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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청소년 모의투표 저조한 까닭?

by 이윤기 2022.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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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2. 2. 7 방송분)

 

지난 1월 26일(수)에 경남도청 앞에 경남의 일곱 개 지역에서 대표로 참가한 청소년 27명이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청소년들이 무슨 기자회견을 하느냐고 생각하시는 청취자들도 계실텐데요. 27명의 청소년 대표들이 모여 오늘 3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6월로 예정된 교육감 선거 모의투표 진행하고, 청소년이 뽑은 대통령과 청소년이 뽑은 교육감을 따로 발표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늘은 청소년 참정권 운동과 모의투표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사실 청소년 모의투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 때부터 본격적인 모의투표가 시작되었는데, 당시 전국에서 6만 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선거인단으로 등록하였고, 86%인 51,715명이 대통령 선거 모의투표에 참여하였습니다. 

 

당시 청소년 모의투표 결과 문재인 후보가 1위 심상정 후보가 2위, 유승민 후보가 3위, 안철수 후보가 4위, 홍준표 후보가 5위를 기록하였습니다. 만 19세 이상 성인유권자들이 뽑은 실제 선거 결과에서는 문재인 후보 1위, 홍준표 후보 2위, 안철수 후보 3위, 유승민 후보 4위, 심상정 후보 5위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심상정 후보의 약진과 홍준표 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뚜렷하게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심상정 후보가 청소년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높은 지지를 받았는지는, 지역별 개표 결과를 보면 확인이 되는데, 근소한 차이지만 강원, 경북, 대구, 부산, 울산, 제주 등 6개 광역 자치단체에서 심상정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누르고 1위를 기록하였답니다. 하지만, 전국 득표 결과는 실제 투표결과와 일치하여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었으며, 그해 8월 17일에는 청소년대표 50명이 청와대를 방문하여 “청소년이 뽑은 제19대 대통령 당선증”을 직접 전달하였습니다.

 


두 번째 청소년 모의투표는 2018년 6월 13일에 치러진 6.13지방선거 때였는데요, 이때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도지사와 교육감을 뽑는 모의투표로 진행되었습니다. 당시 경남에서는 7842명의 청소년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여는데요, 도지사 모의투표 결과 김경수 후보가 64.3%를 득표하여 1위, 김태호 후보가 20.6%를 득표하여 2위, 김유근 후보가 13.9%를 기록하여 3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실제 선거에서 김경수 후보가 56.8%를 득표하였고, 김태호 후보가 40.1%를 득표한 것과 비교해보면 당시 김경수 후보가 청소년 유권자들에게 8% 정도 더 높은 지지를 받은 반면에 김태호 후보는 19% 정도 실제 보다 낮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청소년 모의투표,  청소년 참가가 저조한 까닭?


한편, 청소년이 뽑은 교육감 선거에서는 박종훈 후보가 51.6%로 1위, 김선유 후보가 17.8%로 2위, 이효환 후보가 17.1%로 3위, 박성호 후보가 11.9%로 4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이 투표 결과도 실제 투표결과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는데요. 실제 투표 결과는 박종후 후보가 48.8%를 얻어 1위를 차지하였고, 박성호 후보가 23.7%로 2위를 차지하였답니다. 

6.13 지방선거 결과가 나온 후에도 경남지역 청소년모의투표운동을 진행하였던 청소년 대표들이 김경수 도지사와 박종훈 교육감에게 각각 “청소년이 뽑은 경남도지사”, “청소년이 뽑은 경상남도 교육감” 당선증을 전달하고,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제안을 하였습니다. 당시 간담회에서 나온 제안 중에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제안이 있는데, 바로 “학생들이 직접 다른 학교 급식을 먹어보고 자기 학교 급식과 비교 평가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제안이었는데, 실제로 급식 평가 정책에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 번째 청소년 모의투표는 2020년 4.15 국회의원 총선거 때 실시되었는데요, 아쉽게도 2020년 청소년 모의투표는 노력에 비하여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청소년 유권자 모집이 너무나 저조하였다는 것인데요.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전국 청소년 유권자가 6만명이었는데, 2020년 총선 때는 8200여명으로 줄어들었고, 저희 경남지역도 798명이 참가하여 2018년 7842명과 비교하면 1/10로 줄어들었습니다. 

