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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내가 좋아하는 맛집

1박 2일에도 나온 남도 여행의 별미 꼬막

by 이윤기 2009.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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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여행의 별미로 순천만 짱뚱어탕에 이어서 벌교 꼬막을 소개합니다.


1박 2일 순천, 벌교 여행을 하면서 첫 날 저녁에는 순천만을 대표하는 음식 '짱뚱어탕'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예약해둔 펜션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저녁은 든든히 먹었지만, 다함께 어울리는 친교 프로그램을 하면서 술 한잔 더 해야 한다는데 쉽게 의견 일치가 되었습니다.

다른 안주도 좋지만 꼭, 꼬막을 안주해야한다는 강력한 요청(?)에 결국 차를 타고 20여 분 거리에 있는 순천시내 '역전시장'을 다녀왔습니다.
다행히, 순천 역전시장 도매점 중에 문을 닫지 않은 곳이 있어서 꼬막을 사왔습니다. 참고막은 없어서 새꼬막을 사왔습니다. 꼬막을 파는 사장님 말로는 새꼬막도 살이 통통하게 쪄서 맛이 좋다고 하더군요.

구이용으로 좋은 가장 굵기가 큰 종류로 10kg 한 자루를 샀습니다. 그리고, 사장님께 부탁해서 삶아 먹기에 좋은 좀 더 굵기가 적은 새꼬막도 한 봉지는 덤으로 얻어왔습니다.



펜션으로 돌아와 주인집에 부탁해서 낡은 냄비와 야외용 가스버너를 빌려서 꼬막구이를 해먹었습니다. 윷놀이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새벽까지 13명 회원들이 10kg 새꼬막 한 자루를 구워 먹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작은 비닐 봉지에 한 봉지 분량만 남았더군요.

싱싱하고 살찐 새꼬막 구이는 참꼬막 못지 않게 맛이 좋았습니다. 냄비에 꼬막을 올려놓고 뚜껑을 덮어두면 꼬막에서 물이 나오면서 부글부글 끓다가 금새 물기가 쫄아드는데 이때 가스불을 끕니다. 처음엔 꼬막 껍질이 벌이질 때까지 구웠는데, 여러 번 굽다보니 살짝 익힌 꼬막이 더 맛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껍질이 벌어질 때까지 구운 것은 수분이 빠지고 질겨서 맛이 떨어졌습니다.


이튿날, 벌교에 있는 태백산맥 문학관 구경을 갔습니다. 당연히 점심은 '꼬막정식'이었지요. 꼬막은 질리지 않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밤새 꼬막을 먹은 저희 일행은 아침에 숙소를 나오면서 꼬막 한봉지를 삶아서 나왔는데, 벌교까지 오는 동안 간식으로 가볍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또 점심메뉴로 꼬막정식을 골랐습니다. 벌교 읍내 소화다리 근처에는 좌우로 꼬막정식을 하는 식당이 여러군데 있습니다. 저희는 여러 식당 중에서 태백산맥 작가 조정래씨가 다녀갔다는 식당을 골랐습니다. 꼬막 정식을 시켰더니, 먼저 삶은 꼬막 한 접시가 나왔습니다.

식당에서 일 하시는 분이 젓가락을 이용해서 꼬막까는 법을 일러주시더군요. 가르쳐준대로 해보니 과연 쉽게 껍질을 깔 수 있었습니다. 꼬막은 저절로 벌어질 때까지 삶으면 맛이 없다 것을 다시 확인하였습니다. 삶을 때도 2~3분간 한 방향으로 저으면서 익혀야 한다고 하더군요.



꼬박 정식에도 여러가지 밑반찬이 딸려나오는데, 메인 메뉴는 역시 삶은 꼬막과 꼬막무침이었습니다. 꼬막된장도 나오고, 생선구이를 비롯한 여러가지 반찬이 나오지만 대부분 다른 음식점에서도 맛볼 수 있는 반찮이니까요. 보통은 커다란 대접에 담은 밥이 나오면, 꼬막 무침을 넣고 비벼서 먹는다고 일러주었습니다.

간밤에 새꼬막을 10kg이나 구워먹었지만, 꼬막정식과 함께 나온 무침과 삶은 꼬막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었습니다. 정말, 꼬막은 많이 먹어도 쉽게 질리지 않는 음식이라는 말이 딱 맞더군요. 간밤에 꼬막 구이를 안주로 먹고, 점심에는 꼬막정식으로 식사를 하고 나서도 아쉬움이 남아 돌아오는 회원 중 몇 사람은 꼬막을 사서 집으로 가져갔습니다.

보통 꼬막은 참꼬막을 최고로 치는데, 저희 입맛에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새꼬막도 참꼬막 못지 않았습니다. 꼬막맛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저희 일행들 대부분은 식당에서 먹은 참꼬막 보다도 전날 밤에 먹은 새꼬막 구이가 더 맛있었다고 하였습니다




조정래 선생이 쓴 소설 ‘태백산맥’에는 꼬막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작가는 꼬막 맛을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은 술안주로도 제격’이라고 표현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정하섭과 하룻밤을 보낸 소화는 아침거리로 꼬막이 없는 것을 아쉬워하고, 외서댁을 범한 염상구는 그녀를 ‘쫄깃한 한 겨울 꼬막맛’에 비유하였지요. 또 무당 월녀는 "워메, 내 새끼 꼬막무치는 솜씨잠 보소, 저 반달걸은 인물에 손끝 엽렵허기가 요리 매시라운 니는 천상 타고난 여잔디"라며 딸 소화의 꼬막무침 솜씨를 칭찬하는 대목도 나온답니다.

이래 저래, 태백산맥과 벌교 그리고 꼬막은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있었습니다. 최근 200쇄를 돌파한 소설 태백산맥을 읽은 감동을 간직한 채 태백산맥 문학관을 찾아 온 독자들이라면, 소설의 무대가 되는 벌교 읍내를 둘러 볼 것이고 그러다 밥 때가 되면 꼬막 정식으로 식사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회원 중 한 분이 "태백산맥과 꼬막이 벌교 사람들을 다 먹여살리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결코 틀린 이야기가 아닙니다. 돌이켜보니 태백산맥 문학관은 어느 계절에 가도 상관이 없지만, 이왕이면 겨울 꼬막이 제철일 때 가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