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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고 큰 꽃' 좋아하는 아들 생각에 심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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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에 세상을 살면서 처음으로 나무 세 그루를 심었습니다. 오십 년을 훨씬 넘게 사는 동안 나무를 베어 만든 종이를 얼마나 썼을까요? 공부방을 가득 채운 책들만 해도 나무 수백 그루는 베어내지 않았을까 싶은데... 무심하게도 그동안 나무 한 그루 심지 않고 살았습니다. 

평생 처음으로 나무를 심게 된 것은 지난여름 이맘때 자전거 사고로 하늘나라로 떠난 아들이 그리워서였습니다. 아들은 아주 어릴 때 자기는 '하얗고 큰 꽃'이 좋다고 하였는데 아이가 말한 꽃은 봄에 피는 목련이었습니다. 또 아들은 하얀 꽃잎이 비처럼 흩날리는 벚꽃을 좋아하였습니다.

일터 근처에 산속에 목련 묘목 두 그루와 키가 4미터쯤 자란 빼빼 마른 왕벚나무 한 그루를 사다 심었습니다. 묘목장에 힘없이 서 있는 벚나무는 옮겨 심은 지 이틀 만에 하얀 꽃을 수줍게 피워냈습니다. 이미 다른 벚나무들은 꽃을 활짝 피웠다 지고 파란 잎이 기운차게 자라날 때였습니다.

제가 심은 벚나무도 파란 잎이 활짝 피어 있어 내년 봄에나 꽃을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뒤늦게 핀 하얀 꽃 여섯 송이가 나무 심은 사람에게 소박한 기쁨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난생처음 나무를 심고 만난 나무 이야기 책

벚나무 가로수가 워낙 많고 봄이면 벚꽃이 지천에서 만발하는 도시라 오히려 한 번도 자세히 본 일이 없는데, 제가 심은 나무에서 늦게 핀 꽃을 보느라 처음으로 가까이서 벚꽃을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묘목을 심은 목련은 여름이 되자 두꺼운 잎을 내놓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데, 과연 내년 봄엔 하얀 꽃을 피울 수 있을지 기다려집니다. 

난생 처음 나무 세 그루를 심은 그 봄이 끝나갈 때쯤 동화작가이자 생태작가인 이영득이 쓴 책 <나무 이야기 도감>이 내게로 왔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나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이영득 선생님이 <나무 이야기 도감> 책을 낸 것과 봄에 내가 나무를 심은 것은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우연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저자 머리말 제목이 "나무랑 친해지는 데 도움이 되기를"이었습니다. 이제 막 처음으로 나무와 친해지기 시작하는 저에게 딱 어울리는 책이었습니다. 

이영득 작가는 여러 편의 동화 책을 썼고, 풀꽃, 산나물, 꽃과 풀들에 관한 책을 썼습니다. 저도 그동안 꽤 많은 이영득 선생이 쓴 책들을 <오마이뉴스> 서평으로 소개하였습니다만, 이번 책처럼 제 삶과 맞닿은 글을 쓰게 된 것은 처음입니다. 이제 막 나무와 첫사랑을 시작하는 저에게 딱 어울리는 책이라 읽기 전부터 설레었고 읽는 내내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이 책에는 모두 121종의 나무 이야기가 나오는데, 가장 먼저 찾아 읽은 나무 이야기는 짐작하시는 대로 '목련'과 '벚나무'였습니다. 이날 처음 목련은 나무에 피는 연꽃 같아서 나무 목(木), 연꽃 연(蓮)을 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목련과 백목련이 다른 꽃인데 나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백목련도 그냥 목련이라고 부른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한 번은 직박구리가 갓 피려는 백목련 꽃잎을 쪼아 먹는 걸 봤어요. '새가 꽃잎을 다 먹네!', 새도 봄이 오길 기다렸나봐요. 그 뒤 꽃을 볼 때면 어떤 손님이 오나 더 눈여겨봤어요. 동박새는 동백나무, 매실나무 살구나무에서 꽃꿀을 먹고, 직박구리는 목련, 백목련, 개나리 꽃잎을 쪼아 먹더라요." (본문 중에서)


이런 문장은 꽃과 나무와 새들을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글입니다. 제주도 숲에는 절로 자라는 목련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한라산 교래자연휴양림에는 첫눈에 반해 그 곁을 떠나지 못할 만큼 멎진 목련이 있다는데 가까운 봄에 꼭 한 번 보러 갈 참입니다. 

