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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칼럼

학교의 주인은 누구인가?

by 이윤기 2009.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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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마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지역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학교운동장에 인조잔디 공사를 하는 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시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일부 학부모들과 교직원들이 참여한 투표를 통해 인조잔디 설치를 전격 결정하였습니다.

<관련기사>
2009/11/27 - [세상읽기] - 천연잔디는 인조잔디의 대안인가?
2009/11/26 - [세상읽기] - 초등생 학급회의 보다 못한 학부모 총회
2009/11/24 - [세상읽기-교육] - 인조잔디 운동장 결정 시민단체 낚였다.




인조잔디를 시공하는 데는 5억여 원의 공사비가 들어가고, 5~6년 후에 인조잔디 폐기물이 처리하는데 다시 5억여 원이 들어야 하며, 새로 인조잔디를 설치하기 위해서 또 5억여 원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결국, 미래에 5~6년 후에 이 학교를 다니거나 근무하게 될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엄청난 짐이 될 것이 뻔한 인조잔디 설치 결정을 현재의 학부모들과 교직원들이 눈앞의 이익만 보고 결정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심지어 장래에 일어나게 될 막대한 폐기물 비용과 재설치 비용, 그리고 환경오염 물질 배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였던 시민, 환경단체 실무자들은 “왜 남의 학교 일에 시민, 환경 단체가 나서서 감나라 배나라 하고 관여하는가?”하는 질타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도대체 학교의 주인은 누구인가 하는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보통 교육의 주체는 학생, 교사, 학부모를 교육의 3주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사회적 공공기관인 학교는 이른바 교육의 주체라고 하는 학생, 교사, 학부모가 배타적으로 모든 권리를 행사하고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5~6년 후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철거해야 한다는 시민환경단체의 지적에 대하여, 어떤 학부모께서는 “그 때가 되면 우리 아이는 이미 졸업하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하였습니다. 참으로 무책임한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이번 인조잔디 설치 결정을 한 분들은 대부분 5~6년 후에 벌어지는 일에 대하여 책임 지지 않을 사람들입니다. 5~6년이 지나 인조잔디가 폐기물이 될 즈음엔 지금 아이들은 모두 졸업할 것이고 교직원들도 대부분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을 것 입니다.
조금만 미래를 생각해봐도 학교의 주인은 지금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나 그 부모들, 그리고 지금 근무하는 교직원들이라고 말 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학교는 지역사회 구성원의 공동소유이다.

특히, 인조잔디라고 하는 미래의 오염물질, 폐기물 배출 시설을 설치하는 문제를 지금 이 시점에 학교에 근무하는 교직원이나 우연히 지금 이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만이 결정할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이 학교는 지역사회구성원들이 낸 세금으로 세워지고 운영되었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이런 취지 때문에 학교운영에 대한 법적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에는 교사, 학부모뿐만 아니라 반드시 지역위원이 운영에 참여하도록 되어 있을 것입니다.

학교도 도시도 심지어 내가 살고 있는 내 집도 먼 미래를 생각해보면 영원히 나의 소유인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수많은 조상들과 수많은 후손들과의 공동 소유 기간 중에서 내가 주인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기간은 아주 짧은 시간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역사적 관점으로 보면, 학교운동장 뿐만 아니라 그 어떤 것이던지 지금 내 소유이거나 내가 마음대로 결정 할 수 있다고 하여, 그것이 영원히 내 것 인양 내 마음대로 결정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KBS 창원 라디오 생방송 경남 2009. 12. 8 방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