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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두 바퀴 여행

봉하마을 왕복 50km 자전거 라이딩 ~

by 이윤기 2015.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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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집을 나서 노무현 대통령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까지 자전거 라이딩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5월부터 한 번 다녀와야지 하고 마음 먹고 있었습니다만, 주말마다 이런저런 출장이 생기는 바람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나간 일요일에 시간을 낼 수 있었습니다. 


함께 자전거를 타는 멤버들에게 공지를 하였지만 모두들 다른 일정이 있어 딱 한 명이 같이 가겠다고 하더군요. 아들 녀석은 기말고사를 준비해야 한다고 핑게(?)를 대고 이번엔 같이 안 가겠다고 하더군요. 아침 7시 홈플러스 앞에서 만나 회원 한 분을 만나 기분 좋은 출발을 하였습니다. 


어른 둘이 길을 나섰기 때문에 사람들을 챙겨야 하는 부담이 없어 마음이 홀가분 하였습니다. 평소에 회원들과 단체 라이딩 할 때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페이스도 약간 높였습니다. 자전거 속도계로 25km/h를 유지하면서 달렸습니다.


그동안 여러 번 자전거를 타고 봉하마을을 다녀왔습니다만, 늘 소답초등학교 - 용강마을 - 병기창을 지나는 차가 잘 다니지 않는 길을 다녔는데, 이날은  다른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도계동에서 진영으로 가는 넓은 대로(14번 국도)를 이용하였습니다. 도로폭이 좁고 차량 통행이 많아 일부러 우회 하던 길인데, 이른 아침이라 차량이 많지 않았고, 새로 확장하여 만든 길을 한 번 살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마침 고개를 오르기 시작할 때 도계삼거리 쪽에서 우회전 해서 진입하는 사이클 동호인 한 팀을 만났습니다. 



우리가 신호 대기를 하는 동안 먼저 용강검문소 고개를 오르기 시작하였는데, 고개마루에 올라가보니 벌써 시야를 벗어나 버렸더군요. 언덕 길을 오르면서 앞서가는 로드팀을 따라가려고 힘을 써 봤습니다만, 그 속도를 쫓아갈 수가 없더군요. 


언덕 길을 다올라가서 앞으 바라보니 내리막길을 얼마나 빠르게 가버렸는지 종적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용강검문소에서 내리막길을 쭉 달려 남산교차로까지 갔더니 국도 14호선은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뀌더군요. 진영읍내로 가는 옛길로 들어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 이상 새길을 갈 수가 없더군요. 남산교차로에서 옛길로 길을 바꿔 덕산을 거쳐 진영읍내로 들어갔습니다. 진영공설운동장 교차로에서 시작되는 김해로 가는 국도 14호선 대신 진영제일고등학교 담벼락을 따라 봉하마을로 바로 갈 수 있는 샛길을 찾아갔습니다. 이 길은 번잡한 차량을 피해 봉하마을까지 단 번에 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에 봉하마을 갈 때마다 이길을 이용하였지요. 


차도 없고 사람도 없는 이 길을 달리다가 화포천 조금 못 미쳐 좌회전을 하면 들판길을 따라 봉하마을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묘역엔 아직 방문객이 없었습니다. 아침 7시에 마산 홈플러스 앞을 출발하여 대통령 묘역앞에 도착한 시간이 8시 10분이었습니다. 


마산 홈플러스 앞에서 7시 7~8분 경에 출발하였으니 약 1시간 만에 봉하마을까지 도착한 셈입니다. 스마트폰 GPS 어플을 확인해보니 25km를 달렸더군요. 1시간에 25km를 달렸으니 비교적 성적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묘역으로 걸어들어가 참배를 하였습니다. 묘역엔 근무를 하는 의무 경찰 두명이 있었는데, 그늘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있다가 우리가 묘역으로 다가가자 묘역앞으로 와서 양쪽으로 자리를 잡고 서서 경계를 하더군요. 아마 전에 대통령 묘역을 훼손한 못땐 놈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되었습니다. 


