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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반대(?)만 하는 시민단체, 기업-주민 갈등 해결

by 이윤기 2009.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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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였습니다." 

최근, 마산에서 두 달 가까이 끌어오던 기업과 지역주민 사이의 지하수 취수와 공장 확장에 따른 갈등을 원만한 합의로 이끌어낸 허정도씨의 이야기다.  그는 건축가 출신의 도시 전문가이면서 시민단체인 한국YMCA 대표와 경남도민일보 대표이사를 지낸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이러한 그의 남다른 경력이 지역주민과 기업의 갈등을 해결하는 중재 역할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이번 사태 해결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평가다.

허정도 전 대표는, 지하수 취수 문제를 쟁점으로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뻔한 지역주민과 진로소주 마산공장의 갈등을 40여 일 동안의 중재활동 끝에 아름다운 동행으로 이끌어냈다. 기업-주민의 갈등 해결을 위한 중재자로 나선 그는, "회사와 지역 주민을 만나보니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였다"고 한다.

▲ 왼쪽부터, 윤기노 진로 마산공장 사장, 한철수 상공회의소 회장, 허정도 전 대표, 이영숙 주민대책위원장


"이미 서로 불신의 골이 깊었습니다. 회사는 주민들이 피해를 침소봉대하여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주민들은 업종 전환을 통한 무분별한 추가 확장, 취수량 증가로 인한 지하수 고갈 등에 대한 불안과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기업을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회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쉽게 버리지 못하였습니다."

그는, 진로소주 관계자들에게는 "주민들이 보상금을 노린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라 것을", 주민들에게는 "회사가 주민들에게 감추고 속이는 것이 없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설득하여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취수량이 많지 않아 지하수 고갈 주장은 억지라고 생각하는 진로 측에 "회사 관계자들은 10~20년 후 이 공장을 퇴직하면 그만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평생을 그리고 후대까지 살아가야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이해시킴으로서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고 신뢰를 회복해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쟁점이 되었던 것은 1일 평균 취수량, 지역 주민들은 1일 취수량 200t을 고집하였고, 회사측은 300t를 고수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었으나 막판에 주민들이 1일 취수량 250t을 받아들임으로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 진로소주 공장을 방문한 진전면 평암리 주민들


 
진로와 평암리 주민들은 두 달간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지난 25일, ▲ 취수일지와 취수량 공개 ▲ 업종 전환 및 공장 추가확장 금지 ▲ 교통대책 수립 등의 협약안에 합의하고 마산상공회의소에서 '상생협약 체결식'을 진행하였다.

허정도 전 대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진행하고 있다는 기업과 대대로 살아가야 할 삶터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관철시키려는 주민 갈등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기 일보직전 마산상공회의소를 통해 갈등 중재를 요청받았다는 것.

마산상공회의소 한철수 회장은, "언론사 대표로서 기업인으로 상공회의소 활동을 함께 하였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인정 받는 시민단체 대표를 지낸 인물이기 때문에 기업과 주민의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하고 그에게 일을 맡겼다고 한다.

한 회장은 "결과가 좋아서 기쁘다. 상공회의소가 기업 이익만 대변하는 단체로 인식되었는데, 이번 진로공장 사례가 마산에서 기업과 주민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상생을 도모하는 바람직한 사례로 확산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피력하였다.

한편, 산업단지 반대 대책위를 이끌었던 송창우 위원장도 신뢰 회복이 관건이었다고 한다. "사실, 주민들 입장에서는 회사측에서 내놓은 합의안의 진정성을 쉽게 수용하기 어려웠다. 한국YMCA 대표와 언론사 대표를 지낸 허 전 대표가 중재자로 나섰기 때문에 신뢰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것.

▲ 평암리 주민들이 진로소중 공장을 견학하고 있다.  


  
기업-주민 갈등, 전화위복 후 마을공동체 활성화 계기

우여곡절 끝에 이번 갈등은 전화위복이 되고 있다. 지난 1일, 원만한 합의를 통해 상생협약이 체결된 것을 기념하며 진로소주 마산공장에서 평암리 주민들을 초청하여 공장견학과 상생화합 잔치를 개최하였다.

마을 한 복판을 차지하고 있는 공장이지만 거대한 섬처럼 지역주민들과 남남처럼 지냈는데, 이 날은 공장문을 활짝 열고 주민들을 맞이하였다. 회사직원들이 달려 나와 마을주민들을 안내하고 함께 소줏잔을 기울이고 한솥밥을 먹으며 화기애애한 웃음꽃을 피웠다.

2시간 남짓 잔치를 마칠 때쯤엔 싸우면서 정든다고, 다시 만날 약속을 하기 바쁘다. 사장님, "저희 집에 한 번 놀러 오이소. 차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예, 앞으로는 저희도 마을 주민입니다. 경조사 있으면 꼭 연락해주세요"하고 마음을 나누는 이웃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