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신용카드 불법복제 사건 소비자 소송
기술이 발달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새로운 사회문제가 끊임없이 등장하는데,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사건도 증가하고 있다. 낙동강 페놀사건과 같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나 담배, 고엽제, 방사능 같은 위험, 복잡한 기술 적용으로 원인이 규명이 쉽지 않은 자동차 급발진 사고, 의료·약화 사고, 정보통신과 IT기술의 발달로 새롭게 생겨나는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위치 정보 수집 및 불법 감시, 생체정보를 비롯한 인증 정보 수집 등 여러분야에서 불특정 다수가 피해를 당하는 소비자피해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강난숙, 2008). 마산YMCA 시민중계실에서도 동일한 사례로 다수 피해가 발생하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집단소송을 시도하였다.
1997년 연말부터 외국에 나간 일이 없는 소비자들에게 해외에서 현금 서비스를 받거나 JR승차권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등 자신이 사용하지 않은 신용카드 대금이 청구되었다는 소비자 피해사례가 접수되었다. 피해자들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마산 OO동 소재 윤락가를 이용했던 소비자들에게 똑같은 피해가 다수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경남매일 1997년 7월 4일 보도에 따르면, 신용카드 해외 사용 피해자가 늘어나면서 경찰청과 경남경찰청에서 수사에 착수하였고, 신용카드 전문 위조 사기단이 가맹점으로부터 고객들의 신용카드 비밀번호 등 정보를 빼낸 뒤 이를 외국에서 사용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불법적인 성매매업을 하는 사업주들은 신용카드 가맹점으로 가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위장 가맹점에 수수료를 내고 손님들의 신용카드를 결제하는 맹점을 이용하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전문 사기단은 위장 가맹점을 개설해놓고 신용카드 가맹점을 개설하지 못한 20여개 윤락업주와 여성 종업원들이 가져온 고객들의 신용카드가 승인이 나지 않는다고 거짓말 하거나 도난카드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둘러댄 후 남성 손님에게 비밀번호를 물어보고 오도록 하여 비밀번호를 빼내고 몰래 신용카드를 복제하였다. 1
경남매일 1997년 7월 23일자 보도에 따르면 당시 신용카드를 똑같이 복제하는 해킹 기술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신용카드 회사들은 해외에 출국한 일이 없다는 소비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 소비자의 해외 출입국 기록이 없어도 다른 지인이나 제3자가 신용카드를 해외로 가지고 나가 사용하였을 수도 있기 때문에 비밀번호가 유출되어 일어난 피해는 보상할 수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하였다. OO동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했던 카드 불법복제 피해자는 400여명에 이르렀고 이들의 피해 금액만 200억대로 추정되었다. 200억대의 피해가 발생하게 된 것은 대부분 신용카드의 해외 사용 한도가 국내보다 2~3배 높게 정해져 있어, 피해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마산YMCA 시민중계실에서는 비밀번호를 유출한 소비자들의 과실이 있지만, 신용카드가 복제되어 해외로 빠져나간 것은 신용카드 회사들이 보안상 결함이 있는 복제 가능한 신용카드를 고객들에게 사용하도록 한 더 큰 과실이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소비자 피해구제 소송에 나섰다. 그러나 다수의 피해자들은 성매매업소에서 신용카드가 불법복제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YMCA 시민중계실에 피해 상담을 했던 소비자 중 단 한 명만 소송에 참가하였다. 그러나 1심 소송 도중에 YMCA 시민중계실의 지원을 받은 원고가 포기하여 카드회사의 과실을 묻는 소송 진행은 중단되었고 신용카드 회사의 책임을 묻는 판례를 남기지는 못하였다. 다행히 신용카드 전문 사기단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신용카드 복제기를 이용하여 똑같은 카드를 복제하여 해외에서 사용하였다는 것이 밝혀졌고, 적어도 피해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확인되었다. 소송에 참가하지 않았던 다수 소비자들의 피해 금액에 대한 협의도 별도로 진행되었는데, 대부분 금융감독원 등의 권고를 받아들여 비밀번호를 유출한 소비자와 복제 가능한 카드를 발급한 신용카드사가 절반씩 피해 금액을 부담하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마산YMCA 시민중계실에서는 피해사례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내고, 언론보도를 통해 추가 피해 접수를 받아 적극적인 피해구제에 나섰다. 아울러 시민중계실운영위원회를 통해 소비자 집단소송을 통해 피해구제에 나섰지만, 신분 노출 때문에 소송 참가 희망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어렵게 1명을 확보하였다. 그러나 마산YMCA와 함께 소송을 진행하던 원고 역시 1심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개인 사정으로 소송을 중단하고 신용카드사와 합의하였고, 더이상 신용카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해보겠다는 피해자를 찾을 수 없어 소송을 중단하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마산YMCA 시민중계실은 소비자 집단소송의 필요성을 깨닫고 집단소송법 제정을 위한 소비자단체 실무자 및 상담원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관련 법 제정 운동을 펼치게 되었다(<표 45>).
- 경남매일, 1997년 7월 23일, 카드위조 금융기관 속수무책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