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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30억 그루 나무심기, 환경운동가들은 왜 반대?

by 이윤기 2022.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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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1. 8. 9 방송분)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입니다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무분별한 벌목으로 전국에 벌거숭이산이 수두룩하였으나, 뗄감이 석탄, 석유로 바뀌고 국가적인 나무심기 운동으로 이제는 울창한 숲을 가진 나라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산림청의 30억 그루 나무 심기 정책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정부와 산림청이 나서서 나무 30억 그루를 새로 심는다고 하면 환영할 만한 일인데 웬 논란이냐고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논란이 벌어진 것은 30억 그루의 나무를 새로 심기 위하여 숲에 있는 멀쩡한 나무들을 베어내고 새로 나무를 심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림청이 2050년 탄소 중립을 이루기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전국의 산림 1/3을 배어내고 30억 그루 나무심기를 추진하여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숲에는 30년 이상의 늙은 나무들이 대부분이라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탄소 흡수 능력이 좋은 어린 나무를 새로 심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주장으로 소나무와 잣나무 같은 침엽수는 30살, 참나무 같은 활엽수는 20살이 넘으면 탄소 흡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늙은 나무가 되기 때문에 이들 나무들을 베어내고 어린 나무를 새로 심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30억 그루 나무심기... 왜 반대할까?

이른바 숲가꾸기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벌목 현장을 확인한 환경운동가들에 따르면, 중국의 사막지형을 방불캐하는 무지막지한 벌목이 이루어지 있다고 합니다. 중앙고속도로 충북 제천 부근에서도 울창하던 숲이 사라지고 붉은 민둥산이 되는데, 큰 비가 오면 아래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 위로 흙이 무너져 내릴 것처럼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또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일대는 도로를 따라 양쪽의 숲이 모두 사라졌는데, 현장을 보는 순간 매년 봄 엄청난 황사를 일으키는 몽골과  중국의 사막지대를 보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이 곳에서는 가장 낮은 하천부에서 능선부에 이르기 까지, 높이 약 1.5km에 이르는 30ha의 숲이 싹쓸이 당하고 있었는데, 현장엔 포클레인들이 급경사 진 산비탈에 올라가 베어낸 나무들을 끌어내리는 작업이 진행주이었다고 합니다. 환경운동가들이 찾아 간 현장은 단순히 나무만 베어내는 벌목이 아니라 포클레인이 마음대로 산을 휘젓고 다니면서 나무를 실어내기 위해 아무 곳이나 숲을 파헤치며 길을 내고 있었답니다. 

국민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런 황당한 벌목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 물었더니, 산림청의 대답이 침엽수는 서른 살, 활엽수는 스무 살이 지나면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늙은 나무를 베내고 어린 나무를 새로 심어 탄소 흡수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나무가 늙으면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고 합니다. 백번을 양보하여 실제로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나무와 숲이 자연에서 하는 역할은 탄소 흡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기정화 기능, 온도 조절 기능, 방음 기능, 수량을 조절하는 댐 기능, 산사태를 막아 주는 기능 등 훨씬 더 다양한 역할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는데요. 스무살에서 서른살 남짓한 나무들은 벌목을 해도 굵기가 충분하지 않아 목재로도 전혀 활용 되지 못한다고 합니다. 가구를 만들거나 집을 짓는 목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60~70년은 자라야 하는데, 나무 굵기가 너무 작기 때문에 제재소에서 겉껍질을 켜내고 나면 굵기가 더 작아져 가구나 집을 짓는 데 쓸 수 없고 결국 공사판에서 한두 번 사용되고 버려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한편, 수령 20~30년이 지나면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는 산림청의 주장과 다른 견해를 가진 전문가들도 많이 있습니다. 산림청 주장과 반대로 30년이 지나면 오히려 탄소 흡수 능력이 더 증가한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있다는 것이지요. 

 

오래된 나무 무자비하게 잘라내고... 어린 나무 심기가 탄소제로?

놀랍게도 산림청의 주장과 정 반대되는 전문가 견해는 산림청 산하 국립수목원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나왔는데요. 지난 2018년 5월, 우리나라 산림 지역에서 크고 오래된 나무 73종 308개체의 생육분포도와 그 생태적 기능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개하였는데, 당시 국립수목원은 "최근 30년을 10년 간격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큰나무' 개체는 직경이 15~25cm 정도인 나무와 비교했을 때 연간 탄소흡수량이 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자료가 있다고 합니다. 

