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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애플 불법 저질렀지만...소비자 피해는 없었다?

by 이윤기 2015.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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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법무법인 미래로에서 애플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하였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지난 11월 5일 창원지방법원 311호 법정에서 열린 고등법원의 2심 재판(창원지방법원 2014가합30742)에서 패소하였다는 아쉬운 소식이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1209명이 소비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애플의 불법 위치정보 수집으로 인한 피해를 배상 받기 위하여 국내에 전자소송 제도가 도입된 후 가장 규모가 큰 소해배상 소송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2011년 8월에 시작된 1심 소소에서는 애플코리아 유한회사와 애플 인코포레이티드(Apple Inc.)를 상대로 1인당 1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해달라는 소송을 하였으나 2014년 6월에 패소하였습니다. 


2014년 9월부터 시작된 항소심에서는 소송 비용 등을 고려하여 1인당 30만원을 손해배상해달라고 소송을 진행해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11월 5일 부산지방법원 창원재판부의 선고 결과 "1심 판결에 대한 원소들의 항소를 기각한다"는 판결이 나왔다고 합니다.




애플 불법 저질렀지만...소비자 피해는 없었다?

미국 법원이었다면 이렇게 판단했을까?


재판부는 ‘애플측이 위치정보시스템 구축 및 위치정보 서비스 과정에서 사용자들의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하고, 위치정보를 암호화하여 저장하지 않아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용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을만한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이유를 밝혔습니다고 합니다. 


예컨대 애플이 법률을 위한하면서 사용자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하고, 암호화하여 저장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사용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을만한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는 것입니다. 법을 위한 한 것은 분명한데 그로 인한 피해는 손해배상을 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애플 위치정보 불법 수집 소송>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미래로에서는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하였습니다. 1심, 2심 법원이 "애플측의 위치정보시스템 구축 및 위치정보 서비스 과정에서의 위치정보 수집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위자료를 배상받을 만한 정신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는 재판부의 판단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보더라고 수긍할 수 없는 판단"이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상고하여 다툴 것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법무법인 미래로는 "앞서 항소참가자 모집 당시 약정한 대로 대법원 상고심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추가비용을 받지 않고 항소심 참가자 모두 상고를 제기한 후 상고심을 진행하겠습니다"고 밝혀 왔습니다. 




소송에 참가한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저 역시 법원의 판단은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애플의 불법적인 위치정보 수집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정신적 손해는 전혀없었다고 하는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재판부와 원고인 소비자들 간에 손해배상의 크기를 인정하는 배상 금액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전혀 손해가 없었다고 판단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애플이 불법으로 수집한 위치정보가 타인에게 제공되거나 애플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어 소송에 참가하였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법원이 애플이 불법적으로 위치정보를 수집하였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전혀 정신적 손해가 없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군다나 법무법인 미래로에서는 유사한 대법원 판결과도 다르다고 하니 더욱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애플은 세계적인 대기업입니다. 아마 소비자 소송이 발달한 자국에서라면 결코 이런 일을 벌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애플이 우리나라에서 이런 불법 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우리 법원이 이렇게 관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법원이었다면 이런 판결이 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