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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

성산일출봉에서 달인을 만나다.

by 이윤기 2008.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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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5일 새벽, 시민운동가 인터넷 리더십 연수에서 만난 활동가 몇 사람과 성산일출봉에 해맞이를 하러갔다. 맑은 날씨였지만, 바다 위 구름이 완전히 걷히지 않아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해는 구경을 못했지만, 구름 사이로 빨갛게 오르는 일출 구경을 잘 하였다.

새벽부터 옹기 종기 모여 앉아서 해맞이를 하던 사람들은 DSLR, 똑딱이 디카, 휴대폰카메라까지 모두 꺼내서 구름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잠시 후 해가 구름위로 완전히 솟아오르자 이번에는 함께 성산 일출봉에 오른 가족, 친구들과 함께 여기 저기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서로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던 사람들은, 같이 온 가족, 친구와 다같이 사진을 찍으려고 낯선 주변사람에게 촬영을 부탁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그런데, 이때 '새마을' 조끼를 입은 할머니 한 분이 자진해서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나선다.

글쎄 외모로 짐작되는 연세로 보다 디지털 카메라를 잘 다룰 수 있을까하는 염려가 되었지만, 어라 그게 아니었다. 카메라를 잡은 할머니는 아주 단호하게 '피사체'들을 이리 저리 옮기라고 명령한다.  40년간 성산일출봉을 지켜온 그 권위(?)에 누구도 명령을 거절하지 못하고, 할머니가 가서 서라고 한 자리에 가서 서서 사진 찍힌다.

보통 한 팀에게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보통 3~4장의 사진을 찍어주는데, 그 때마다 피사체들에게 자리를 옮기라고 하고, 당신께서도 가장 좋은 각도에서 촬영할 수 있는 위치로 옮겨다닌다.

바위위에도 올라서고, 계단에도 올라서고.....

이렇게 할머니가 사진 찍는 모습을 본 사람들 중 여럿이 할머니께 사진촬영을 부탁한다. 할머니는 어떤 카메라도 '그침'이 없다. 주인에게 셔터가 어느 그냐, 줌은 어느 그냐하고 물어보는 일도 없다. 관광객들이 들이미는 어떤 카메라도 주저 없이 받아서, 여기가서 서라고, 저기 가서 서라고 명령(?)을 한다.

나중에 해맞이를 왔던 사람들이 대부분 내려가고 난 후 할머니에게 커피와 음료를 주문했다. 차 한 잔을 마시며 물었더니, 매일 아침 성산 일출봉에 올라와서 차와 음료 간단한 간식을 팔면서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주었다고 한다.

언제부터하셨냐고 물었더니, 1967년부터 시작했으니 40년이 넘었다고 한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매일 아침 40년을  찍었으니 어찌 달인(?)이 안될 수 있었을까?  개그콘서트 나오는 김병만은 대충 16년씩 한 가지 일만하고 나와서 달인이라고 하는데.... 성산 일출봉에서 사진찍는 이 할머니는 진짜 달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