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주강현이 쓴 <강치야 독도야 동해바다야>
일본이 독도 영주권 주장을 할 때마다, 혹은 지난 2005년 봄처럼 시네마현 의회가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했을 때에도 많은 국민들이 독도 때문에 분노하고 독도를 지키는데 앞장서겠다는 애국심을 마음에 새겼을 것입니다. 한일합방 100주년을 맞는 올 해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런데 과연 우리는 독도에 관하여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가수 정광태가 불러 히트곡이 된 노래, 독도문제가 쟁점이 될 때마다 다시 불리는 노래 <독도는 우리땅> 가사에 나오는 내용보다 독도에 관하여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서평을 쓰는 저 역시 독도에 대하여 알고 있는 것은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 백리…"로 시작되어 4절까지 이어지는 이 긴 노래의 가사만큼 뿐이었습니다. 아니 노래가 한 곡 더 있군요. 가수 신형원이 불렀던 <홀로 아리랑>이라는 노래 가사에도 '독도'가 나옵니다. 딱 그만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강현 선생님이 쓴 <강치야 독도야 동해바다야>는 독도에 관심 있는, 독도가 우리 땅이며, 독도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참 의미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제목과 표지에 등장하는 '강치'는 무엇일까요? 독도에는 하얀 털을 지닌 아름다운 물개가 많이 살았다고 전해지는데, 이것이 강치라고 합니다. 어부들은 강치를 '가제'라고도 불렀는데, 독도는 '가제도' 또는 '가지도'라고 불리기도 했다는군요. 독도에는 '가제바위'라는 바위가 서도에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독도에 살던 강치는 가죽을 얻기 위해 마구잡이로 잡아들인 일본 어부들에 의해 '싹쓸이'되어 지금은 독도뿐만 아니라 우리 땅 어디에서도 강치를 볼 수 없다고 합니다. 독도에서 사라진 강치를 발굴해 예쁜 캐릭터로 어린이들과 만날 수 있게 하신 분이 바로 이 책을 쓰신 주강현 선생님입니다.
주강현 선생님은 <우리문화의 수수께끼>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분입니다.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연구를 해오신 분으로 <강치야 독도야 동해바다야>는 주강현 선생님이 어린이들을 위해 쓴 '독도 이야기'입니다. 주 선생님은 독도에서 멸종된 강치와 함께 울릉도, 독도와 동해의 숨은 역사와 일본의 독도 침탈 역사를 소개합니다.
사실, 어린이들을 위해 쓴 많은 책을 읽어보면 어른들도 모르는, 혹은 바쁜 어른들은 까맣게 잊고 사는 중요한 일들을 깨우쳐주는 책이 많습니다. 주강현 선생님의 <강치야 독도야 동해바다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린이들을 위해 쓴 책이라고 하지만, 이 책의 많은 내용은 어른들도 몰랐던 중요한 사실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독도는 작은 섬이 아닙니다
저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정말 독도가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작은 섬에 불과 한 줄 알았습니다. 독도의 해저 지형도를 이번에 처음 보았으니까요. 바다 밑에 잠긴 부분까지 치면 독도의 크기가 울릉도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울릉도는 물속에 잠긴 부분이 뾰족하고 좁은 데 비해, 독도는 물속에 잠긴 부분이 아주 큽니다. '빙산의 일각'이란 말은 독도를 설명하는데 딱 어울리는 표현이지요 …(중략) 독도는 높이 2000미터에 이르는 바다 산 위에 조그마하게 솟아 있는 두 개의 봉우리가 바로 독도입니다." (본문 중에서)
정말이지 해저 지형도를 보니 물 밖으로 나온 독도는 빙산의 일각이 분명합니다. 그럼 독도는 육지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요? 저 역시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200리…"로만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튼 육지에서 꽤 많이 떨어진 곳이라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만, 사실 독도는 서울-부산 거리의 절반밖에 안 될 정도로 가깝습니다.
