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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4대강 자전거 길

자전거는 바람을 이기지 못한다...금강 종주

by 이윤기 2014.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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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의 마지막 주말에 자전거 국토순례를 준비하는 전국의 실무자들이 모여 최종 워크숍을 진행하고 대전시내에서 대청댐까지 연습 라이딩을 진행하였습니다. 


마산에서 함게 워크숍에 참여한 후배 실무자들과 대청댐까지가는 가벼운 라이딩 대신에 대전에서 금강하구둑까지 가는 금강종주를 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이미 작년에도 여수-임진각까지 국토순례를 완주한 후배들이기 때문에 대전시내에서 대청댐까지 가는 연습 라이딩 보다는 금강 종주를 더 매력있어 하더군요.


하루 만에 140여km달려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아침 일찍 출발하여 오후 늦게 라이딩을 마치고 다시 대전으로 되돌아 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대전YMCA에서 만나 워크숍을 마치고 토요일 새벽 일찍 금강 라이딩을 출발하였습니다. 


출발 준비 완료 ~~


토요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부지런을 떨었지만, 막상 라이딩 출발은 아침 7시가 다 되어 시작되었습니다. 대전 시내에서 출발하여 스타렉스에 자전거를 싣고 대청댐으로 이동하여 출발 준비를 마치고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찍고 나서 신탄진 현도교 부근으로 이동하여 라이딩을 시작하였습니다. 


대청댐까지는 이미 두 번이나 갔었고, 금강 종주를 마치고 기차를 타고 서대전역으로 되돌아와서 대청댐까지 차를 가지러 가는 것이 부담스러워 신탄진 현도교 근처에 주차해 놓고 금강 종주를 시작한 것입니다. 


금강 종주 GPS 기록



후배 1명이 출발부터 컨디션 난조를 보이면서 힘들어 하였습니다. 하루에 140km 이상을 달려야 했기 때문에 이른 아침에 좀 많이 달리려고 계획을 세웠으나 평속 20km를 유지하면서 달렸더니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후배가 많이 힘들어 하였습니다. 


결국 현도교 부근을 출발 한 뒤 1시간도 못가서 아침밥을 먹고 쉬어 가기로 하였습니다. 갈길이 멀어 마음이 급했지만 컨디션을 되찾지 않으면 종주 자체에 실패할 수도 있겠다 싶어 아침을 먹으면서 컨디션 조절을 시키려고 하였지요. 


금강종주를 함께 한 후배들



금강 종주 구간에는 식당이 많지 않았지만 대청댐을 출발하여 20 ~ 30km 구간에는 식당이 더러 있었습니다. 자전거길 바로 옆에 있는 맨 처음 만나는 나루터 식당에 갔더니 아침 식사가 가능하더군요. 김치찌개와 정식을 시켰는데 밑반찬이 깔끔하고 정갈하였습니다. 


아침을 먹고 충반한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출발하였지만, 출발부터 컨디션 난조를 보인 후배는 계속 힘들어 하였습니다. 그래도 세종보까지는 평속 18~19km를 유지하면서 무사히 달렸습니다. 하지만 세종보를 지나면서  맞바람을이 불기 시작하여 더욱 라이딩이 어려워졌습니다. 


아침 밥을 먹었던 나루터 식당


맞바람을 맞으니 자전거 속도가 평균 10Km/H는 떨어지더군요. 평지에서 보통 23 ~25 Km/H 속도로 달릴 수 있었는데, 맞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15~18  Km/H 로 속도가 떨어졌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패달링을 해도 속도가 나지 않더군요. 


바람 방향이 바뀌거나 바람이 멈출 때는 평속 20km를 유지하다가도 다시 맞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여지없이 속도가 뚝뚝 떨어졌고, 체력도 빠르게 고갈되었습니다. 간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면서 달렸지만 합강공원에 도착했을 때 아침부터 힘들어하던 후배가 더욱 기진맥진하였습니다. 


