프랑스보다 훨씬 부실한 복지제도, 프랑스보다 더 심가한 인권 후진국이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한국 정부와 지도자들은 이미 여러 선진국 언론들로부터 '무능'이 검증되었고 '조롱'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서구 언론 중에는 한국의 최고 권력자가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곳도 있었지요. 


사실 세월호 사건 이후 지난 20여 일 한국 사회는 '비통', '슬픔' 그리고 '공범 의식'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분노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무능한 정부, 무책임한 정부 때문에 '슬픔'을 이기려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사고와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무능한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처음엔 가눌 수 없는 '슬픔'과 동시대를 사는 부모이자 어른으로서의 미안함으로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슬픔'이 '분노'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와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의 SNS 활동을 보면 "담벼락에 대고 욕을 내밷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페북이나 트윗, 카톡방에서 육두문자를 그대로 날리는 일은 흔치 않았습니다. 이모티콘이나 생략된 글자로 욕을 하는 것이 센스 혹은 대화 예절처럼 여겨졌지요. 


하지만 국민을 우롱하는 정부와 권력에 놀아나는 언론 보도에 분노한 사람들이 '욕'이라도 내뱉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지경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스테판 에셀은 분노가 끓어 넘치는 상태를 '격분'이라고 하였는데, 더 이상 분을 참지 못하고 '격분'하는 젊은이들은 거리로 나서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스테판 에셀은 <분노하라>에서 이런 격분의 상황을 예견한 듯이 '도에 넘치게 분노'하지는 말고, 비폭력 저항을 통해 '희망'을 일구라고 충고합니다. 누구를 막론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주체에게는 분노해야 하며, 인간의 권리를 지키는 일에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비폭력 저항'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분노하자 그리고 평화적으로 봉기하자!


한국어판 인터뷰에서는 "비폭력이란 손 놓고 팔짱 끼고 속수무책으로 따귀 때리는 자에게 뺨이나 내밀어주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비폭력이란 우선 자기 자신을 정복하는 일, 그 다음에 타인들의 폭력 성향을 정복하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를 요약하면 "분노하라 그리고 평화적으로 봉기하라"는 것입니다. 비폭력으로 희망을 향해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흔 셋 노전사가 쩌렁쩌렁한 음성으로 <분노하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인간의 핵심을 이루는 성품 중 하나가 '분노'입니다. 분노할 일에 분노하기를 결코 단념하지 않는 사람이라야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고,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지킬 수 있으며, 자신의 행복을 지킬 수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스테판 에셀은 자신이 쓴 겨우 20쪽 분량의 소책자가 이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결국 시민들이 광범위하게 절감하고 있는 문제에 '화답'하였기 때문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유를 잃지 말라고 말합니다.


"자기 나름으로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 광고 메시지나 언론이 하는 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 것, 이것이 중요합니다. 자유로운 사고를 해야만 자유롭게, 양심에 입각해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 중에서)


예컨대 창조적 저항의식으로 무장하기 위하여 구체적 실천을 시작하라고 충고합니다. 자신의 뜻에 맞는 정당에 투표를 통해 지지를 표명하는 것, 그리고 어떤 특별한 대의를 위해 활동하는 기구, 협회, 운동에도 참여하라는 것입니다. 세계인권연맹,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그린피스와 같은 단체와 노동조합 참여 같은 활동이야말로 정말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당시 한국에서 이 책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프랑스보다 더 기가 막힌 이 나라의 현실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스테판 에셀은 다른 책 <분노한 사람들에게>를 통해 '분노와 참여'를 더 강조합니다.


"인간은 분노할 줄 알아야 비로소 인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분노하지 않는 한 완전한 인간이 아니에요. 그러나 분노와 참여는 시작일 뿐입니다. 단지 시작일 다름이지요." (본문 중에서)


아울러 분노와 함께 '공감'을 강조합니다. 함께 분노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감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세월호 사고 이후에 자식을 둔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그 슬픔과 비통함에 절절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 분노에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슬픔에 공감하고, 함께 분노를 표출하자!


2011년 당시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가 한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것은 대선을 앞둔 탓도 있었을 것입니다. 한국어판 추천사에서 조국 교수가 "평화적 봉기를 일으키자",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자", "정치권력과 시장권력의 오만과 횡포, 불법과 탈법을 감시하고 비판하자", "단호하게 그리고 발랄하게. 또한 무조건 투표하자"고 호소한 까닭도 대선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2012년 대선에서 '사상 최악의 대통령'을 선출하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상 최악의 대통령이 보여주는 무능한의 극치를 이번 세월호 사건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이지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스테판 에셀은 무관심이야말로 최악의 태도라고 하였습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많은 국민이 '무관심'에서 벗어나 '슬픔과 분노'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국민적 슬픔이 국민적 공감을 일으키고 국민적 분노로 승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의 정당한 분노와 실천이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을 바꾸고 마침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시 아흔 셋 노투사가 전한 절박한 호소문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납니다.


"창조, 그것은 저항이며 저항, 그것은 창조다."


마침 도올 김용옥 선생도 한겨레 칼럼에서 "더 이상 애도만 하지 말라, 의기소침하여 경건한 몸가짐에 머물지 말라, 국민들이여 분노하라, 거리로 뛰쳐나와라, 정의로운 발언을 서슴지 말라"고 주장하더군요. 세계적 지성 스테판 에셀,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 김용옥이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습니다. 


"애도만 하지 말고 분노하라."


분노하라 - 10점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돌베개
스테판 에셀의 참여하라 - 10점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이루
분노한 사람들에게 - 10점
스테판 에셀 지음, 유영미 옮김/뜨인돌











Trackback 0 Comment 1
  1. 김용만 2014.05.13 09:12 address edit & del reply

    잘읽었습니다.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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