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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서울이 창원보다 건강수명 5.4년 길다

by 이윤기 2022.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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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1. 8. 23 방송분)

 

지난 8월 19일(목)경상남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주최한 제 1회 경상남도 응급의료 심포지움이 개최되었습니다. 오늘은 응급의료 심포지움에서 확인되고 드러난 경상남도의 응급의료 실태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경상남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경상남도 응급의료 심포지움>을 개최하게 된 것은 저희 경상남도가 수도권이나 다른 시도에 비하여 응급의료 체계가 미흡한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경상남도의 자료를 보면, 발병 후 2시간 이내 응급실 도착 환자 비율이 31.4%에 불과한데요. 이것은 광주, 대전에 이어 경남이 전국 시도중에서 세 번째로 그 비율이 낮다(31.4%)고 합니다. 

 

경남, 2시간내 응급실 도착 전국 꼴찌 수준

 

예컨대 응급환자의 70%가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다보니 3대중증응급질환으로 꼽히는 심혈관, 뇌혈관, 중증외상 환자 사망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다고 하는데요, 면적은 넓고 중증응급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은 적으며, 중증응급환자를 지원하는 체계와 시스템도 타 지역에 비하면 뒤처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결국 경남 사람들의 건강수명은 64.3세로 전국에서 가장 건강수명이 짧은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고, 서울과 비교하면 무려 5.4년이나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보면, 경남에서 이제서야 응급의료 심포지움이 개최되는 것은 많이 늦은 감이 있습니다. 

 

실제로 경남에서 보건행정을 담당하는 도청과, 응급환자 이송을 담당하는 소방본부 그리고 응급의료를 담당하는 응급의학과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경상남도의 응급의료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하여 머리를 맞대고 앉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패널로 토론회에 참가한 분들 중에는 20여년 이상 경남지역에서 관련전문분야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이 여럿 있었는데, 각자의 기억으로 이런 자리가 처음있었다고 고백하더군요. 

 

그동안 경남의 응급의료체계는 중앙부처가 만들어 놓은 전국 공통의 획일적 지침에 따라서 이루어졌을 뿐 지역 차원에서 지역의 응급의료 수요와 시군의 인구, 면적, 거리 등 지역 실정을 고려한 응급의료체계를 한 번도 제대로 고민하고 만들어본 일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제 1회인 이번 심포지움의 가장 큰 의의는 바로 그런 노력이 경남에서도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는 것이 될 것 같습니다. 

 

 

경남 응급의료체계... 대폭 개선 필요한데...

고무적인 것은 처음 개최된 이번 심포지움은 전문가들의 참여열기가 아주 높았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으로 개최된 심포지움에 줌을 통해 400여명, 유튜브 라이브로 70여명이 참여하는 등 아주 관심이 높았다는 것입니다. 이날 심포지움에서는 모두 3개의 주제 발표가 있었는데 경남보다 앞서서 광역단위의 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해나가고 있는 강원도와 충청남도의 사례 발표가 있었고, 경상남도의 지역응급체게를 개선하기 위한 경남지역 현황과 개선을 위한 제언까지 발표가 있었습니다. 

먼저 충청남도의 경우 가장 큰 특징은 최초 신고를 접수받는 119상황실과 현장의 119구급대, 충남응급의료지원센터, 충남도내 응급의료기관 그리고 중앙의료기관까지 이어지는 통합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는 것과 긴밀한 거버넌스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충청남도보건정책과, 충남응급의료센터, 충남응급의료지원단, 충남소방본부가 충남도산하 응급의료위원회를 통해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응급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여나가고 있었습니다. 또 충남 권역 의급의료센터와 지역의료센터, 응급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전북지역, 대전지역, 세종지역 응급의료 자원을 활용할 수 있드록 지역 사정에 맞는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강원도 응급의료 체계...경남보다 훨씬 앞서

