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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생태, 환경

앨 고어의 경고, 지구는 비상사태

by 이윤기 2009.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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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가정은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불편한 진실>을 읽으며 만약 그 때 더 많은 표를 얻고도 당선되지 못한 앨 고어가 미국대통령이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외신을 통해 선거 소식을 들으며 미국대통령선거제도가 참 한심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앨 고어가 누구인지?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지 못했다.

만약 그가 대학시절부터 환경운동에 투신해온 환경운동가이면서 환경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진 정치인인줄 알았다면 그가 당선되지 못한 것을 지금보다 더 아쉬워하였을 것이다.

앨 고어가 쓴 <불편한 진실>은 같은 제목의 영화와 책으로 소개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영화로도 한번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지방도시에는 영화가 개봉되지도 않고 지나가 버렸다.

2006년 5월말 미국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은 2000만 관객이 관람하면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맥도널드 햄버그를 다룬 다큐멘터리 <슈퍼 사이즈미>를 제치고 역대 다큐멘터리 3위에 올랐다고 한다. 같은 제목의 책 <불편한 진실> 역시 8월에 <뉴욕타임즈>가 집계한 페이퍼북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고 한다.

<불편한 진실>은 영화에 곁들여 낸 책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지구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하여 전 세계를 돌며 진행한 1000회가 넘는 슬라이드 강연을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같은 제목의 영화 역시 슬라이드 강연을 들은 영화제작자의 제안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에겐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아 있을까?

책 속에서 앨 고어는 지구온난화 문제가 더 이상 정치적인 영역에서만 다루어질 수 없으며, 현대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도덕적 반성이 필요한 문제임을 제기한다. 그의 슬라이드 강연 내용을 담은 이 책은 조만간 닥쳐올, 아니 이미 시작된 지구의 위기로부터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왜 <불편한 진실> 인가? 화석연료로 지탱하는 산업화와 인류의 소비문명 뒤에 불편한 진실이 감추어져 있다. 불편한 진실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일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꼭 알아야 할 진실’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 무언가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진실이다.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고 지금 당장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훨씬 더 불편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불편한 진실>에는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잘 설명해주는 개구리 실험이야기가 나온다.

“끊는 물이 담긴 통에 개구리를 넣으면 개구리는 곧 바로 뛰쳐나온다. 개구리는 순간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개구리를 미지근한 물에 넣고 서서히 물을 데우면, 개구리는 위기가 코앞에 닥칠 때까지 꼼짝 않고 앉아 있는다.”(본문 중에서)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이 바로 이렇다. 우리는 과연 개구리보다 나을까? 우리는 물이 끓어 넘치는 순간에야 닥친 위험을 감지하는 개구리보다 훨씬 민감할까?

1970년에만 해도 눈으로 덮여 있던 킬리만자로의 빙하는 30년만에 모두 녹아 버렸으며, 1980년 이래, 알래스카의 컬럼비아 빙하가 녹아 해안선이 후퇴하고 있다. 페루의 안데스산맥에서도, 아르헨티나의 웁살라에서도, 스위스 알프스산맥에서도, 그리고 세계인구 40%의 상수원이 되고 있는 히말라야에서도 빙하가 사라지고 있다.

지구는 점점 더워지고 있으며 최근 25년 중에서 20년은 지구가 온도 측정 이래로 가장 더웠던 해이며, 지구 역사 이래 가장 뜨거웠던 해는 바로 2005년이었다고 한다. 2003년에는 유럽에 끔찍한 더위가 닥쳐 무려 3만 5천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구는 육지뿐만 아니라 바다도 따뜻해지고 강력한 허리케인과 태풍이 불어닥친다. 지구온난화는 실제로 허리케인과 연관되어 있어 허리케인의 강도와 지속력 그리고 발생빈도를 높인다고 한다. 2006년 호주에서는 관측역사상 가장 강력한 사이클론이 발생하였으며, 남대서양에서 사상 최초로 허리케인이 발생하여 브라질을 강타하였다는 것이다.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도시 하나를 완전히 삼켜버렸다. 같은 시기에 유럽의 도시들은 집중호우로 물에 잠겼으며, 인도에서는 하루 동안 94㎝의 비가 내려 1000명이 넘게 죽었다.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지만 중국의 다른 지역은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고 한다. 심각한 기후변화로 말미암아 나이지리아와 카메룬을 끼고 있는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호수 ‘차드 호’는 지구상에서 증발해가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특히 민감한 곳은 남극과 북극이다. 마치 탄광의 카나리아처럼 위기의 예언자 역할을 하는 곳들이다. 지구온난화가 북극에 끼친 영향의 가장 가시적인 결과는 얼음이 빠르게 녹고 있다는 것이다. 북극의 기온은 전 세계 어느 곳보다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북극에서는 빙붕이 갈라지고 ‘영구 동토’ 중 상당 부분이 녹기 시작하여 집과 건물이 무너진 곳도 있다. 영구동토에 건설된 알래스카는 동토층이 녹아 침하하고 있으며, 연간 80일밖에 운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북극, 남극이 녹으면 급격한 기후변화와 해수면이 상승

