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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노인이 직접 만드는 고령사회 대책

by 이윤기 2022.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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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1. 10. 18 방송분)

 

인구문제와 관련하여 저출산 고령화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입니다. 전 국민의 절반이상 인구가 집중되고 있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나면, 중앙정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입니다. 우리 창원시도 노인친화도시를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집행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당사자인 노인이 고령사회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고, 대안을 만들어 가는 사례를 한 번 소개해보겠습니다. 

경남의 대부분 군단위 기초자치단체들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였고, 창원시 안에서도 인구편차가 다양하기 때문에 마산합포구가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였습니다. 최근 대규모 아파트단지에 젊은 인구가 입주하면서 통계적으로는 초고령사회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있지만, 구도심 지역에 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 전체적으로 노인친화도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분면한 것 같습니다. 

노인친화도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까닭은 노인에게 편리한 시설들 대부분은 어린이에게도 편리한 시설이고 다른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필요한 시설이며, 일반인들에게도 편리한 시설이기 때문에 노인을 중심으로 사회구조를 만드는 일은 꼭 비용지출로만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노인친화도시는 모든 약자에게 편리한 도시

우리에서 고령화 혹은 초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를 할 때 가장 많이 사례로 드는 나라가 바로 가까운 일본입니다. 우리보다 10~20년 앞서 고령화사회에 진입하였고, 일본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들이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데, 당사자인 지역 주민과 노인들을 주도적으로 참여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사례는 이본 가마쿠라시의 사례인데요. 가마쿠라시는 고령인구가 45%에 달하는 지역으로 곧바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는 곳입니다. 

가마쿠라에서는 ‘초고령사회에서 인구와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찾기 위해 지역주민들과 노인들이 참여하는 리빙랩을 진행하였는데요. 리빙랩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실제로 사용하는 사용자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실험, 실증을 말합니다. 사용자가 연구자 혁신의 대상이 아니라 활동의 주체로 참여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사회혁신 활동’을 하는 곳에서 이방식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시민과 이해당사자, 기업, 전문기관, 지자체가 참여하여 문제에 대한 대안을 공동으로 모색하 것을‘리빙랩(living lab)’ 이라고 합니다. 

가마쿠라시에서는 지역주민과 노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리빙랩을 통해 통해 빈집과 점포를 활용해서 기업을 유치하거나, 장수사회에 맞는 일터-삶터-놀터의 스타일을 탐색하기 위한 리빙랩 실험도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억지로 젊은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 대신에 나이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마을, 이른바 ‘장수마을 만들기’라고 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마을을 노인들을 서로 돌보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예를들면 살던 지역에서 안심하고 나이 들어 갈 수 있도록 하는 사회주택 시스쳄, 지역돌봄시스템, 모빌리티시스템, 건강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지역민들 모두가 치매를 이해하는 교육을 받고, 지매 환자가 되어도 그 지역에서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 마을안에 의료, 돌봄, 간호 시스템을 만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실제로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의 가장 큰 고민은 자신들이 가족 돌봄 형태로 부모를 돌보는 마지막 세대이며, 자식으로부터 돌봄을 받지 못하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나이드신 많은 분들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같은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내 집에서 살다가 떠나는 것이 소원이라고들 합니다.

실제로 버스 다섯 정거장 정도 떨어진 본가에서 혼자 지내시는 저희 어머니의 경우도 매일 아침 어머니의 안부를 가장 먼저 챙기는 분은 바로 옆집에서 평생 이웃으로 살아오신 이발소 사장님이십니다. 약 20여년 쯤 전에 저희 어머니가 젊었을 때는, 혼자 계시는 이발소 사장님의 어머니가 안부를 매일 아침 챙기셨지요. 멀리 있는 자식들보다 이웃들이 일상의 삶을 통해 서로 돌보고 있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돌봄 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노년을 보내려면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식보다 가까이에 있는 이웃들과 ‘돌봄 체계’를 만들어야 하고, 특히 노인들이 서로 돌볼 수 있는 지역 돌봄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가마쿠라시를 비롯한 일본의 여러 곳에서 우리보다 앞서 이런 실험들이 시작되고 있는데, 좋은 성과를 내는 곳의 특징이 바로 주민과 노인이 주도하는 곳이라는 겁니다. 

 

 

가족돌봄은 시설돌봄으로 변화... 새로운 공동체 돌봄 체계 필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시도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 종로구도 치매안심센터를 운영하거나 고독사 방지를 위한 노인돌봄 서비스 제공, 최근에는 말벗이 되어주는 로봇, 활동을 감지하는 스마트플러그 등 다양한 제도와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들이 당사자인 시니어들에게 크게 환영받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건 앞서 말씀 드렸듯이 당사자가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괴리 때문이고, 또 하나는 이웃과 공동체 대신에 제도와 서비스로 모든 문제를 풀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초고령화 사회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시니어에 관한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른신들의 돌봄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돌봄을 하는 주체이자 지속가능한 사회-기술시스템을 전환해 나가는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창원시에서도 주민과 노인이 주도하는 리빙랩 실험을 통해 민-산-학-연-관의 협력 기반을 형성해 나가야 하며, 전문성과 시민성이 통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시니어 교육과 함께 조직화 노력이 이어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