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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 학교와 아이들을 망친다 !

[서평]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가 쓴 <두려움은 배움과 함께 춤출 수 없다>

1997년 산청간디학교로부터 출발한 우리나라 대안교육의 역사는 10년 만에 100개가 넘는 전일제 대안학교가 생겨났고, 여러 개의 크고 작은 홈스쿨링 그룹이 만들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만든 대안교육 10년 백서를 보면, 2007년 현재 전국에 있는 전일제 대안학교 수는 대략 110여개 정도로 추정되고 있고, 대안학교 상근 교사 수는 899명, 그리고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 수는 5179명리라고 한다.

정부가 독점하는 학교교육의 주도권 밖에서 자유롭고, 민주적인 공동체 교육이 일루어지는 큰 흐름이 만들어진다고 알고 있지만, 대안학교 다니는 학생 수는 전체 초, 중, 고, 특수학교 재학생의 0..7%에 불과하다고 한다.

따라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대안학교는 특별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유별난 학교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대
안학교가 유별난 학교로 인식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그 다양성 때문이다. 100개가 넘는 대안학교와 홈스쿨링 그룹들은 이미 자리를 잡았거나 지금 새롭게 시작하고 있거나 상관없이 학교나 가정의 숫자만큼 가지각색이다.

“인간적인, 자유의, 열린, 새로운, 대안의, 전일적인, 민주적인, 공동체적인 같은 말들이 이 다양한 형태의 학교들이 걸치고 있는 형용사들이다. 어떤 이들은 좀더 조직적이고 또 몇몇은 창조성고 자유로운 표현에 역점을 두며, 또 어떤 이들은 사실상의 민주적 과정을 중시한다. 어떤 이들은 완강할 정도로 비정치적인데 반해 일부는 이런저런 정치적 실천과제를 갖고 있기도 하고 좀더 학업을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을 띈 학교들도 있다.”(본문 중에서)

대안교육은 이런 다양한 방법론적 차이, 온갖 철학과 이데올로기가 제 나름의 빛을 비추는 이 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를 수 있는 단 하나의 테마는 ‘교육을 하는데 올바른 방법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흐름 중에 세계 여러 곳의 대안학교에 영감을 주는 몇몇 대안학교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미국 뉴욕주 알바니시에 있는 ‘프리스쿨’이다.

프리스쿨 30년, 두려움을 이기는 치유의 공동체

프리스쿨은 1969년 뉴욕주의 중심부에 메리 루와 4명의 아이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가 쓴 <두려움은 배움과 함께 춤출 수 없다>는 바로 프리스쿨의 30여년 역사 중 내밀한 장면을 담은 기록물이다.

프리스쿨의 오랜 구성원 중 하나인 크리스는 이 책을 통해 학교의 심층 역사와 학교를 넘어선 지역 공동체 속에서 학교의 역할, 그리고 전통적인 학교 교육에 대한 다양한 대안으로서의 프리스쿨의 모습을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삶의 기본을 이루는 요소인 공격성, 인종과 계급, 영성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아이들의 교육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학교가 어떻게 개교하였고, 몇 년 후에는 학생 숫자가 얼마나 늘었고 하는 방식으로 외형과 규모를 소개하는 내용은 행간을 통해 조금씩 드러날 뿐이다. 대신 크리스는 아이 한 명, 한 명의 변화에 주목하는 방식으로 이 책을 서술하고 있다. 모두 13장으로 나누어진 각 장에는 대부분 주제에 맞는 등장인물이 있다. 그리고, 그 등장인물의 변화과정을 통하여 프리스쿨이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을 도왔는지 자세하게 소개하는 책이다.