청소년 선거인단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학교 등교가 중단되는 긴박한 상황이었던 것과 선거관리위원회의 비협조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관위는 2017년 대통령 선거와 2018년 지방선거 때까지만 해도 청소년 모의투표는 선거법상 문제가 없다고 하였다가 2019년 연말 국회에서 선거연령을 18세로 변경한 이후부터 청소년 모의투표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해석을 바꾸면서 학교 내 모의 투표를 전면 금지하고 학교와 교육청의 지원이나 협력이 완전히 중단되면서 급격하게 청소년 참여가 위축되었습니다.

 

선거연령 18세로 낮추더니...모의투표가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하지만 민주주의 선진국이라고 일컬어지는 미국, 독일, 스웨덴, 핀란드, 일본 등 세계 여러나라에서 청소년 모의 투표가 아무런 제약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정부가 예산을 들여서 청소년 모의투표를 하는 나라들도 있는데, 대부분 가장 효과적인 ‘민주주의 교육’이 모의투표 과정에서 이루어진다고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투표지원법에 근거하여 청소년 모의투표를 지원하고, 정규교육과정에도 모의투표가 포함되어 있으며, 캐나다에서도 4학년부터 12학년까지 청소년들이 실제 선거기간에 스튜던트 보트라고 하는 모의투표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독일과 스웨덴에서도 실제 투표와 똑같은 빙식으로 모의투표를 진행합니다. 

 



지난 2017년, 2018년, 2020년 세 차례 청소년모의투표 당시 선거관리위원으로 참여해 본 저의 경우도 ‘모의투표’는 가장 단기간에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체험학습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오프라인 투표소에서 만난 청소년들과 인터뷰를 해보니, 모의투표에 유권자 등록을 한 후에 집으로 온 선거공보물을 차근차근 다 읽어봤다, TV토론회를 끝까지 봤다, 친구들과 후보자들에 대하여 평가해봤다 하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청소년 모의투표운동은 학습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선거제도 변화를 끌어내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선거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바뀌는 ‘18세 참정권 운동’ 과정에 청소년 모의투표 운동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합니다. 당시 청소년들은 모의투표를 하면서 18살이면 군대도 가고, 공무원도 될 수 있는데...왜 투표만 못하게 하느냐는 캠페인을 벌였고, 이 캠에인이 여론의 지지를 받으면서 선거연령이 낮춰지게 된 것입니다. 

 

선거연령...16세로 더 낮추자 ~

이런 변화가 조금씩 빨라지고 있는데요. 지난 연말에는 만 25세로 되어있던 공직선거 피선거권 연령을 18세로 변경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즉, 국회의원, 시, 도지사, 시,도의원, 시장, 군수, 구청장, 시, 군, 구의원 선거에 만 18세 이상이면 출마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청소년들은 부모의 동의를 받으면 16살부터 정당에 가입하여 활동할 수 도 있게 되었습니다.


올해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에 만 18세 이상이면 출마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었으며, 잘하면 대학교 1학년 시의원이 의회로 등원하는 일이 현실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져봅니다.아울러 청소년참정권 운동과 모의투표 운동을 주도하는 청소년들은 교육감 선거는 16살부터 할 수 있도록 바꾸자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쿠바, 니콰라과 등이 이미 16세부터 모든 선거에 투표할 수 있고, 그리스, 동티모르, 수단 등이 17세부터 투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 미국에서도 16세 참정권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니 교육감 선거권을 달라는 청소년들의 주장에 귀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