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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한탄강 레프팅...출발하자 뒤집힌 보트

by 이윤기 2015.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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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끝자락이었던 지난 8월 마지막 금요일에 한탄강에서 레프팅을 하였습니다. 제가 속한 단체의 실무자들이 여름과 겨울에 한 차례씩 모여 연수를 하는데, 여름 연수는 쉼과 휴식이 포함된 연수라서 둘째 날 여러 체험활동 중에 한탄강 레프팅에 참가하였습니다. 


이번 여름 연수는 광복 70주년과 분단 70주년을 되돌아보는 DMZ 평화순례로 진행되면서 장소가 강원도 철원으로 정해진 덕분에 평소에 잘 가기 어려운 한탄강 레프팅을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레프팅은 이미 몇 차례 경험이 있습니다. 영월 동강에서도 레프팅을 경험해봤고, 가까운 곳에 있는 산청 경호강에서도 두어번 레프팅을 해 본 일이 있습니다. 태국 치앙마이에서도 고무보트 레트팅은 아니지만 대나무로 엮은 쪽배를 타고 레프팅을 경험했습니다. 모두 오래된 기억이기는 하지만, 세 곳에서 레프팅을 해 본 중에 한탄강 레프팅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경호강 레프팅은 대체로 수량이 적어 보트가 바닥에 자주 걸렸던 기억 때문에 재미있었다 혹은 스릴 있었다 하는 기억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동강 레프팅을 할 때도 불필요하게 노젓는 연습을 많이하고, 마치 유격 훈련을 연상케 하는 진행 때문에 그다지 즐겁지 않았습니다. 


가이드가 억지로 배를 뒤집어 사람들을 물에 빠뜨리고 체력적으로 힘들 만큼 노를 많이 젓게 한 것도 흥미를 떨어뜨렸습니다. 동강 레프팅이 경호강 레트팅보다는 훨씬 스릴 있고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다시 가고 싶을 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해 동강 레프팅은 재미와 여유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노젓기 연습이 제대로 안 되어 출발하자 마자 보트가 뒤집히는 참사(?)를 경험하였지만, 전체적으로 여유로운 진행이었기 때문에 힘들지 않았습니다. 


보트가 뒤집힐 때의 상황은 마침 레프팅 회사 사장님이 촬영한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아래 영상) 레프팅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노를 너무 천천히 젓는 바람에 보트가 뒤집혔다고 하더군요. 


급류 코스를 내려오는데 그야말로 순식간에 보트가 뒤집히더군요. 뒤집힌 보트에서 몸이 분리되어 물에 빠지는 한 손으로 안경을 잡았습니다. 안경을 잃어버리면 앞을 볼 수 없는 심한 근시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안경을 챙겼지요. 


안경을 바로 하고 구명조끼를 입은 몸에 균형을 잡으면서 보니 방수팩을 씌운 스마트폰이 물속으로 빠지고 있길래 잽싸게 건져올렸습니다. 여기저기 배에 싣도 있던 막걸리와 간식거리들이 물에 둥둥 떠다니고 있고 같이 배를 탔던 동료들이 건져올리고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잠시 후에 레프팅 가이드가 보트를 바로 세우고 물에 빠진 동료들을 하나, 하나 다 건져올렸습니다. 몇몇 여자분들은 뒤 따라 내려오던 다른 보트에 탔다가 우리 보트로 건너왔구요. 


10여 분만에 혼란스런 상황이 마무리 되었습니다만, 갑자기 보트가 뒤집히는 바람에 물에 대한 공포가 있는 동료 한 명이 무척 힘들어하기는 하였습니다. 다행히 동료들의 걱정과 격려를 받으며 끝까지 함께 레트팅은 마무리 하였답니다. 




강물을 따라 내려가면서 세 번이나 보트를 세우고 휴식을 하면서 물놀이도 하고, 다이빙도 할 수 있었던 것도 여유로움을 더해 주었습니다. 물살이 빠르지 않은 구간에서는 노를 내려놓고 한탄강의 아름다운 주상절리를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한탄강 레트팅 코스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유롭게 노를 내려놓고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구간과 잠깐 잠깐씩 급류를 타고 스릴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이 적절하게 잘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급류 구간이 하나도 없으면 흥미가 떨어질 수 밖에 없겠지요. 


레프팅의 짜릿함을 더해 준 것은 다이빙이었습니다. 한탄강 레프팅 코스를 따라 중간쯤 내려왔을 때 큰 바위가 강물위로 툭 튀어 나와 있고, 사람이 뛰어 내려도 될 만큼 충분히 수심이 깊은 장소가 나타났습니다. 레프팅 가이드는 보트를 세우고 다이빙을 할 사람들은 절벽위로 올라가서 뛰어 내리라고 하더군요. 


사실 처음부터 다이빙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만, 젊은 후배들이 많이 있어서 제가 먼저 나서기가 좀 쑥스럽더군요. 다이빙 장소인 절벽위로 올라가 잠깐 망설이고 있었는데, 마침 저 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가 함께 뛰어내리자고 제안을 하시더군요. 


"잘 됐다" 싶은 마음에 망설임 없이 절벽에서 아래로 몸을 날렸습니다. 높이가 한 5미터쯤 되었을까요? 그다지 높지 않은 곳인데도 몸이 물표면에 닿을 때 충격이 적지 않았습니다. 손바닥을 벌리고 물에 떨어졌는지 나중에 보니 손이 아프더군요. 



높은 곳에서 물로 뛰어 내려 자살하는 사람들이 익사하는 것이 아니라 물에 떨어질 때의 충격으로 목숨을 잃는다는 이야기가 실감이 나더군요. 처음 뛰어 내릴 때는 다리부터 물속으로 들어갔으니 다이빙이라기 보다는 그냥 물로 뛰어내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그리 높지 않은 곳이었지만 바위 위에서 뛰어 내려 수면에 닿을 때까지 허공을 가르면서 아래로 내려가는 짜릿함이 있더군요. 몸이 허공에 붕 떠는 그런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번지 점프를 하면 이런 느낌을 더 오랫 동안 느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시 한 번 바위에 올라서서 머리부터 물속으로 들어가는 진짜 다이빙을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만, 끝내 시도는 못하고 내려왔습니다. 레프팅 코스의 2/3쯤 내려와서는 물놀이를 한 번 더 하고 여유롭게 쉬었다가 3시간여 만에 종착지에 도착하였습니다. 


한탄강 레프팅 코스도 경치도 가이드의 진행도 모두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기회가 올지 모르겠습니다만, 강원도 철원에 다시가게 되면 레프팅을 선택하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