이것은 그가 심리학을 바탕으로 하여 아이들을 만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스스로 ‘라이히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라이히언이다. 무슨 뜻아냐 하면, 젊은 시절 지그문트 프로이드의 제자였고,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빌헬름 라이히의 이론에 한때 깊이 몰두했다는 뜻이다....... 더 최근 들어서 나는 프로이드의 또 다른 제자였던 칼 융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본문 중에서)

그는 라이히에게 아이를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키움으로서 불행을 미리 막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고, 융에게는 원형적이고 신비적인 차원이란 측면에서 삶을 검토하는 참뜻을 배웠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스스로 반아카데미적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고 밝히고 있다. 심리학의 영향을 깊이 받았지만, 자기들끼리 살아가기 위해 짜놓은 직업적 전문어로 요란한 세계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교육관은 삶의 경험에 기초하고 있고 또 삶이란 반드시 우리 모두에게 그 자체가 지닌 교훈을 가져다준다는 개인적 신념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본문 중에서)

따라서 이 책은 그의 이런 교육관을 근거로 하여 그가 프리스쿨을 통하여 만난 아이들과 그 아이들로 인하여 배운 것들을 정리한 기록이다. 그는 교육이란 식물을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 한다. 충분한, 공기, 물, 햇빛이 들도록 보살피고 이야기도 나누고, 노래도 불러주지만 최종산물은 인간의 통제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대안학교의 의사결정구조

저자인 크리스는 프리스쿨의 설립 초기에 여러 가지 혼란을 격은 끝에 두 가지 중요한 의사결정구조와 한 가지 원칙이 정착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나는 학교 설립과정에서 교사와 학부모들이 열띤 토론을 거친 뒤 학교 안에서 실제로 생활하는 사람만이 나날이 시행되는 학교의 운영방침을 결정할 수 있다는 합의를 본 일이다.

두 번째는 학교의 구성원은 누구라도 갈등을 해결하고 싶거나 학교의 방침을 바꾸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전체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누구든지 자기 입장을 옹호해 줄 충분한 지지자를 모으면 새로운 규칙을 만들 수도 낡은 규칙을 바꿀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는, 전체회의 제도를 프리스쿨의 ‘심장이자 영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는 학교내의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몫을 지니고 스로 책임지고 서로 의지하는 공동체로 기능하도록 해주는 장치가 되었다고 평가 한다. 실제로 오늘날 자유와 공동체를 지향하는 대부분의 대안학교는 ‘전체회의’제도를 가지고 있다.

초기 학교 설립과정에서 배운 한 가지 원칙은 바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특히, 사회경제적 계층이 서로 다른 부모들이 가진 기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운영원칙을 배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상에 문제아는 없다

책을 읽다보면, 대부분의 경우 프리스쿨은 오는 아이를 막지 않고, 떠나는 아이를 잡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아이들이 프리스쿨로 올 때 자기 스스로의 결정으로 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프리스쿨을 떠날 때는 자기결정을 통해 선택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프리스쿨의 교육과정은 자발성, 자기주도성을 가지도록 돕는 과정이다. 아이들이 자기들만의 고유한 길을 발견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돕는 것이 교육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믿지 않는다.

“네모난 나무못인 아이들을 똑같은 둥근 구멍으로 쳐 넣으면 그대로 같은 모양의 둥근 못으로 바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책에는 ‘무마사토’라고 하는 공격성향을 가진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를 둥근 못으로 만들지 않고, 네모난 못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크리스와 프리스쿨 구성원들은 세상에 ‘문제아는 없다’는 것을 배웠다는 것이다.

또한 이른바 문제아로 낙인찍힌 아이들도 얼마든지 평범하고 건강한 생활인으로 자랄 수 있다고 한다. 빌헤름 라이히의 영향을 깊이 받은 크리스지만 ‘한 번 굽은 나무는 절대로 바로 자라지 못한다’는 비유는 적절히 수정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다.

“굽은 나무들은 절대로 바로 자라지 못한다는 말은 진실이다. 그렇지만, 그 나무들이 병이나 죽음에 이를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지만 않으면 그들도 아주 놀라운 방식으로 그 불리한 조건을 이겨낼 수 있다........ 비록 좀 평범하지 않은 모습이긴 해도.”(본문 중에서)

어떤 학습과 행동에서 심각한 장애를 가졌던 열두 살 제시가 목공 도제 수업을 통해 부서진 책상과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은 굽은 나무도 놀라운 방식으로 온전하게 자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적절한 사례에 해당된다.

