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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

중국동포, 중국과 한국이 축구하면 누구 응원?

by 이윤기 2009.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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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해보신적 있나요?
연변에서 남한으로 와 일하고 있는 조선족 동포의 국적은 '중국'이다. 

중국 동포들은 중국과 남한이 축구시합을 하면 누구를 응원할까?
재미있는 질문이라구요. 참 서글픈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중국과 남한이 축구시합을 할 때, 중국을 응원한다고 욕할 수 있을까요?
혹은 그들이 남한을 응원하면 그것은 애국심(?)일까요?
2005년, 제 2기 518 아카데미 참여는, 저에게 이런 고민의 시간을 던져주었습니다.

중국동포는 누구인가?

제 2기 518 아카데미 해외연수 참여는 재중국, 재러시아 동포사회를 난생 처음으로 고민해보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3박 4일의 국내연수 기간 동안 살아오는 동안 한 번도 제대로 고민해보지 않았고 주요한 관심에서 늘 멀리 있었던 재외동포의 문제를 만나면서 해외연수에 대한 기대와 부담이 동시에 생겨났다.

처음으로 여행하는 중국과 러시아 해외연수에 대한 기대와 함께 국내연수를 통하여 동포사회에 삶과 역사에 대한 이해를 넓히면서 오히려 해외연수에 대한 부담은 늘어났다.

안타까움을 넘어서서 나의 무지와 무관심이 확인되면서 도대체 해외연수를 통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담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연수를 마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지금에도 그런 부담은 마찬가지이다. 조금도 더 홀가분해지지 않았다. 열흘 동안의 해외연수 기간을 거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동포사회에 대한 막연한 관심만을 가지고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죄스런 마음이 빚진 마음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 해외연수를 다녀와서 얻은 것이 너무도 많지만 무관심한 나의 주변사람들에게 과연 나는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얼마나 전할 수 있을 것이며, 과연 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행동의 변화를 함께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는 여전히 자신이 없다.

재중동포, 눈물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

한국 근대사가 눈물과 통한의 아픔으로 점철되었듯 중국과 러시아로 이주해 간 중국동포사회의 이주민 역사 또한 눈물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이었다. 독립운동을 위하여 친일지주와 일본의 지배를 피하여 이주하였던, 혹은 만척주식회사와 같은 일제의 농업자본에 속아 농업이민을 떠났던 이 땅을 떠난 재중동포들의 삶은 절망을 딛고 일어서기 위한 과정이었다.

끊임없이 독립운동을 일으키고 사회주의 운동에 헌신하며, 조국의 해방과 중국의 사회주의 혁명에 참여하는 과정 그리고 좌파던 우파던 이러한 독립운동을 뒷받침하였던 것은 늘 불안정하고 부족하였지만 현재의 연변지역을 중심으로 자리 잡고 살았던 이민 동포사회의 인적, 물적 토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것이다.


해외연수기간에 만난 동북아경제문화교류협회 활동가들은 한결 같이 연변 재중동포 사회의 미래를 전망하면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가장 희망적인 미래로 조국의 통일을 이야기 하였다. 이들의 주장은 당위적인 조선과 남한의 통일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연변의 성장 동력이 한반도의 통일에서부터 비롯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518아카데미에 참여한 젊은 활동가들이 집안 지역의 고구려유적지를 둘러보고 돌아와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에 집착하고 있을 때에도 그들은 조국의 활동가들에게 재중동포사회의 어려움을 타계해 나가는 실질적인 방안으로 남북한의 긴장완화와 교류협력의 강화 그리고 한반도의 통일을 역설하였다.

이러한 그들의 요청에는 1945년 남북한의 분단체제의 성립과 1950년 한국전쟁이 이들에게 가져다준 아픔이 얼마나 큰 상처로 남아 지속되고 있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였다.

재중동포사회는 한반도 북쪽의 조선이라는 조국만을 조국으로 생각하며 살아오다가 개혁 개방 이후에는 한국이라는 새로운 조국으로부터 선택을 강요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민의 시작부터 발 딛고 살아가는 현실의 조국 중국으로부터 중화인민이 될 것을 강요받았음이 틀림없었다.

재중동포 문제에 무관심하고 무지했던 나는 국내연수를 통하여 처음으로 그들의 국적이 중국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깨닫게 되었다. 나는 막연하게 그들이 조선이나 혹은 남한을 그들의 조국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무지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이없게도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은 나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국내 연수 기간에 여러 번 재중동포들이 스스로 ‘중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강의를 통해서 들었음에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엄연한 ‘사실’임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중에서 누군가는 연변대학의 동포학생들을 만난자리에서 리단 교수가 예를 들어주었던 바보 같은 질문을 현지에서 다시 한 번 하고 말았다. “너희들은 중국과 한국이 축구시합을 하면 누구를 응원하느냐고?”


국내연수를 통하여 재중국 동포사회와 재러시아 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면서 518아카데미 연수의 주제가 “다수와 소수의 평화․공존을 찾아서”인 이유를 깨달았다면 해외연수의 과정에서 그들에게 다수와 소수의 평화와 공존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되었다.

다수 속에서 소수로 살아가는 재중동포들에게는 다수와 함께 공존하고 평화를 기반으로 번영하는 일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그렇게 되어야 하는 당위적인 과제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개혁 개방정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중국경제가 성장하고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이 높아갈수록 재중동포들에게는 평화와 공존이 더욱 절실한 문제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울러 이러한 평화와 공존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이들에게는 조국의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이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백두산 정상에 올라서서 짙푸른 천지를 내려다보며 가슴 뭉클하게 북받쳐 오르던 통일에 대한 타오름 뿐만 아니라 남북한과 해외동포의 공존과 번영을 위하여 반드시 통일조국을 실현하여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05년 8월에 다녀온 518아카데미 국외연수 보고서에 실린 글 입니다. <재외동포사회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제목으로 쓴 글을 두 번으로 나누어 포스팅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