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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14년 정든 차 클릭을 떠나보내며...

by 이윤기 2016.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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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5월부터 14년 넘게 동고동락했던 자동차와 이별하였습니다. 라디에터가 깨져 냉각수가 부족한 상태로 주행 하는 바람에 엔진 헤더가 몽땅 망가져 수리비가 너무 많이 나온다고 해서 떠나보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폐차장으로 가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이 차를 수리했던 카센터 사장님께 팔았습니다. 제가 수리해서 타기에는 가성비가 나오지 않았지만, 카센터 사장님은 "나는 인건비가 들어가지 않으니 수리해서 탈 수 있겠다"고 하면서 폐차비보다는 후하게 값을 쳐주었습니다. 


아울러 차가 폐차장으로 가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서운한 마음이 조금 덜 하기도 하였습니다. 2009년에 무려 17년간 타고 다니던 프라이드 베타를 폐차장으로 보낼 때는 정말 너무 서운한 마음이 들어 눈물도 흘렸었답니다. 


2002년식 클릭은 아내의 두 번째 차로 우리가족과 만났습니다. 당시 제 차는 1994년식 프라이드 베타였기 때문에 우리집 차 2대 중에서 '좋은 차'에 속했습니다. 지금은 아들 둘이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하였지만 그 때는 둘째 다섯 살 무렵이었기 때문에 아이들도 제가 타던 프라이드 베타보다는 엄마의 새차 클릭을 훨씬 좋아하였습니다. 




2002년 우리 가족과 만난 이후 2009년까지 제가 타던 프라이드 베타를 제치고 만 7년 동안 '새차'의 지위를 지키면서 아이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가족 나들이나 외출 때는 당연히 새차였던 클릭을 타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직장을 다녔기 때문에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이모가 돌봐줄 때도 있었고, 아내의 친구가 돌봐줄 때도 있었는데, 아이들은 대부분 이 클릭을 타고 다녔습니다. 클릭과 함께 보낸 추억도 아이들에게 더 많더군요. 


마지막으로 차를 떠나보내던 날, 가족 단체 카톡방에 마지막 사진을 올렸더니 두 아들이 저 만큼이나 아쉬워하더군요. 



공군 운전병으로 군 복무를 끝내고 복학한 첫째 아들이 운전면허를 따고 와서 처음 연습을 시작한 차도 바로 이 클릭이었습니다.  함께 차가 많이 없는 새벽에 국도와 고속도로를 오가며 운전 연습을 했던 시간을 기억하더군요. 저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잔뜩 기장한 표정으로 차를 운전하던 아들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네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올 봄에 운전면허를 딴 둘째 아들도 이 차로 운전 연습을 하였습니다. 간이 좀 큰 편이 둘째 아들은 이 차로 몇 번 연습을 하고 나더니 아예 차를 빌려달라고도 하더군요. 정확히 몇 번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선배를 태우고 어딜 가기도 했고, 대중교통으로 가기 불편한 곳에 간다고 빌려가기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차는 2002년 5월부터 아내의 두 번째 차로 우리 가족과 동고동락하였고, 2009년 12월부터는 저의 두 번째 차로 우리가족과 함께 지냈습니다. 2009년 12월 제 차가 되었을 때부터는 클릭의 지위가 강등 되었습니다. 


그 때 아내는 새로 나온 소형차를 신차로 구입하였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차는 새로 산 엄마차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2009년부터 지위가 강등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막상 다른 사람에게 팔렸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아이들이 많이 서운해 하였던 것은 아무래도 자신들이 처음 직접 운전했던 차였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특히 지금 필리핀에 가 있는 둘째 아이가 더 많이 아쉬워하더군요. 아이들에게도 14년 동안 많은 추억이 담겼더군요. 필리핀에서 둘째는 "클릭에 숨겨뒀던 플에이스테이션을 꺼낼 때가 생각난다"고 하였습니다. 



아이들 삼촌이 크리스마스인지 생일인지 선물로 아이들에게 프레이스테이션을 사줬던 일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게임에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하는 걸 보고 프레이스테이션을 제가 차에 싣고 다녔던 모양입니다.(솔직히 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 참 후에 플레이스테이션을 결국 중고로 팔아버렸다고 하더군요. 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더니, 필리핀에 있는 아들 녀석은 "피해자만 기억한다"고 톡을 보내 왔더군요. 저는 가해자였고, 아들은 피해자였으며 클릭은 범죄 은닉 공간이었던 셈입니다. 




차를 카센타 사장님께 넘겨주면서 구석구석 있던 물건들을 모두 꺼내 정리를 하였습니다. 한쪽 구석에 차를 처음 살 때 받은 '사용설명서'와 함께 구입 당시 세금계산서와 각종 영수증이 모두 나왔습니다.  2002년 당시 구입 가격이 구백 사십사만원이었더군요. 


그냥 막연한 제 기억으로 1000만원은 넘는 차라고 각인되어 있었는데, 막상 확인을 해보니 1000만원도 안 되는 차였더요. 매매 계약서도 있고 임시운행 허가증도 있고, 2002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드문 드문 빠지기도 했지만) 작성해 온 차계부도 있었습니다.  




카센타 사장님께 명의가 이전되면서 오래된 초록색 번호판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서 번호판이 바뀌었습니다. 이젠 길에서 만나도 쉽게 알아볼 수가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폐차장으로 가지 않은 것은 아쉬움을 덜어주었습니다만, 번호판이 바뀌는 것은 이젠 내차도 아니란 걸 알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덜었습니다. 


2002년 5월부터 만 14년 6개월 동안 185,308km를 함께 달리며 동고동락 했던 '클릭'. 10년이 지나고부터는 이런저런 고장으로 '긴급 출동' 신세를 여러 번 졌습니다만, 큰 사고 없이 14년 6개월 동안 함께 지낸 것은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장거리 출장 길에, 가족의 여행 길에, 처가와 친척집을 다닐 때 늘 우리 가족과 함께 했던 클릭에 대한 추억을 블로그에 묻어 둡니다. 나중에 아이들과 만나면 클릭에 얽힌 추억을 더 담아 보충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