묵념을 하는 동안 의경 둘이 묘역에 너무 가까이 붙어 서는 것이 좀 거슬리기는 하였지만,  이런 저런 불미스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하였습니다. 뒤를 돌아 나오다가 묘역을 방문한 인증샷을 남겨두려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근무 시간이라 사진 찍어드릴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 찍는 포즈를 취하자 의경 둘이 황급히 양쪽으로 비켜서더군요. 아마도 사진에 찍히지 않으려는 동작인듯 싶었습니다만, 멀리 비켜서지 않아 사진에 다 들어오더군요. 


그 때 같이 간 회원과 둘이서 기념 사진을 찍고 싶어 되돌아가서 의경들에게 사진을 찍어 줄 수 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예상치 못했던 뻣뻣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근무 시간엔 사진을 찍어드릴 수 없습니다." 내가 잘못들었나 싶어 다시 물어보았습니다만 역시 똑같은 대답이었습니다. 



이 역시 이들을 탓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묘역에 와서 패악질을 하는 놈들 때문에 경계를 강화했을 것이고 경계를 강화하면서 참배객들에게 사진을 찍어준다던지 하는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하는 근무지침이 내려졌을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하지만 그래도 좀 아쉽기는 하더군요. 노무현 대통령이 계셨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묘역을 걸어나오면서 이렇게 중얼거렸지요. "지금 니 덜이 모시고 있는 그 분이라면 분명 사진을 찍어드리라고 했을 것이다. 이눔들아 " 하고 말입니다. 함께 간 회원과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지만 아마 의경 친구들은 제 말을 못들었을 것입니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봉하마을에 도착하였기 때문에 충분히 쉬었다가 돌아왔습니다. 함께 간 회원이 준비해 온 자두, 참외 그리고 제가 챙겨간 호두과자를 나눠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30분 쯤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그래도 9시 전이라 그런지 봉하마을 가게나 식당들도 문을 열지 않더군요. 



9시 40분쯤 채비를 시작하여 마산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되돌아오는 길은 본산공업단지를 경유하여 주천강을 따라 동읍까지 가서 병기창 - 용강마을을 경유하는 코스를 선택하였습니다. 나중에 원점 회귀를 하고 GPS를 확인해보니 아침에 갈 때보다 2km정도를 더 달렸더군요. 


봉하마을을 떠나면서 휴식하면서 하던 이야기를 이어가느라 한 동안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달렸습니다. 갈 때보다 거리도 좀 더 멀고 몸도 지쳤던 탓인지 마산까지 돌아올 때는 1시간 15 ~20분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아스팔트가 잘 깔린 국도를 달리는 것보다는 조금 더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주천강을 따라 동판저수기까지 가는 길은 작년 보다 더 좋아졌더군요. 낙동강 자전거길 같은 것을 흉내 낸 좁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자전거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동판저수지에 못 미쳐 좌곤리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동읍 방향으로 길을 바꾸었습니다. 표지판과 이정표가 제대로 없는 길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동읍 방향으로 길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용강마을까지 가는 길이 대체로 오르막 구간이었지만, 별로 힘들지 않게 오르막 길을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겨우내내 자전거를 쉬고 봄에도 야쿠시마 조몬스기 산해을 준비하느라 등산을 다녔기 때문에 자전거 연습을 별로 못했습니다. 오랜만에 나선 장거리 라이딩이었지만 컨디션이 좋았던 탓인지 아니면 겨우내내 수영을 했던 탓인지 별로 힘들지 않게 오르막을 달릴 수 있었습니다. 


마산고속버스터미널 조금 못 미쳐 함께 간 회원과 헤어져서 집까지 내쳐 달렸더니 아파트 입구에 도착한 시간이 딱 10시였습니다. 아침 7시에 집을 나섰으니 봉하마을까지 3시간 만에 다녀온 셈입니다. 40분 가량은 봉하마을 대통령 생가 터 앞에서 간식을 나눠먹으며 휴식한 시간이 40분쯤 되니 실제로 자전거를 타고 달린 시간은 2시간 20여분 쯤 되는 셈입니다. 


봉하마을을 빠져나오면서 보니 '화포천 아우름길'이라고 이름 붙인 자전거길 표지판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7코스까지 이어지는 이 길도 한 번 가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