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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두 바퀴 여행

백두산 여행 , 지루함 잘 견뎌야 즐겁다

by 이윤기 2015.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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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기념 백두산 자전거 순례①  인천에서 단동까지 페리호 15시간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YMCA 백두산 자전거 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백두산 자전거 순례는 해방 70주년을 기념하는 광복절인 8월 15일 낮 12시 자전거를 타고 백두산 천지에 오르도록 연초부터 준비되었습니다. 


마산, 안양, 군포에서 참가한 14명의 청소년과 마산, 여수, 안양, 시흥, 이천 등 지역에서 참가한 실무자와 성인회원 15명이 이번 순례에 참여하였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YMCA 회원 29명이 지난 8월 12일 인천항을 출발하여, 8월 17일 인천항으로 되돌아 온 5박 6일 백두산 자전거 여행기를 앞으로 4~5회로 나누어 연재할 계획입니다.(당초 중국에서 매일매일 순례기를 연재할 계획이었지만, 현지 인터넷 사정이 원할치 않아 여행에서 돌아와 연재를 시작합니다.)


지루한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인천에서 배를 타고 중국 단동으로 가는 여행길은 지루함의 연속입니다. 마산에서 인천까지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5시간. 아침 9시에 315아트센터에 모여 자전거와 짐을 화물차에 실어보내고, 9시 30분에 승합차로 인천을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11인승 리무진 승합차에 11명이 타고 마산을 출발하였습니다. 아들, 딸과 함께 참가한 아버님 두 분과 저를 포함한 셋이서 번갈아 운전을 하며, 청주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2시 30분에 인천국제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였습니다. 


4시 30분에 단동페리(동방명주호)에 승선할 때까지 2시간을 터미널에서 보냈습니다. 자전거 인천까지 운반해 준 화물차를 기다리는데 30분. 짐과 자전거를 찾아 다른 지역에서 온 참가자를 기다리는데 1시간. 자전거 파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자전거에 붙은 가방과 물통을 정리하는데 20여분. 


오랜 기다림 끝에 다른 승객들이 모두 배에 오르고 난 4시 40분쯤 자전거 여행객들의 승선이 시작되었습니다. 카트와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별도의 통로로 자전거를 끌고 입국 심사장으로 갔습니다. 


세관을 통과할 때 온갖 물건들이 걸렸습니다. 로드자전거에 순간적으로 공기를 주입하는 CO2, 자전거 체인 오일 등 각종 정비용품들이 세관에서 걸렸답니다. 두 사람이 총 9개의 CO2를 소지하고 있었는데 모두 압수를 하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한 사람이 1개 정도 가지고 있었다면 통과 시켜줄 수도 있었는데, 한 사람이 2개, 한 사람이 7개를 소지하고 있어서 곤란하다” 하더군요. “그럼 지금이라도 각자 1개씩 들고 가면 안 되나요?” 하고 물었더니, 이미 촬영이 되었기 때문에 안된다고 하였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날 세관 사무소에서 되찾아 갈 수 있도록은 해주겠다고 호의(?)를 베풀어주었습니다. 


여행사가 두 가지를 놓쳤더군요. 하나는 처음부터 자전거 가방과 물통을 분리해오라고 이야기 해주지 않은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CO2는 1개를 초과할 수 없다고 알려주지 않은 것입니다. 자전거로 중국으로 여행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자전거를 가지고 단동페리호에 승선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자전거와 배낭을 메고 좁은 통로와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3층까지 올라가야 했습니다. 단체 숙소는 그야말로 난장이더군요. 마치 피난민 숙소 같았습니다. 


