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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흡연율 낮추려고 담배값 올린다고?

by 이윤기 2014.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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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무렵에 담배를 끊었습니다. 첫 번째 장기 단식을 하면서 담배와 고기를 함께 끊은 지 14년 쯤 된 것 같습니다. 1985년에 담배를 피기 시작하였으니 담배를 피웠던 기간 만큼 금연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어떤 분이 "담배를 피웠던 기간보다 금연 한 기간이 길어야 비로소 담배를 끊었다고 봐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이젠 비로소 담배를 끊었다고 말해도 되는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처음 담배를 피기 시작할 때는 담배를 참 맛있게 피는 선배들이 부러워 담배를 피웠습니다. 최루탄 연기를 마시며 뛰어 다닌 후에 담배 한 개피 피는 동안 체포의 긴장감에서 벗어나는 안도와 휴식의 시간을 가졌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군대 시절에도 담배는 큰 위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군대에서는 담배 = 휴식이라는 등식이 성립했던 것 같습니다. 암만 힘든 시간을 보내도 적어도 담배 피는 시간 만큼은 완벽한 휴식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군대를 제대하고도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한 후에도 한 동안 담배를 끊지 못하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는 것은 예사였고, 토론이나 회의를 하면서도 담배를 피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담배를 끊은 시기는 금연 캠페인이 본격화되는 무렵이었지 싶습니다.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다가 담배를 들고 복도 끝이나 배란다로 나가야 하던 무렵, 차 안에서 담배를 피다가 차에서 내려서 담배를 피기 시작하던 무렵에 담배를 끊었던 것 같습니다. 


오래 된 기억이기는 하지만 단 번에 담배를 끊지는 못하였습니다. 어떤 때는 일주일, 어떤 때는 한 달, 어떤 때는 6개월 쯤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던 기억이 많이 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요인은 세 가지 입니다. 


하나는 장기간 단식을 하면서 회복식 기간까지 포함하여 한 달 이상 담배를 쉬고나니 그냥 이 기회에 담배를 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 한 가지는 그 무렵에 마음 속으로 멘토로 삼고 있던 선배로부터 "남자가 담배도 하나 못 끊고 무슨 큰 일을 할 수 있겠냐?"는 말을 들었던 것이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학창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 녀석이 제가 단식을 시작할 무렵에 담배를 끊어 버리겠다고 선언했는데, 제가 회복식이 끝난 때까지 담배를 피지 않더군요. 그 뒤에도 지금까지 쭉 금연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너도 하는데 나라고 못하겠냐?"하는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담배를 끊을 때만 해도 담배 피는 사람은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담배를 끊고 난 후에 "독하다"는 말과 "대단하다"는 많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사위도 삼지 마라", "딸도 주지 마라"는 말도 있었지요. 아무튼 담배를 끊고 나서 후회가 되었던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담배를 끊고 나서 다른 중독성 있는 식품들을 좀 더 쉽게 끊을 수 있게 되었고, 담배 뿐만 아니라 소, 돼지, 닭 같은 고기나 음식들 그리고  콜라 같은 음료들도 다 중독성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아무튼 담배를 끊고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흡연자들을 괄세하지 않습니다. 실내에서 담배를 피워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오면 그들을 밖으로 쫓아내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흡연이 가능한 공간이 많이 없어졌지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술집이나 식당에 가는 것을 한 번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젊은 시절에 기분 좋게 담배를 피웠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 담배 피는 사람을 구박하는 일도 있었지만 대부분 농으로 한 일이지 진심으로 흡연자를 비난한 일은 없었습니다. 담배 피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편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시간이 갈 수록 흡연자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것 같습니다. 어제 오늘 뉴스를 듣다보니 정부가 담배 값을 2000원 인상하여 흡연율을 낮춘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모양입니다.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핑게를 대고 있지만,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한 계획이라는 비판이 오히려 설득력 있게 들입니다. 


금연 운동 하시는 분들이 만든 자료를 보면 담배는 마약으로 분류된 대마초보다 중독성이 더 강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금연만이 목적이면 담배를 마약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담배를 마약으로 분류하면 국민의 38%나 되는 흡연자들을 하루 아침에 몽땅 '마약중독자'로 만들게 되는 혼란이 생길터이니 실현 가능한 대안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담배 값을 올려서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정책도 현실성이 없어 보입니다. 담배는 대마초보다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흡연량 혹은 흡연율 감소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흡연 인구가 줄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담배값이 10년 가까이 인상되지 않았어도 흡연율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 까닭은 금연 공간이 점점 늘어나고 담배 피는 것이 아주 불편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금연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담배가 정말 그렇게 해롭기만 하다면 외국처럼 담배를 팔아서 많은 이익을 거둔 기업(우리나라는 정부가)가 흡연으로 인하여 생기는 질병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꼭 담배 값을 올린다면 그 추가 이익만큼 모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적자를 메우는데 사용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