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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새 우편보호 이상하더니...우체부도 안쓴다고?

by 이윤기 2015.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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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우연히 TV를보다가 8월 1일부터 사용하는 새우편번호가 졸속으로 변경되었다는 JTBC 뉴스를 보았습니다. 지난 7월 31일까지 6자리로 사용되던 우편번호가 8월 1일부터 6자리로 변경되었는데, 오히려 불편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보도였습니다. 


탐사보도 뉴스에는 집배원과 택배기사 인터뷰가 나오는데, 새우편번호는 우편물을 분류하고 배달하는것과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분류하는 일만 늘어났다고 하더군요. 또 택배기사의 경우에도 애당초 택배 회사는 우편번호를 사용하지 않고 회사마다 독자적인 분류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요약하자면 40억이나 들여 새로만든 우편번호 체계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되었다는겁니다. 안그래도 왜 불편함이 없는 우편번호 체계를 바꿨을까 궁금했었는데, JTBC뉴스에 따르면 새로 시행하는 도로명 주소에 맞춰서 우편번호 체계도 바꾼 것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JTBC뉴스를 보기 전부터 '우편번호 체계 변경'에 대하여 몇 가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첫째 대국민 홍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 둘째 기존 우편번체 체계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새 우편번호 체계로 바꾸었는지 그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것, 셋째 옛우편보호와 새우편번호를 비교 검색해주는 서비스가 왜 없는지 등 이었습니다. 


새 우편번호는 우체부도 안쓴다, 택배기사도 안 쓴다...그럼 누가 쓰나?


정부에서는 충분히 홍보하였다고 하겠지만, 저의 경우 새우편번호가 8월 1일부터 사용된다고 하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8월이 시작되고 며칠 후 우편물 발송을 하기 위해 주소 작업을 하다가 우편번호를 모르는 주소가 있어서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전혀 낮선 5자리 번호가 나오더군요.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곧바로 뉴스 검색을 해봤더니 8월 1일부터 새우편번호가 사용된다는 뉴스가 나오더군요. 아마 7월 말쯤에는 언론보도가 많이 나왔을텐데, 그 때는 청소년들과 부산에서 서울까지 자전거 국토순례 중이었기 때문에 뉴스와는 멀어져 있을 때였기 때문에 까맣게 몰랐던 것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우편 봉투에는 6자리 칸이 만들어져 있는데,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6자리 칸에 5자리 새 우편번호를 표기하는 방법 같은 것은 안내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옛날 우편번호를 그냥 적을려고 했더니 옛날 우편번호는 찾을 길이 없었습니다. 


예컨대 도로명 주소를 바꿀 때처럼 옛우편번호와 새우편번호를 비교해서 검색할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우편번호 사용자인 국민에 대한 배려는 손톱만큼도 하지 않고 바꿨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국민들이 새우편번호를 잘 사용하지 않으면 우편사업을 하는 기관이 더 불편해질텐데...어떻게 이렇게 졸속행정을 펼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JTBC뉴스를 보고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새 우편번호는 집배원들도 사용하지 않는다"가 그 해답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우편번호 적는 칸에 아무것도 안 쓰도 우편물 배달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새우편보호를 만든 기관에서 일하는 집배원들도 우편번호를 안쓰니 아무도 쓰지 않는 번호체계를 만든 것이지요. 


참으로 황당하기 이를데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옛날 우편번호는 번호만 봐도 읍면동을 구분할 수 있었는데, 사실 새우편번호는 도대체 어떤 의미가 담긴 번호인지, 숫자들에 어떤 체계가 있는지 짐작도 안되더군요. 


JTBC뉴스에 따르면 4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쏟아부은 도로명 주소 변경도 졸속에 엉터리로 이루어졌고, 5년 전 정부가 선진국을 따라 간다면서 보행기준을 우측보행으로 바꾸었는데, 이것도 졸속 변경이었다고 합니다. 




우측보행...보고서까지 위조해서 졸속으로 바꿨다고?


당시 정부는 우측보행이 훨씬 좋다는 보고서까지 제시하면 왼쪽으로 걷던 국민들의 습관을 오른쪽으로 걷도록 바꿨습니다. 물론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바꿨지요. 그런데 이 연구보고서 자체가 조작되었다는 황당한 뉴스가 역시 JTBC에서 나왔습니다. 


뇌파 측정 결과 우측 보행을 할 때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는 연구도 조작되었고, 우측 통행이 좌측 통해보다 소통을 더 원활하게 해준다고 하는 보고도 조작되었으며, 좌측 통행이 일제의 잔재라는 것도 근거없는 주장이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국토해양부가 한국교통연구원의 엉터리 연구용역 보고서를 토대로 온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것입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다른 연구에서는 우측 보행이 좌측 보행보다 교통사고를 더 많이 일어킨다는 보고도 있다는 것입니다. 


JTBC보도에는 안 나왔지만, 좌측보행이 우측보행으로 바뀌면서 또 하나 바뀐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전거 브레이크 위치입니다. 좌측보행 때는 왼속으로 뒷 브레이크를 잡도록 되어 있었는데, 우측보행으로 바꾸면서 오른손으로 뒷 브레이크를 잡도록 바뀐 것입니다. 


우측보행에 맞춰 자전거 브레이크 위치도 반대로...전복 사고 위험 높여


우측보행이 맞춰 정부가 기술표준을 갑자기 바꾸는 바람에 자전거 타는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혼란을 격고 있습니다. 심지어 4000대가 넘는 공영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는 창원시의 경우 아직도 옛날 방식의 브레이크를 사용하고 있는데, 일반 국민들이 구입하는 자전거 브레이크는 모두 반대로 되어 있습니다. 


자전거의 경우 일정 속도 이상 주행하다가 브레이크를 반대로 사용하면 전복 사고의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저의 경우만 해도 한 차례 전복사고를 당한 뒤부터 브레이크를 옛날 방식(왼속 뒷브레이크)로 바꾸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새우편번호, 도로명주소, 우측보행, 자전거 브레이크 변경이 모두 충분한 논의와 검토없이 졸속으로 이루어져 막대한 국가예산을 낭비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심지어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네가지 못지 않게 졸속으로 이루어진 것이 바로 마산,창원, 진해시를 강제로 통합해서 통합 창원시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잘못이 드러나도 책임지는 놈은 아무도 없으니 참으로 기가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민소득 높아진다고 선진국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왜 이른바 선진국이 못되는지, 왜 국민이 살기 좋은 나라가 안 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