 

환경운동가들은 해외에서 나온 같은 연구 결과도 찾아냈는데요. 2014년 1월, 과학 저널 <네이처>에는 미국 서부생태연구센터 네이트 스티븐슨 박사팀의 6개 대륙 나무를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하여 '대형 고목 한그루가 중형 숲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발표하였답니다. 연구팀이 세계 열대·온대 지방에 서식하는 나무 403종 각각의 성장속도를 조사한 결과, 나무는 나이를 먹고 커다랗게 자랄수록 성장속도가 더욱 빨라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큰 나무일수록 탄소를 더 많이 고정한다고 강조하였고, 큰 나무 한 그루가 1년간 흡수 고정하는 탄소의 양이 중간크기 나무 수백 그루의 숲과 같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연구팀의 결론은 "큰 나무가 대기 중 탄소를 줄이는 데 큰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지구온난화를 예방을 위해 거목들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환경운동가들은 앞서 소개했던 벌목 현장에서 실제 잘려나간 나무들의 나이테도 확인했다고 합니다. 현장에 있는 지름 50~60cm의 잣나무 나이테를 세어 봤더니 보통 수령이 50살 정도였는데, 나이테를 자세히 살펴보면 30살까지는 나이를 세기 어려울 만큼 나이테 간격이 촘촘하다가 30살이 넘어가자 나이테 간격이 폭발적으로 넓어졌다고 합니다. 

또 다른 벌목 현장의 참나무를 살펴봐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활엽수인 참나무는 스무살이 넘으면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고 했는데, 현장에서 확인한 참나무 역시 20살까지는 나이테 간격이 아주 좁았지만, 20살을 넘어 40살에 이르기 까지 나이테 간격이 더 넓었다고 합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나무는 여름과 겨울의 성장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1년에 한 줄씩 나이테가 만들어집니다. 뿌리에서 빨아올린 물을 잎사귀에서 수소와 산소로 분리하여 산소를 밖으로 내보내고,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여 수소와 함께 버무려 영양분을 만들어 꽃과 열매와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로 사용하지요. 즉 나무가 성장한다는 것은 곧 탄소를 흡수하는 과정이기에, 나이테가 더 넓다는 것은 그 만큼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하여 몸에 고정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장에서 확인한 벌목 된 나무들을 살펴봐도 산림청의 주장과는 달리 활엽수는 스무살, 침엽수는 서른 살이 넘으면 오히려 탄소흡수 능력이 더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며, 앞서 말씀 드린 국립수목원이나 네이처의 전문가 견해와도 일치하는 것입니다.  그럼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정부 지원금 노리는 숲가꾸기 사업? 벌목 사업?

오늘 방송에서 이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환경운동가들이 찾아 낸 구조적 문제를 요약해보면, 산림산업의 왜곡된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목재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나무를 60~ 70년 이상 키우는 것 보다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새로 어린 나무를 심고 키우는데 막대한 정부 지원금이 지원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대규모 벌목을 하고 새로 나무를 심는 곳에 국가로부터 더 많은 예산을 받아 이 사업을 집행하여 큰 이득을 얻는 산림조합이 있다는 것입니다. 산림조합은 농협이나 수협과 비슷한 조직인데 산지 소유자와 임업인의 협동조직체입니다. 이들이 이른바 숲가꾸기 사업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챙길 수 있는 구조 때문에 바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2012년까지 5년 동안 숲 가꾸기와 묘목을 심는 조림비용이 총 3조 130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다고 합니다. 이 사업을 집행하면서 산림조합이 챙기는 이윤이 전체 사업비의 최저 15% ~ 최고 23%에 이르는데, 최소 15%로 계산해도  3조 1301억 원의 숲가꾸기 사업에서 무려 약 4700억 원의 사업 이윤을 챙길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바로 돈 때문에 그것도 이른바 ‘숲가꾸기 사업’을 하기 위한 정부 예산 때문에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령 20~30년의 멀쩡한 나무들이 잘려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혈세를 낭비할 뿐만 아니라 멀쩡한 나무를 베내고 탄소 배출을 늘려 기후변화에 역행하는 산림정책을 하루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우리 주변에서 이런 벌목이 이루어지는 현장을 발견하면 사진을 찍어 환경단체에도 보내고 개인 SNS에라도 올려서 여론을 모으고 산림청과 정부를 압박해서 20년, 30년 키운 멀쩡한 나무들이 더 이상 잘려나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