다음으로 강원도의 경우 전국 시도가운데 의료자원이 가장부족하고 지리적으로 응급환자 이송에 가장 분리한 조건을 가진 곳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경남보다 앞서서 응급의료 관계자들의 거버넌스를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운영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운영결과를 공유하는 체계를 만들어서 응급의료 수준을 높이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강원도 중증외상 정보전달시스템을 구축하여 관련기관이 공유하며, 3자 통화시스템을 활용하여 구급대원-지도의사-응급의료기간이 환자이송과정에서 소통하면서 필요한 응급대응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 매뉴얼과 접수요원의 판단을 종합하여 필요할 경우 지상구급대와 응급의료헬기를 동시에 출동시킬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었으며, 강원도내 어느 곳에서 환자가 발생하여도 각 권역 혹은 지역 외상센터와 기관으로 45분 이내에 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으며, 이러한 내용을 도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세 번째 발제로는 경남의 응급의료 체계 현황을 살펴보고 일 개선하기 위한 정책 제안이 있었는데요. 우선 응급실 운영현황이나 인구백만명당 응급의료기관수, 인구천명당 응급실 이용자수와 같은 객관적 지표는 다른 지역에 비하여 크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만, 면적은 넓고 거버넌스 체계가 부족하다보니 응급환자 이송시간은 다른 지역보다 많이 걸리고, 중증환자 사망률도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하나 사망률이 높은 결정적인 원인이 한 가지 있었는데, 바로 심폐소생술을 비롯한 응급처지교육 이수 현황이 경남이 전국에서 꼴지였습니다. 응급처치교육을 이수한 시민의 숫자가 인구천명당 서울은 35.5명, 세종 26.6명 인근 지역인 부산은 24.3명, 울산 14.2명, 전남 15.4명, 경북 12.3명인데, 경남은 고작 1.8명에 불과하였습니다. 

 

경남 응급처지 교육....전국 최하위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의 의사, 119구급대원의 역할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시민의 생명을 구하는데는 환자를 최초 발견하는 시민들의 응급처치 능력이 결정적으로 중요한데, 경남은 전국에서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교육이 가장 적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시민단체 활동가인 저를 이 심포지움에 초대할 때, 이 분야 전문가도 아닌 저를 왜 초대하고 축사까지 요청하는지 의아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응급의료는 전문가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토론회에 참가해보니 앞선 사례로 소개되는 강원도, 충남도에서도 전문가와 함께 시민참여를 강조하였고, 이날 토론회 참여하여 여러 전문가들이 이구동성 하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아 정말로 시민참여가 중요하구나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응급 환자를 최초로 발견하는 사람들은 가족, 지인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인데 이들의 응급처치 능력과 신속하고 정확한 119 구조 신고가 이루어지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응급상황에 대처할 때 가장 중요한 4가지 조건은 조기발견, 신속한 신고,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 전문소생술과 의료진의 진료인데, 이 4가지 조건 중에서 발견, 신고,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는 모두 일반 시민의 역할이었습니다. 

 

 

응급상황 최초 대처는 의사가 아니라 가족, 이웃, 친구가 해야한다.


시민들은 보통 구급차가 지나갈 때...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것처럼 소방차나 구급차가 빠르게 지나갈 수 있도록 길만 잘 열어주면 된다고 생각하고, 또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응급상황에서 가족과 이웃, 친구와 지인들의 생명을 지키려면 저부터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교육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안타까운 사례는 또 있었는데요. 경남의 응급환자 적정병원 이송률은 76.9%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세계에서 인터넷 통신망이 가장 잘 되어 있는 나라인데도 119구급대원들이 응급환자를 태우고 이동하면서 이곳 저곳 병웜마다 전화를 걸어서 응급진료 가능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어플 하나만 제대로 개발해도 어느 응급의료센터에 병상이 얼마나 비어있는지, 진료 대기 중인 의사는 누가 있는지,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의료장비는 무엇이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이런 시스템이 없다고 합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코로나-19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때, 약국의 마스크 재고를 전국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단 며칠만에 만들냈던 기술력이 충분한 나라인데 아직도 응급환자를 태우고 이동하며 전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구급차와 응급의료기관 협력체계 개선 필요

또 한 가지 안타까운 사례는 응급의료기관의 협력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구급차에서 응급처치를 했던 구급대원은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에게 적절한 처치가 되었는지, 피드백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피드백이 없으면 구급대원의 응급처치가 적절했는지 알 수 있고, 더 나은 응급처치에 대한 의료진의 피드백이 있어야 응급의료체계가 발전해 나갈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막혀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통해 앞으로 우리 경남의 응급의료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응급의료위원회 개최 확대, 소방, 응급의료기관, 보건소,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권역별 응급의료협의체 구성, 권역별 응급의료지원단 구성, 조례를 통한 법률적 뒷받침과 예산편성 등이 제안되었습니다만, 도지사 공백상태에서 과연 얼마나 과제들을 제대로 수행해나갈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각계 전문가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토론하다보니, 여러 가지 새로운 제안들이 토론을 통해 제안되었습니다. 중앙정부에만 맡겨놓지 말고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조례를 통해 경남의 응급의료 수준을 높여나가자는 제안도 있었고, 119구급대와 응급의료기관 간의 협업체계를 강화하자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빅데이터 활용, AI기술, 5G 통신활용 등의 제안이 나왔는데.....2차, 3차 심포지움으로 논의가 발전되고 실행계획이 세워져서 하루 빨리 현실화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