 

 제주 만장굴 뜰에 자라는 구실잣밤나무


나무에서 벚꽃이 피는 봄을 기다리며
 
두 번째로 찾아 본 나무는 왕벚나무입니다. 진해가 벚꽃으로 가장 유명하고 지금은 한 도시가 된 창원, 마산에도 봄이면 벚꽃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 많은데 왕벚나무의 자생지는 제주도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교사이며 식물학자인 부종휴 선생과 박만규 박사가 이끈 제주도 식물조사단 56명이 수악 서남쪽과 봉개동에서 왕벚나무 자생지를 발견한 거예요.......왕벚나무는 세계적으로 제주도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로 알려지고 있어요. 왕벚나무는 한라산 해발 500~900m에 주로 자라요." (본문 중에서)

저절로 자라는 왕벚나무는 한라산 해발 500미터가 넘는 곳에서 자라지만, 제가 살고 있는 마산, 창원 특히 진해에는 해발 100미터 미만인 도시 곳곳에 벚나무가 수없이 많이 자라고 있습니다. 해마다 봄이면 꽃물결이 출렁이고 꽃비를 흩날립니다. 그맘때는 '벚꽃 엔딩'이라는 노래를 듣게 되지요. 지난봄에는 벚꽃이 물결처럼 출렁이다 꽃비처럼 흩날리는 짦은 기간, 아이가 좋아했던 이 노래를 들으며 혼자 많이 울었습니다. 

왕벚나무는 한 때 일본나무라고 잘못 알려져 일제 강점기에 진해에 심은 벚꽃을 베낼 뻔한 일도 있었습니다만, 제주도가 왕벚나무 원산지라는 것이 알려진 후 진해는 벚꽃 도시로 거듭나게 되었답니다. 

이런 점을 이 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요. "식물 전문 용어는 풀어 쓰려고 노력했고, 깨끗한 우리말로 바꿔쓰기 어려울 때만 그대로" 썼고요. "나무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므로 학명은 생략했고, 사진과 설명은 알아보기 쉽게 실으려고 노력"하였답니다. 목련 묘목 두 그루와 왕벚나무 한 그루를 처음 땅에 심은 저 같은 사람에게 딱 어울리는 책이니 이 책과 만난 것도 절묘한 인연이라 하겠습니다. 

목련과 왕벚나무 편을 보고 나서 처음부터 차례차례 나무이야기 도감을 읽었습니다. '나무 도감'이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못하였을 것인데, '나무 이야기 도감'이었기 때문에 에세이를 읽듯이 천천히 작가가 만났던 나무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그냥 과학 책 같은 나무도감이 아니라 이야기책이어서 좋았는데, 아마도 동화를 쓰는 이영득 선생님이라 이렇게 쓸 수 있었을 것입니다. 
 

 계절마다 다른 구상나무 꽃과 열매


학교, 공원 그리고 거리에서 이웃으로 사는 나무 이야기

이 책에 주인공이 된 나무들은 주로 학교, 공원, 관공서에 있는 나무나 가로수처럼 우리 이웃으로 사는 나무들이 많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산과 숲을 좋아하면서도 아는 나무가 별로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가까운 곳에 내가 아는 나무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늘 아이들은 생각하면서 글을 쓰는 작가의 마음이 학교로 이끌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에서 제가 발견한 가장 큰 특징은 어느 어느 학교의 교목이 무슨 무슨 나무라는 글이 유난히 많다는 것입니다. 

"포항 송라초등학교 교목이 소나무예요. 사철 푸른 소나무처럼 튼튼하게 자라라는 뜻이겠죠. 이 학교에 솔빛쉼터라는 학교 숲이 있어요." (본문 중에서)


마산고등학교는 교화가 태산목인데, 순천 매산여자고등학교는 교목이 태산목라더군요. 제주 가마초등학교는 담팔수가 교목이고, 제주 도순초등학교는 졸업생이 심은 커다란 녹나무를 교목으로 정답니다. 또 제주 남읍초등학교와 효돈초등학교는 교목이 후박나무라고 하는 식입니다. 

도시에 있는 오래된 학교 교정에만 가도 참 멋진 나무들이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다녔던 학교 교정에도 사연 있는 나무들이 많이 있더군요. 옛 스승과 함께 심은 은행나무, 학교 개교를 기념하여 심은 나무...

하늘나라로 떠난 아이가 다닌 학교 뒷마당에는 아이가 학창 시절 심어 놓은 윤노리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습니다. 아이 생각이 나면 가끔 찾아가 나무가 자라는 걸 보고 옵니다. 

지난봄 이영득 선생님이 쓴 <나무 이야기 도감>을 만나 나무들과 더 많이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나무 이야기를 읽고, 전부터 알던 나무들과 새로 알게 된 나무들을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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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1
  1. 파이채굴러 2021.08.23 10:4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안녕하세요. 파이채굴러입니다.
    요기조기 구경다니다가 들어왔는데,
    포스팅 진짜 잘하시는거 같아요.👍👍
    저도 배워갑니다.
    시간되실때 제 블로그도
    한번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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