합강공원을 지나면서부터는 일행들의 속도를 쫓아오지 못하고 자꾸만 뒤로 쳐지더군요. 너무 뒤쳐지지 않도록 밀면서 속도를 유지시켰습니다만, 공주보 도착 직전에 라이딩을 포기하였습니다. 공주한옥마을 앞에 있는 휴게실에서 이온음료를 마시며 휴식을 하고 다시 출발하려고 할 때 라이딩을 포기하고 공주에서 차를 타고 대전으로 먼저가겠다고 하였습니다. 




끝까지 함께 가자고 할 수 있는 형편이 안 되어 남은 4사람만 라이딩을 계속하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공주보를 지난 후에 남은 사람들의 고생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공주보를 지나서 벽제보까지 계속 맞바람을 맞으며 달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자전거가 바람에 취약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날 처럼 힘들었던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오후 5시쯤 라이딩을 끝내겠다는 계획을 하고 떠났지만 전혀 계획대로 진행이 되지 않았습니다. 겨우겨우 바람을 뚫고 백제보에 도착하였는데 이미 12시가 넘었더군요. 


백제보에서 휴식을 하는 동안 후배 3명이 모여 의논을 하더니 부여까지만 가고 라이딩을 포기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자신들은 먼저 대전으로 돌아갈테니 저 혼자 군산까지 갔다오라고 하더군요. 저 혼자가면 다 함께 가는 것 보다 속도도 더 빠를테니 무사히 기차 시간에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를 해주더군요. 


세종시


자동차가 다니는 다리 아래에 만들어진 멋진 자전거 도로


일단 부여까지 가면서 함께 라이딩을 포기할지 저 혼자서 군산까지 갈지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고민 끝에 혼자서라도 완주를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여러 번 마음을 먹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가 어렵게 금강 종주를 시작하였기 때문에 혼자서라도 완주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굳혔습니다. 


부여시내에 도착할 무렵 100여미터 뒤쳐져 따라오던 후배들 중에서 두 사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혼자서 저를 뒤쫓아 온 후배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백제보'에서 인증 도장을 안 찍고 와서 다시 도장을 찍으러 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혼자 뒤쫓아 온 후배를 설득하였습니다. 두 사람이 백제보에 다시 되돌아 갔다와서 부여시내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대전에 가서 다시 스타렉스를 타고 군산까지 우리 둘을 데리러 올 수 있으니 그냥 둘이서 종주를 마무리해보자고 말입니다. 


세종보 인증센터, 여기 까진 멀쩡했는데...


후배는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는데, 제가 백제보로 되돌아간 후배들에게 전화를 걸어 대전에 가서 스타렉스로 군산까지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차로 군산까지 데리러 와주면 기차시간을 맞춰야 하는 부담이 없어지기 때문에 한결 여유있게 라이딩을 할 수 있으니까요.


혼자 뒤쫓아 왔던 후배는 10km마다 휴식하면서 여유있게 가자는 제 말을 믿고 군산을 향해 함께 출발하였습니다. 금강 종주 자전거길이 부여 시가지와 만나는 곳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마땅한 메뉴가 없어 메밀 막국수와 메밀전으로 허기를 채웠습니다. 


점심을 먹었던 식당


늦은 점심을 먹고 출발하면서 시계를 보니 오후 3시를 막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남은 거리는 50여km. 오후 6시까지 군산에 도착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하였습니다. 다행히 점심을 먹고 출발하였을 때는 맞바람이 불지 않았습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는지 등 뒤에서 바람이 불었고 평속도 25km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부터 희희낙낙하면서 라이딩을 하였지요. 7시 기차를 충분히 탈 수 있겠다면서 부여에서 먼저 대전으로 간 후배들에게 전화를 해서 군산으로 데리러 올 필요가 없겠다고 연락을 해주었습니다. 대전에 도착해서 목욕이라도 하고 쉬고 있으라고 하였지요. 