북극이 녹으면 지구 전체의 기후 패턴이 심대하게 달라진다. 북극이 녹아 ‘전지구적 해양 대순환 벨트’에 변화가 오면 약 1만 년 전과 같은 빙하기가 닥칠지도 모른다. 이러한 변화는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나타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는 바다생태계도 변화시킨다. 전 세계적으로 산호초가 사라지고 있으며, 역사상 두 번째로 더웠던 1998년에만 전 세계 산호초의 약 16%가 죽었다. 그 결과 생물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바다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북극뿐만 아니라 남극의 얼음도 녹고 있다. 태평양 저지대 섬들에 사는 사람들은 해수면 상승 때문에 집과 땅이 바다에 잠기고 있다. 남극과 그린란드가 녹거나 부서지는 질지도 모른다고 한다.

“만약 그린란드가 녹거나 부서져 바다로 흘러든다면, 아니 그린란드의 절반이나 남극의 절반이라도 녹거나 부서져 바다로 흘러든다면, 전 세계 해수면은 5.5m에서 6m 상승할 것이다.”(본문 중에서)

<불편한 진실>에서 앨 고어는 앞으로 이러한 일이 현실이 되면 세계지도를 완전히 다시 그려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의 책에는 플로리다의 절반이 사라진 지도, 샌프란시스코만 네덜란드 해안,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 일대, 인도, 뉴욕의 지도를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네덜란드는 지도에서 사라지며,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는 60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인도의 캘커타와 방글라데시 역시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구와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달은 지구를 더욱 빨리 황폐화시키고 있다. 관개농업과 산업화로 강물이 말라가고 있으며, 카자흐스탄의 아랄 해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앨 고어의 경고 "지구는 지금 비상사태에 처해 있다"

앨 고어가 쓴 <불편한 진실>은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가 어떤 것인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에 대해 알려주며 경고하고 있다. <불편한 진실>은 복잡하거나 전문적인 자료가 담긴 어려운 책이 아니다. 우리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를 간결하지만 단호하게 알려주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더 이상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위기에 처했다는 증거 자료는 넘쳐난다. 이것은 찬반으로 나뉘어 이데올로기적 격론을 벌일 사안이 아니다. 지구는 하나뿐이고 우리는 모두 그 위에서 미래를 공유한다. 지금 우리는 전 지구 차원의 비상사태에 처해 있다. 이제 우리 스스로 떨쳐 일어나 인류의 미래를 지킬 때가 된 것이다.”(본문 중에서)

“지구의 기후는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빨리 바뀌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보자면 점진적인 변화일지 모른다. 하지만 지구의 역사에서 본다면 거의 빛의 속도로 벌어지는 일이다.”(본문 중에서)

앨 고어의 주장처럼 불편한 진실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다. 불편한 진실들은 외면할수록 그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진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바로 우리 자산이다. 어떤 물건을 사고, 얼마나 전기를 쓰고, 어떤 차를 몰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깨달아야만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책은 원래 앨 고어가 2000년 대선에서 낙선한 후에 세계 각지를 돌며 행한 1000여 회의 슬라이드 강연을 바탕으로 씌어진 책이다. 슬라이드 강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답게 쉽게 볼 수 없었던 진귀한 사진들 그리고 지구의 위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통계와 그래프들로 가득하다.

아폴로 우주선에서 찍은 아름다운 지구 사진, 3년 동안 찍은 3000여장의 지구 위성사진 중에서 구름이 없는 청명한 지구표면 사진만을 모아서 합성한 지구 사진, 눈 덮인 킬리만자로와 북극과 남극 사진, 지구의 밤 풍경을 조합한 위성사진이 바로 그것들이다. 지구온난화로 위기에 처한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동원한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는 재미는 이 책을 보면서 얻는 덤이다.


불편한 진실 - 10점
앨 고어 지음, 김명남 옮김/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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