결국 아이들에게 ‘치료의 학교’란 아이들 내면에 원래부터 자리 잡고 있던 그 무엇을 외부로 끌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실수를 실패 경험하면서도 자기 사진을 다시 올바르게 가다듬는 방법을 배우도록 돕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두려움에 빠진 아이들, 부모들 그리고 교사들

특히, 이 책은 두려움과 배움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크리스와 프리스쿨 구성원들은 두려움이 있는 곳에서는 결코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거듭 거듭 강조한다. 아마 이 책의 제목이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가 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두려움은 두뇌가 더 높은 차원의 사고를 하지 못하게 만들며 자동적 생존반응이라는 옆길로 가게 한다. 두려움은 부모가 자식의 성장과 발전에 대해 올바르게 사고하지 못하게 막는다. 두려움에 질린 부모들은 다시 아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 두려움에 빠진 교사들이 좌지우지 하는 교실로 돌아온다.”(본문 중에서)

상과 벌에 기초해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발성을 지난 사람들이나 활동 그 자체에 만족을 얻는 사람들에 비하여 훨씬 능률이 떨어지는데, 이것은 벌과 같은 부정적인 수단이 ‘두려움’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두려움을 걷어내는 해독제는 ‘신뢰’이며, 아이들은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신념을 갖고 전폭적인 믿음을 보여줄 때 훨씬 빨리 또 쉽게 배우고 그 배움은 특정한 기간 안에 끝나지 않고 평생을 두고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삶을 농축하는 교육, 아이들이 가진 창조성, 텔레비전이 아이들의 성장에 미치는 나쁜 영향, 다른 종교에 대한 존중과 이해, 기도와 염원을 담는 영성교육에 관한 경험을 담고 있다. 또한 인종과 계급 갈등 문제, 남성성과 여성성의 조화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가르침과 배움의 경계를 허물어라

특히, 가르침과 배움의 경계를 허물어야 진정한 배움이 일어난다는 말한다. 아이들은 교사의 뒷모습을 보고 배우고, 교사는 아이들을 통해 다시 배운다는 것이다. 미술시간에는 기술과 기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어야 하고, 읽기를 가르칠 때는 책을 읽는 행위가 지닌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모델링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교사란 완전히 전일적인 모델이지 단순한 감독자나 학급관리자가 아니라는 명제는 곧 교사가 스스로 도달한 지점보다 학생들을 더 멀리 이끌어가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본문 중에서)

말하자면, 아이들은 교사의 삶을 모델로 삼아 배운다는 뜻이다. 따라서 교사는 자기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모델링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프리스쿨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경험을 담고 있다. 저자인 크리스는 바람직한 공동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공동체를 이루는 데는 수천 가지 길이 있다. 아이들이 읽고 쓰고 그리는 법을 익히는데 수천 가지 길이 있는 것과 꼭 마찬가지다. 여기서 기억해 두어야 할 사실은 무엇보다 공동체는 어떤 특정한 마음 상태를 말한다는 점이다.”(본문 중에서)

30년 이상의 프리스쿨 경험을 담은 이 책의 정수는 바로 이 대목이다.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데는 수천 가지 길이 있지만, 결국 공동체는 특정한 마음 상태에 이르는 것으로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 이 책은 누가 읽어야하는가?

“이 책이 학교를 다니는 아이를 가진 부모들과 머지않아 그 시기를 맞이할 부모들에게 가치 있는 읽을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 지금 가르치는 역할을 맡고 있거나 그런 부름에 답해볼까 생각 중인 사람들, 자기들만의 고유한 학교를 이미 열고 있거나 또 그런 학교를 꿈꾸는 단체나 개인들, 현재 아이들의 교육을 학교가 아닌 집에서 펼치고 있거나 미래에 그런 움직임에 도전해 보려 하는 사람들, 나아가서 아이들이 건강하고 전인적인 인간으로 자라는 데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이 의미가 있었으면 싶다.”(본문 중에서)

저자의 바람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직접 책을 읽어보니 부모와 교사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 틀림없다.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 - 10점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지음, 공양희 옮김/민들레







Trackback 0 Comment 2
  1. 핑구야 날자 2009.04.20 21:21 address edit & del reply

    중딩 1년의 애비로써 여간 고민되는 일입니다.

    • 이윤기 2009.04.21 08:32 신고 address edit & 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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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생활이 힘들 때가 있어도,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감 같은 것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부모 역할은 결국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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