먼저 승선한 승객들이 침구를 깔고 누워있는 폼이 영락없이 피난민 숙소, 이재민 숙소더군요. 다행히 YMCA 참가자들 대부분이 한 곳의 다다미방에 머무를 수 있었다는 겁니다. 배 안에서 하룻 밤을 자면서 다른 나라로 여행하는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중국 배라 그런지 그닥 쾌적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여학생들과 여성 회원들에게는 좀 더 시설이 좋은 6인실이 배정되었습니다. 6일실에는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따로 있고, 6개의 2층 침대가 나란히 있었는데, 다인실에 비하면 사람도 훨씬 적었고 엔진 소음도 훨씬 덜하더군요. 



난민선 방불케 하는 인천 - 단동 여객선


아이들은 배를 타고나서부터 심심함(?)을 견디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습니다. 배안 구석구석을 자유롭게 몰려다녔지만, 더 이상 갈곳이 없으니 저녁내내 뺑뺑이 돌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카페테리아도 있었고 피자가게도 있었고 매점도 있었지만 쾌적하지는 않았습니다. 


낡은 배라 그런지 갑판위로 나가도 멀리 인천항과 바다를 바라보는 것 밖엔 없었습니다. 오후 6시 30분부터 저녁 밥을 먹고나니 잠 잘 때까지 약 5시간의 지루함을 달래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게임도 하고 수 없이 많이 방 밖으로 몰려나갔지만 이내 되돌아오기를 반복하였습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가릴 것 없이 가장 중요한 일은 ‘충전’이었습니다. 밥 먹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에 ‘전기’를 먹이는 일이더군요. 전기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충전’을 하고, 방안에 있는 온갖(TV, 에어컨) 콘센트를 모두 뽑고 ‘충전’을 하였습니다. 충전이 끝난 스마트폰은 곧바로 ‘게임기’가 되었고 심심함을 달래는 도구로 활용되었습니다. 


게임하다 지치면 또 다시 몰려나가고, 전체 참가자들이 모여 짧게 일정을 나누고 소개하는 미팅시간을 가진 후에는 11시쯤 잠자리에 들 때까지 역시 지루한 시간을 좀 더 보냈습니다. 여행은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특히 단체 여행은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이 기다리는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는 팁이기도 합니다. 



중국여행 잘 하려면 지루함을 잘 견딜 수 있어야...


막상 불을 끄고 잠을 청하고보니 엔진 소음이 크게 들리기 시작합니다. 20명이 한 방에 누워 잠을 청하니 덥기도 하더군요. 밤새 10번 이상은 잠을 깨고 뒤척였던 것 같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세면을 마치고 짐을 다 쌌는데 중국 시간으로 6시 30분(한국과 1시간 차이)부터 아침식사가 시작된다고 하더군요. 


아침에도 다시 지루한 기다림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마트폰 로밍을 하지 않았으니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와이파이가 안 되는 것을 원망하는 아이들이 많더군요. 중국 단동항에 도착하고도 자전거 여행객은 세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인천에서 승선도 맨 꼴찌, 단동에서 하선도 맨 꼴찌였습니다. 아침일찍 일어나 부산을 떨었지만 단동항에 입항하고도 무려 3시간을 더 기다려서야 배에서 내릴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중국 입국 수속과 세관 통과는 그리 까다롭지 않았습니다만 중국에 도착해서 가이드를 만날 때까지 무려 4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입국 수속이 중국인 우선이고, 더군다나 자전거는 다른 승객이 모두 내린 후에 내려야 하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아침을 느지막히 먹고 천천히 짐을 챙겨 내려도 충분하겠더군요. 이 지루함 견디기는 인천 - 단동을 이동하는 배를 탈 때만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광활한 영토를 가진 중화제국을 버스로 여행하는 길은 모두 지루함을 잘 견뎌야 하더군요. 


단동에서 통화로 통화에서 송강하로 송강하에서 백두산 남파산문으로 그리고 갔던 길을 되돌아서 백두산에서 통화로 통화에서 단동으로 이동하는 길은 기본이 4~5시간씩 버스를 타고 달려야 하더군요. 아무튼 중국 여행 5박 6일 동안 자전거 라이딩보다 버스타는 것이 더 힘들었다는 것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일행 모두의 공통된 평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