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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원전으로 탄소중립? 소가 웃을 일

by 이윤기 2022.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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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들은 한 목소리로 탄소중립을 부르짖고 있습니다만, 탄소중립을 이루는 방법에서는 엄청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입장차이가 뚜렷한 정책은 바로 원전에 대한 찬반입니다. 심상정 후보는 탈원전, 이재명 후보는 감원전,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탈원전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탄소중립과 탈원전 정책결정과 판단의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전기요금 문제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전기요금에 관하여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유럽의 일부 국가들이 다시 원전을 짓기로 했다 혹은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팩트 체크를 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일부 대선후보들이 주장하는 친환경 원전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대선 토론 때도 쟁점이 되었던, EU 택소노미에서 원전이 녹색에너지로 인정받으려면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바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시설을 만들어서 사용 후 핵연료와 방사능 오염물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방사능 핵폐기장 마련과 사고저항성 핵연료 사용의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사고저항성 핵연료란 기존 핵연료보다 훨씬 높은 온도까지 견디는 피복재로 처리되어 냉각재 상실사고에도 오랫동안 용융이 안되게 견디게 만들어진 핵연료를 말합니다. 하지만, 일부 후보가 주장하는 EU 택소노미 기준을 충족하는 원전기술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EU가 원전을 허용했다는 주장은 절반만 사실이며, 우리나라 원전은 EU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 팩트입니다. 

 

원전으로 탄소중립? 소가 웃을 일이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탈원전과 친원전이 쟁점이 되고 있는데,  이것은 바로 전기가 가장 중요한 에너지로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미세먼지 발생과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 전 세계가 기차, 자동차, 선박을 비롯한 대부분의 운송 수단을 전기 에너지로 전환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전력공급 문제는 탄소중립과 아주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지난 연말 KBS가 조사한 한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1순위로 꼽았습니다. 행정정책 전문가 100인이 꼽은 차기정부 최우선 정책과제 조사에서도 ‘기후 변화와 에너지 정책’이 1위 차지하였습니다. 한국의 경우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온 국민이 사용하는 전기요금 체계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입니다. 


우리 지역에서도 평생을 환경운동가로 살아가고 있는 박종권 의장님 같은 분들이 전기요금 인상을 강하게 부르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기소비를 줄이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인데요. 박의장님에 따르면 전기요금이 너무 싸기 때문에 기업도 개인도 친환경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2019년을 기준으로 이미 전체 전력생산 중 재생에너지 비율이 40%를 넘어선 독일의 전기요금은 우리나라 전기요금보다 훨씬 비쌉니다. 우리나라는 주택용 단가가 103원, 산업용 단가 94원으로 되어 있는데, 독일은 주택용이 344원, 산업용이 173원으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OECD에서도 가장 저렴하고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나라에 속합니다. OECD 국가중에 독일, 벨기에는 우리나라보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3배 이상 비싸고, 이탈리아, 스페인, 아일랜드, 일본,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영국, 스위스, 룩셈부르크, 프랑스, 호주, 핀란드가 2배 이상 비싼 나라들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보다 전기요금이 싼 나라도 있습니다. OECD 국가 중에 우리나라보다 전기요금이 싼 나라는 맥시코(세계 12위 산유국), 노르웨이(세계15위 산유국), 그리고 터키(세계 53위 산유국) 대한민국 순서입니다. 하지만, 이 중에 산유국이 아닌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2021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가정용의 경우 OECD 전기요금 평균은 170원의 60%에 불과하고, 산업용의 경우는 OECD 평균 전기요금의 94%에 불과합니다. 산업용 전기요금도 OECD국가 절반이상이 우리나라보다 비싼 요금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OECD국가 뿐만 아니라 중국, 필리핀, 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가장 싸다고 합니다. 

 

 

전기 과소비는 값싼 전기요금 때문?

1인당 전기소비량을 보면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태리 등 주요국가들은 우리나라의 50~60%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가 1만 700KWH를 사용하는데, 독일은 6200KWH, 프랑스는 6700KWH, 영국은 4500KWH, 이태리는 5000KWH, 일본은 7200KWH입니다. 세계 주요 국가 중에 가정용 전기를 우리나라보다 많이 쓰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습니다.

2050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반드시 전기요금이 인상되어야 하고, 탈원전과 탈석탄 정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원전과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과 노동자들 그리고 석탄발전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과 노동자들을 지원해야 하는데,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을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전 국민이 나누어 부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정용 전기요금 1KWH 당 20원씩 더 부담하자는 제안인데요. 가정용과 산업용을 모두 1KW 당 전기요금 20원을 인상하면 대략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20% 정도 인상되는 것입니다. 청취자분들 중에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을텐데요.

전기요금 더 걷어서...재생에너지 보급 확대해야

 

우리나라 제조업의 생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불과하기 때문에 1KWH당 20원을 인상해도 그 비중은 1.7에서 2%로 늘어나는 정도이며, 현재 전기요금이 싸기 때문에 낭비되고 있는 부분만 줄이면 사실상 인상에 따른 부담은 생기지 않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렇게 1KWH 당 20원씩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약 10조원의 추가 요금이 걷어지는데 이 돈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원전과 석탄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전기요금 더 내는 건 싫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무조건 원전을 하지 말자, 석탄발전을 하지 말자고 할 것이 아니라 기후 변화를 막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필수적으로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는데, 그 부담을 전 국민이 함께 나누어지자고 하는 합리적 대안 제시라고 생각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89%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하여 전기요금을 인상하자는 대안 제시에는 55.2%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습니다. 희망의 단서도 있는데요. 다행히 44.8%는 전기요금 인상을 감수하겠다고 응답하였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국민 모두가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