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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생태, 환경

원자력, 결코 값싼 청정에너지가 아니다 !

by 이윤기 2009.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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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블로그를 통해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다룬 '원자력 발전소, 10년 마다 폭발한다면?'이라는 기사를 포스팅하였습니다. 원자력 발전소에 찬성하는 많은 댓글이 익명으로 달렸더군요. 대체로 체르노빌 사고를 일반화 시키지 마라, 원자력 외에 대안이 없다 같은 의견이 많았습니다.

2009/06/14 - [책과 세상] - 원자력발전소, 10년마다 폭발한다면?

각각의 댓글에 답하는 대신 예전에 오마이뉴스에 썼던 헬렌 칼디코트가 쓴 <원자력은 아니다>라는 책의 서평을 포스팅합니다.



[서평] 헬렌 칼디코트가 쓴 <원자력은 아니다>



헬렌 칼디코트가 쓴 <원자력은 아니다>는 원자력을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값싼 청정연료'라고 홍보하고 있는 원자력산업계의 홍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책이다. 지은이 헬렌 칼디코트는 호주 출신의 의사로서 핵에너지, 핵무기, 원자력에 반대하는 세계적인 반핵운동가이다.

미국에서 '핵폐기를 위한 여성행동'을 창립하여 핵에너지에 지원되는 정부예산을 사회적으로 더욱 필요한 곳에 쓰자는 운동을 펼쳤고, 사회적 책임을 위한 의사회, 핵정책연구소 등에서 대표로 활동해오고 있다.

그녀가 쓴 책은 미국 사례를 중심으로 원자력 발전이 결코 값싼 청정에너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폭로하고 있으며, 원자력 발전으로 인하여 파생되는 플루토늄과 핵무기 확산의 위험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헬렌 칼디코트는 미국 사례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오늘날 지구촌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세계시민사회의 존망을 결정할 만큼 결정적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또 헬렌은 이 책의 많은 지면을 할애해 원자력 발전의 위험과 경제성 논리의 허구성에 대하여 폭로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그녀의 비판은 4곳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20기의 원자로를 가동 중인 우리나라 상황에서도 관심 가지고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원자력은 원자력산업이 주장하는 것처럼 환경친화적이거나 청정하지 않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화석연료의 막대한 양이 원자로 운영에 필요한 우라늄을 채굴하고 정련하는데 사용되며, 육중한 콘크리트 원자로 건물을 건설하고 핵반응과정에 의해 생성되는 유해 방사성 폐기물을 운송하고 저장하는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원자력이 값싼 에너지란 주장은 터무니없는 '홍보'

원자력 발전은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를 필요로 한다. 이때,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온실 가스인 이산화탄소(CO₂)가 대기중에 방출될 뿐만 아니라 우라늄을 농축하는 동안 지금은 금지된 프레온가스도 상당량 방출된다. 프레온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1만~2만 배 더 치명적인 온실가스이며 오존층 파괴물질이다.

현재 원자력발전은 기존의 화력발전에 비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3에 불과한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70~80년 사이에 농도가 높은 우라늄 광석을 모두 사용하고 나면, 농도가 낮은 광맥에서 우라늄을 추출해야하기 때문에 더 많은 화석연료를 소모하게 될 것이다.

헬렌은 "한정된 부존자원인 우라늄을 채굴하고 농축하는 데,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가 필요하므로 10~20년 내에 원자력에너지를 적자에서 흑자로 돌릴 수 없다"고 강조한다. 결국 원자력 발전소는 기존의 화력 발전 및 수력발전소와 동일한 양의 온실가스와 공기오염물을 방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헬렌 칼디코트는 원자력 발전이 값싼 에너지라는 것에 대하여도 터무니없는 홍보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원자력은 터무니없이 비싸고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의회가 2005년 에너지 법안에서 130억 달러를 원자력산업을 소생시키기 위한 비용으로 지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매년 원자력 산업을 소생시키기 위하여 10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원자력산업은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지탱할 수 없는 사업이며, 월스트리트의 투자가들은 아무도 원자력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

원자력발전소와 관련된 대표적인 잘못된 예측사례는 시브룩 원자로 사례이다.

"뉴햄프셔의 시브룩 원자로는 1976년 8억 5000만 달러의 비용으로 6년 안에 완성되도록 계획되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70억 달러를 쏟아 부었고 1990년 완성될 때까지 14년이 걸림으로서 시민들의 격렬한 항의에 부딪혔다." - 본문 중에서

실제로 원자력발전소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건설비용의 초과와 연기, 혹은 취소, 기준미달의 가동성능, 방사성폐기물 영구저장소 결정의 어려움 등으로 납세자들의 세금을 탕진하는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양상 경제적 합리주의와 '자유시장' 원리를 고집하는 선진국들이, 시작부터 막대한 정부보조금 없이 유지될 수 없는 원자력에 대해 납득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정적이라는 것"이 지은이의 지적이다.

