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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텀블러와 에코백은 친환경?

by 이윤기 2022.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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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2. 1. 31 방송분)

 

텀블러와 에코백은 얼마나 사용하면 친환경적인가?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노플라스틱 캠페인이 많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시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 중 하나가 바로 일회용품 사용을 중단하는 것인데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중에는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고, 1회용 종이가방 대신에 에코백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 주변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텀블러와 에코백은 이렇게 많이 생산하고 소비해도 괜찮은 것인가하는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집집마다 넘쳐나는 텀블러와 에코백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일회용 컵 대신 개인컵을 들고 다니자는 캠페인을 시작한 것은 10년도 더 지난 것 같습니다. 가방 안에 컵을 넣고 다니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자부심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사람들이 텀블러를 많이 들고 다니게 된 것은 아무래도 2019년부터 시작된 커피전문점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이 시작되면서 부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일회용품 제공이 중단되면서, 유명커피전문점들이 앞장서서 테이크아웃용 종이, 프라스틱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마케팅을 시작하였고, 텀블러를 들고 오는 고객들을 우대하였습니다. 동시에 유명 커피전문점들은 다양한 디자인의 텀블러를 상품으로 개발하여 내놓았고, 특별한 아이템의 텀블러와 교환할 수 있는 쿠폰을 모으기 위해 매일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도 생겨났습니다. 

 


실제로 이 기간에 국내 유명 온라인 쇼핑 사이트의 매출액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하는데, 커피전문점 일회용품 제공이 중단되던 시기에 머그컵 매출은 18% 증가하였고, 텀블러 매출은 45%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반면에 테이크아웃용 컵 매출은 14% 줄어들었다고 하니, 정책의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난 것이지요. 코로나-19로 일회용품 사용이 곳곳에서 증가하였지만, 커피전문점에서는 테이크아웃 텀블러와 매장 내 머그컵 사용이 아주 많이 정착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환경의식이 높아지고, 노플라스틱 캠페인이 확산되면서 1회용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을 사용하자는 캠페인도 굉장히 많이 확산되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에코백 매출은 20%가 증가하는 대신 비닐봉지 매출은 4% 감소하였다고 합니다.

 

공짜로 받은 텀블러와 에코백 잘 사용하시나요?

이런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이 확산되면서 가장 많이 받는 기념품이 바로 텀블러와 에코백으로 불리우는 다양한 종류의 장바구니입니다. 그러다보니...집집 마다 적지 않은 텀블러와 장바구니가 쌓이고 있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2년 전 집을 이사하면서 각종 행사 참여 기념품이나 사은품으로 받아 놓은 10여개의 텀블러와 20여개가 모여 있어서 모두 처분하였습니다. 장바구니 에코백은 모두 사무실에 갔다두고 필요한 사람들이 쓸수 있게 하였고, 텀블러는 모두 1회용품 사용 퇴출 캠페인을 하는 카페에 기증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후에도 여기저기서 선물과 기념품으로 받은 텀블러와 에코백이 자꾸자꾸 늘어나고 있습니다. 행사에 참여했다가 텀블러나 에코백을 주면 거절하기도 했는데, 기념품을 나눠주는 분들을 너무 민망하게 하는 것 같아... 계속 거절할 수도 없었습니다. 왜 안 받아가시냐고 묻는데...곧이 곧대로 대답하기도 난처했구요. 

여러 행사에 참여하다보면, 자료집이나 부피가 큰 책을 담아갈 수 있는 에코백을 나눠주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주최측에서는 일회용 종이가방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더 많은 예산을 들여서 준비하게 되는데요.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그 만큼 여러번 사용되는가 하는 점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텀블러와 에코백이 과잉공급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듣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저를 비롯한 환경운동가들은 도대체 이 텀블러와 에코백을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해야 1회용품을 사용하는 것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미국에는 수명주기 사용 에너지량 분석연구소라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연구한 결과를 보면 1회용품 대신 텀블러를 사용함으로써 실제 환경보호 효과를 거두려면, 유리재질 텀블러는 최소 15회, 플라스틱 재질 텀블러는 17회, 세라믹재질 텀블러는 최소 39회 이상 사용해야 한답니다. 과연 여러분은 선물이나 기념품으로 받은 텀블러를 15~40번 이상 사용하고 계시는가요?

 

텀블러 15번 이상 사용하셨는가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실험이 있었다고 합니다. 기후변화연구소가 300ml 용량의 텀블러와 카페에서 많이 쓰는 일회용 플라스틱컵, 그리고 종이컵의 소재를 분석하고 무게를 잰 뒤, 소재별 탄소배출계수를 측정하는 실험을 하였답니다. 실험 결과를 보면 텀블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종이컵의 24배,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13배로 나왔다는 것입니다. 텀블러 세척시 사용하는 물과 세제사용 그리고 분리수거가 까다로운 텀블러 폐기까지 고려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텀블러 하나로 13~24번은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더군다나 커피프랜차이즈 업체들의 텀블러 마케팅이 강화되면서 다양한 재료와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텀블러가 소비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유명 프렌차이즈 브랜드에서는 시즌마다 다양한 디자인의 텀블러를 출시하고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마니아들 중에는 시즌마다 텀블러를 사모으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환경운동가들은 이런 현상을 리바운드효과라고 부릅니다. 소비자의 환경의식이 높아죠 에너지 고효율 제품 구매가 늘어나지만, 대신에 가전제품을 더 많이 구입하게 되어 총 전기사용량은 오히려 늘어나는 것과 같은 현상을 말합니다. 텀블러와 에코백의 경우도 전형적인 리바운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은 것도 중요하지만, 그 대안인 텀블러와 에코백이 과잉생산 되는 것은 환경에 더 많은 부담을 주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를 여러 개 소유하는 것은 환경보전에 역효과만 난다는 것이지요. 지금가지고 계신 텀블러 1000번은 쓰고 바꾸겠다고 결심하셔야 환경을 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