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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종합운동장을 옮긴다구요?

by 이윤기 2009.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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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4일 경남도민일보에는 '마산종합운동장 이전, 장기과제 검토', 경남신문에는 '마산종합운동장 이전해 공원만들자' 라는 제목의 종합운동장 이전 관련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제안을 한 허남팔의원이 손 꼽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번 째는 마산종합운동장이 시설이 노후화 되었다는 것이구요. 두번 째는, 도심에 공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종합운동장 자리에 공원을 만들자는 제안입니다.

이에 대해, 황철곤 마산시장은, "현 종합운동장은 노후화로 보수비가 과다하게 지출되고 전체시설이 좁아 이전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고, 아울러 "지난해 종합운동장 전체 수입은 17억 8200만원, 지출은 41억 1000만원23억 2800만원의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했다"고 답하였더군요.




그런데, 마산종합운동장 이전하여 새로 종합운동장을 건립하는 것은 바람직한 도시계획이 아닙니다.

첫째, 마산종합운동장 시설이 노후화 된 것은 고쳐 사용하면 됩니다. 그동안 체육관(80년) 야구장, 주경기장(82년)에 완공 된 후에 시설 개선 사업에 적지 않은 예산을 쏟아부었습니다. 최근에만 하여도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경기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하고, 도민체전 개최 등을 이유로 막대한 보수비를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경기장에 야간 경기를 할 수 있는 조명탑도 세웠고, 전광판도 바꿨지요. 불과 몇 년 전입니다.

그런데, 마치 지난 30년 동안 한 번도 시설 개선을 하지 않은 것처럼 단순히 30년이 되었으니 노후화 되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30년 동안 막대한 유지 보수비용을 투자하고도, 시설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면, 이런 상황에 이르게 한 많은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콘크리트로 지은 마산종합운동장 100년은 사용해야 한다.

둘째, 마산 시장께서는 "노후화로 보수비가 과다하게 지출되고 시설이 좁아 이전 필요성"이 있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보수비가 많이 든다고 하더라도, 종합운동장을 이전하여 새로 짖는 것 보다 더 많이 들기야 하려구요. 마산은 늘 예산 부족과 예산 적자 타령을 하는 도시입니다. 그런데, 종합운동장을 새로 지어야 하는 명백한 이유도 없는데, 새로 짖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아울러 적자 문제를 함께 언급하셨더군요. 그런데, 기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시설이 노후화되어 적자라는 주장은 엉터리입니다. 지출 중에서 31억 5500만원이 인건비입니다.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인건비이지 시설 때문이 아닙니다.

따라서, 마산종합운동장를 새로 짖게 되면, 적자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자가 더 크질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 보다 더 큰 규모의 운동장을 짖게 되면, 더 많은 인건비가 지출될 것은 뻔한 이치입니다. 그리고, 체육시설의 특성상 새 건물을 짓는다고 하더라도 유지 관리비가 별로 줄어들지 않습니다. 3~5년만 지나면 마찬가지로 유지관리리용이 지출 될 것 이 뻔합니다.

셋째,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지금 보다 더 좋은 시설의 운동장을 새로 만들면, 과연 수입이 더 늘어날 수 있느냐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작년에 17억 8200만원의 수입이 발생하였다고 하는데, 새로 수 천억원을 들여서 종합운동장을 지으면 얼마나 더 많은 수입이 발생할 수 있을까요? 

※최근 신축하는 시흥종합운동장이 건축 비용이 2007년 기준으로 1천820억원이라고 합니다. 야구장을 제외한 종합운동장 건축비용이니 마산의 경우에는 3000억원 이상이 들어갈지도 모를 일 입니다.

프로야구 경기, 프로축구 경기가 얼마나 늘어나서 운동장 활용율을 높일 수 있을까요? 인근 도시 창원에 대규모 축구센터 곧 완공될텐데...마산에 새로 종합운동장을 지으면 마산에 경기하러 오는 일이 생기기는 할까요?

넷째, 시 외곽으로 이전하겠다는 발상도 문제입니다. 현재, 마산종합운동장은 시내 복판에 있기 때문에 부족하지만, 생활체육시설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테니스 동호인, 배드민턴 동호인, 축구동호인을 비롯한 많은 생활체육 모임이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산종합운동장이 시 외곽으로 이전하게 되면, 차를 타고 장시간 이동함으로써 교통혼잡은 물론이고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 뻔 합니다. 따라서, 종합운동장 이전은 결코 '친환경 녹색성장'의 방안이 될 수 없는 것이지요.

지금 마산에 필요한 것은 대규모 종합운동장을 새로 짓는 것이 아닙니다. 동네 마다 족구장 크기의 조금만 운동장을 만들어서 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얼마전에 마산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 인조잔디를 깔고 나서부터 축구경기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되었습니다. 축구 동호인들이 아니면 일반 시민들은 이 운동장을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렸지요. 다른 체육대회도 할 수 없고, 달리기도 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축구만 할 수 있게 되었지요.

마산시 체육행정은 지방자치와 주민참여라는 시대정신을 무시하고 거꾸로 가고 있는 셈입니다. 지방자치 이후에 많은 도시에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생활체육 공간을 확대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입니다.

제발 멀쩡한 종합운동장을 이전하여 시민들이 낸 세금을 낭비하는 일을 벌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산에 도심공원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공설운동장을 뜯어내지 않고 다른 방법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마산공설운동장은 잔디가 심어진 공원은 아니지만, 지금도 이미 공원과 같은 오픈 스페이스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