원자력발전, 정부 지원 없이 유지할 수 없는 사업

원자력산업의 전망이 밝지 않은 것은 채굴 가능한 우라늄의 세계적 공급량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에서도 기인한다. 만약 전 세계의 전기생산이 핵에너지로 대체된다면, 우라늄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은 9년도 못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농도가 높은 우라늄을 모두 채굴하고 나서 농도가 더 낮은 우라늄 광석을 사용하게 되면, 화석연료를 직접 연소시키는 것보다 우라늄 농축에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오늘날 원자력발전소는 테러나 무장공격 등의 명백한 목표물로서도 위험한 존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 하더라도 비행기, 폭탄테러, 무장공격 등 다양한 테러의 목표물이 되었을 경우, 일어나는 원자로 용해는 인구 밀집 지역의 수십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며칠 또는 몇 년에 걸려 방사선 질환이나 암, 백혈병, 선청성 기형 또는 유전적 질환으로 고통스럽게 죽게 될 것이다.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미국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은 여전히 9·11테러 이전과 같은 해이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운전수명을 다한 원자로를 해체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역시 미지수다. 운전수명을 다해 실제로 완전히 해체된 원자력 발전소가 아직까지 없기 때문에 폐로와 해체에 대한 에너지 비용의 유용한 근거자료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는 것.

"방사능으로 심하게 오염된 거대한 건물은 해체가 시작될 실제 과정 이전에 10년에서 100년 동안 위험이나 외부침입에 대해 경비를 강화해 보호해야만 한다. 충분한 시간 동안 방사성 붕괴가 된 후에 원자로는 원격조정 등에 의해 작은 조각들로 분해 되어야 한다. 방사능이 남아 있는 조각들은 용기에 포장해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최종 처리를 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가진 또 다른 위험은, 발전소가 기본적으로 원자폭탄 제조공장이기 때문이다

"1000메가와트의 원자로는 1년에 500파운드의 플루토늄을 생산한다. 하나의 원자폭탄을 만드는 데는 10파운드의 플로토늄이 필요할 뿐이다. 원자로급 플루토늄으로 만들어진 조잡한 원자폭탄 한 개만으로도 도시 하나를 황폐화시키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므로 원자력발전소를 확보한 임의의 비핵무기 국가는 원자폭탄을 보유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 본문 중에서

원자력선진국이 원자력기술을 판매하는 것은 결국 핵무기 제조기술을 수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저런 조약을 동원하여 비핵화, 핵동결을 결의한다 하더라도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결국 핵무기 제조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과 다름 없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원자폭탄 제조공장이다

지난 1972년 미국원자력위원회는 2000년까지 사용한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재처리공장과 증식로뿐만 아니라 1000개의 원자력발전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그렇지만, 2000년까지 103기의 원자로만이 건설되었고, 증식로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소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원자력 발전이 시작된 지 65년이 넘었지만 원자력산업계는 아직도 치명적인 방사성 폐기물의 막대한 양에 대하여 책임을 진적이 없으며, 발전소가 가동되는 만큼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 본문 중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하면 여러 가지 방사성 폐기물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다. 이 폐기물은 핵무기를 위한 플루토늄의 생산과 원자로들로부터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로서 여전히 높은 수준의 방사능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한 개 사용 후의 핵연료 집합체는 히로시마 원폭으로 인한 장수명 방사선의 양보다 10배나 더 많은 방사선을 함유한다. 미국은 현재 유카산에 저장소를 건설하려고 하는데, 이러한 집합체 14만 개를 수용하도록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하기 위한 저장소의 지질학적 요구조건은 적어도 50만 년 동안 폐기물의 누출과 침출이 없어야 한다. 물론 지진이나 화산활동,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장소이기도 해야 한다.

또 운반에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론적으로 미국의 여러 곳에 있는 사용 후 핵연료 7만미터톤을 고속도로와 철도를 이용, 유카산 저장소로 모두 운반하는 데는 자그마치 30년이 걸린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사용 후 핵연료 수송용기인 캐니스터는 여러 가지 결함을 노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원자력발전소는 결코 안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어느 곳에서도 안전하게 사용 후 핵연료를 처리 할 수 있는 방법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원자력은 오늘 날 우리의 조명을 밝혀줌으로써 내일의 후손들에게 방사능이라는 유물을 유산으로 물려주는 셈이다."

헬렌 칼디코트가 쓴 <원자력은 아니다>에는 이 글에 소개하지 못한 원자력발전의 위험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를테면, 원자력발전소 건설기술이 발달하는 것은 안전보다는 건설비용을 줄이는데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기술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제4세대 원자로에 대한 경고와 같은 내용이다.

또 핵무기와 관련하여, 이란이나 북한에 대한 정책과 이스라엘, 파키스탄이나 인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다르게 집행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파헤치고 있다. 아울러 원자력발전에 대한 대안으로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을 폭넓게 소개하고 하고 있다.

헬렌 칼디코트의 해답은 의외로 간단명료하다. 원자력 발전에 집착하는 여러 정부들이 원자력발전을 지원하는 보조금만큼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한다면, 인류는 가까운 장래에 원자력 발전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원자력은 아니다 - 10점
헬렌 칼디코트 지음, 이영수 옮김/양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