강경포구



하지만 행복한 라이딩이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점심을 먹고 1시간쯤 달렸을까요? 강경포구를 향해 달리는데 다시 맞바람이 불기 시작하였습니다. 자전거 속도는 다시 15km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하였고, 함께 달리는 후배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속도가 떨어지더군요. 


10km마다 자전거를 세우고 휴식을 취하였지만, 맞바람을 맞으면서 달리다보니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습니다. 쵸코바를 비롯한 간식으로 계속 에너지를 보충하였지만 체력 고갈을 막을 수는 없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엉덩이도 아파오기 시작하였습니다. 


100km가 지나면서 엉덩이 통증이 시작되었는데, 남은 40여km 구간을 달리는 동안 통증을 참으면서 달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자주 휴식을 취해도 다시 안장에 앉으며 여지없이 통증이 시작되더군요. 함께 금강하구둑까지 갔던 성당포구 인증센터에 도착했을 때는 체력이 거의 고갈되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등뒤에서 부는 바람의 도움을 받으며 짧은 행복을 누리던 시간


성당포구 인증센터에서 금강하구둑까지 23km정도 거리가 남았는데, 맞바람만 아니면 1시간 3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2시간도 넘게 걸리더군요. 20여km를 남겨놓고 함께 간 후배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바람에 기차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밀어주면서 달렸습니다. 


혼자달리도록 내버려두면 12~13km로 속도가 떨어지면서 계속뒤쳐졌기 때문에 밀어주면서 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옆에서 나란히 달리면서 밀어주면 15~16km까지 속도가 올라가더군요. 아무튼 맞바람 때문에 죽을 고생을 하면서 달렸습니다. 


아침 7시에 라이딩을 시작하여 무려 12시간(휴식과 식사시간 모두 포함) 만인 오후 7시에 금강하구둑인증센터에 도착하였습니다. 순수한 라이딩 시간만 계산해도 8시간 30분이 걸렸더군요. 자전거를 꽤 오래 탔지만 이날 달린 142km가 하루 만에 달린 최장거리 기록입니다.


금강하구둑 인증센터


금강하구둑에 무사히 도착하였지만 종주 기념사진을 제대로 찍을 여유도 없었습니다. 군산역까지 다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인증샷만 남기고 곧장 군산역을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사람마음이 참 다르더군요. 금강 완주를 끝내고 군산역까지 가는 길은 훨씬 쉽더군요. 금강자전거길에 비하여 노면 상태가 좋은 아스팔트 길을 따라 달리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달릴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금강하구둑에서 군산역까지 거리는 채 2km가 안 되더군요. 예매 해 두었던 기차가 10분이나 연착되는 바람에 여유있게 서대전으로 가는 기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편의점에서 맥주 두 캔씩을 사서 마시고 기차를 타자마자 잠이 들었습니다.


군산역에서 서대전역까지 가는 장항선은 자전거를 싣고 가기에 편리하였습니다. 대청댐을 출발하여 군산까지 금강 종주를 하는 경우 군산역에서 기차를 타면 서대전역까지 쉽게 편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이용했던 장항선 열차에는 열차 칸마다 자전거 2~3대를 실을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있었고, 따로 스넥 열차가 있어서 더 많은 자전거도 한꺼번에 실을 수 있겠더군요. 


자전거를 분해하여 가방에 담아야 열차에 실을 수 있는 줄 알고 배낭에 자전거 가방을 담아서 갔는데, 바퀴를 분리하지 않고 그대로 실을 수 있어서 여간 편리하지 않았습니다. 


금강 종주를 하면서 바람의 힘을 새삼깨달았습니다. 자전거는 바람을 이길 수 없겠더군요. 강바람은 대체로 하류에서 상류로 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금강은 비단강이라는 이름답게 참 아름다웠습니다. 4대강 공사로 중간중간에 보를 만들었지만, 낙동강에 있는 보들에 비하면 훨씬 덜 흉물스럽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