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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한중 FTA, 삼성-샤오미 누가 유리할까?

by 이윤기 2015.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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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국회 비준에 이어 협정 발효가 임박 하였다고 합니다. 최근 거리에는 새누리당이 내건 한중 FTA 비중 통과를 '자랑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길에 붙은 현수막에는 "한중 FTA 발효로 매년 수출이 5조 1천억원 증가한다"는 현수막이 붉은 글씨로 커다랗게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현수막을 보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수출이 5조 1천 억원 늘어나면 수입은 얼마나 더 늘어날까하는 걱정이었습니다. 나라간의 경제 교육을  수입보다 수출이 많은 것이 꼭 좋다고만 할 수도 없고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도 가능하기만 하다면 일반적으로는 수출이 많은 것이 여러 측면에서 유리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국가 경제의 측면에서보면 수출과 수입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형태라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수입과 수출이 균형을 이루거나 혹은 수출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것은 우리만의 바람이 아니고 중국측도 같은 처지일거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이 자랑하는 것처럼 '수입은 늘어나지 않고 수출만 5조 1천 억 증가'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수출이 늘어나는 것 만큼 당연히 수입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20여 년간 중국 경제가 눈부시게 성장하였고, 최근에는 기술 기업의 발전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한미 FTA를 비롯한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할 때는 "자동차, 스마트폰 비싸게 팔아서 값싼(?) 농산물 사오면 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는데, 이제 중국에게도 이 주장이 먹힐 것인가 하는 걱정을 떨칠 수 없습니다. 과거에는 중국에서 값싼 농산물을 사오고 우리나라의 첨단 제품을 중국에 팔면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었지만 이젠 더 이상 설득력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중국 전자통신 기업 화웨이와 샤오미 입니다. 과거에는 중국과 자유무역이 이루어지면 중국산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걱정하였지만, 이제는 중국의 화웨이와 샤오미 제품이 한국의 삼성과 LG를 추월하는 것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화웨이와 샤오미 제품은 중저가 시장에서 국내 전자 기업들을 완전히 추월하였고, 한국에는 잠재적 소비자가 무수히 존재합니다.  


이른바 '대륙의 실수'라고 이름 붙은 샤오미 시리즈는 정식 수입이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국내 온라인 마켓에서 공전의 힛트를 연속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가지 눈에 띄게 분명하고 또 확실한 것은 한국에서 '샤오미 열풍'은 과거 중국 가전 기업 '하이얼'이 들어올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하이얼의 경우 값은 싸지만 성능도 뒤쳐진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고 실제로 제품 성능과 디자인도 국산 가전제품들을 따라오지 못하였습니다. 싼 값에 하이얼을 샀다가 "싼게 비지떡"이라는 경험을 얻은 한국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샤오미나 화웨이로 오면 상황이 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샤오미의 경우 "값이 싼데 성능도 뒤 쳐지지 않는다"라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값싸고 성능도 괜찮은데 디자인도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한중 FTA로 인하여 수출과 수입이 점점 더 균형을 이뤄가는 방향이 되기 보다는 무역 불균형이 심각해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마트폰과 전자제품 마저도 중국에 밀리면 더 이상 "스마트폰과 자동차 팔아서 농산물 사온다"는 계획도 유지되기 어렵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10년 쯤 사용한 LCD 텔레비전을 가지고 있는 저는 다음 TV로는 샤오미 TV를 구입할 생각입니다. TV본체와 디스플레이가 분리되어 있어 빔프로젝트를 비롯한 다른 스크린 제품들과 호환이 자유롭고 가격도 국산 제품의 절반도 안된다고 하니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좀 더 상징적으로 설명하자면 한국 소비자들이 '애국심'만 가지고 삼성, LG 제품은 아이폰이 마지막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이폰보다 1/5 ~1/2쯤 값싼 중국제품들 앞에서도 '애국심'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중 FTA로 삼성과 샤오미 중에 누가 더 좋아질까요? 


과거에는 FTA를 체결한다고 하면 한국 농업과 농민을 제일 먼저 걱정하였습니다만, 이제는 한국의 재벌 기업들도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얻는 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봐도 제 생각엔 한중 FTA는 한국보다는 중국 기업들에게 더 큰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한국 아이들의 ' I LOVE 샤오미' 경험이 시장을 바꿔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