"독도는 경상북도 죽변에서 울릉도까지의 거리가 131킬로미터입니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는 88킬로미터입니다. 이걸 합하면 한반도 육지에서 독도까지는 219킬로미터입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어져 있는 경부고속도로의 길이가 430킬로미터이니까, 서울 부산거리의 절반에 불과한 가까운 거리입니다." (본문 중에서)
일본의 오키군도에서 159킬로미터, 울릉도에서는 88킬로미터가 떨어져 있으니 우리 땅에서 훨씬 가까운 곳이지요. 울릉도에서는 육안으로 독도를 볼 수 있지만, 일본 땅 오키군도에서는 결코 독도를 볼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럼 독도는 언제부터 '독도'라고 불렸을까요? 1906년 울릉군수 심흥택이라는 분이 처음으로 '독도'라는 이름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여러 자료를 찾아보면 신라 22대 지증왕 때 이사부가 우산국을 복속하면서 우산국은 울릉도라고 불렀는데, 이때 울릉도에 딸린 섬 독도는 '우산도'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조선 성종 때는 '삼봉도'라고 불렀고, 정조 임금 때는 '가지도'라고 불렀으며, 고종 임금 때는 '석도'라고 불렀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옛날 지도에는 독도가 울릉도 안쪽, 서쪽에 있는 것으로 잘못 그려진 경우도 많습니다. 일본 역시 옛날에는 울릉도를 죽도라고 부르다가 최근에 와서 독도를 죽도(다케시마)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과거에 일본은 자국 사람들에게 울릉도와 독도에 가지 말라는 '도해금지 경고판'을 세우기도 하였고, 1785년에 그려진 '삼국접양지도'에는 동해를 조선해라고 썼고 울릉도를 죽도라고 표시하고 그 옆에 작은 섬을 그렸는데, 모두 조선 영토로 표시했다고 합니다. 모두 다케시마가 자기네 땅이라는 일본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아울러 독도는 풍부한 바다 자원이 있습니다. 예로부터 울릉도보다 독도에서 고기잡이가 더 잘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울릉도뿐만 아니라 강원도 묵호, 울진 심지어 제주도에서까지 고기잡이를 가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독도는 바다 자원의 보고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에 많은 물고기가 살고 있고, 바다 밑에는 '하이드레이트'라는 천연 고체 가스를 비롯한 광물자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또한 독도는 살아있는 지질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암석 연구에 중요한 장소이며, 독도처럼 바다산이 바다물 위로 모습을 더러내는 것은 전 세계에서도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독도는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 모두에게 군사적으로 중요한 바닷길이기도 하며, 배타적 경제수역 문제나 생태학 연구를 위해서도 중요한 섬입니다." (본문 중에서)
주강현 선생님은 <강치야 독도야 동해바다야>를 통해서 독도의 지형, 기후, 생태, 역사, 경제, 자원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함으로써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단순한 민족 감정을 넘어서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특히 독도 역사는 울릉도의 역사와 함께 우리 조상들이 독도를 어떻게 관리하였는지, 그리고 독도를 지키기 위하여 어떻게 노력하였는지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일본이 어떤 방식으로 독도와 울릉도를 침탈해왔는지, 그리고 그에 맞서 우리는 독도를 지키기 위하여 어떻게 노력해왔는지도 정확하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울릉도와 독도를 지켜낸 안용복 이야기, 성종시대 김한경, 고종시대의 이규원 같은 이들의 이야기가 상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섬과 바다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옛날 관리들의 무지와 무능, 그리고 우리 땅을 지키는데 헌신적으로 앞장선 백성들이나 관리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006년 무렵 <오마이뉴스>의 보도를 통해 '과장 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되었던, 한국전쟁 혼란기에 독도를 지켰다는 홍순칠과 독도수비대에 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개인 재산을 털어서 무기를 사오고, 힘든 훈련을 마다 하지 않고, 독도에 온 일본 선박을 쫓아내고, 일본 해경과 십여 차례의 전투를 치르면서 독도를 지켰다는 내용입니다.
이 부분은 과장된 내용이라는 주장은 상당히 신뢰할 만하기에 책을 읽는 독자들은 <오마이뉴스> 기사를 비교해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래된 우리나라 고지도에서부터 외국 사람들이 만든 옛날 지도 그리고 최근에 만들어진 <내셔널 지오그래픽> 지도에 이르기까지 독도가 표기된 중요한 자료들을 책 한 권에 담았습니다. 이 책에는 지도뿐만 아니라 100여 개에 이르는 문헌, 유물, 사진들을 배치하여 시각적인 직관으로 독도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 우리가 독도와 동해바다를 지켜야 하는 이유, 일본이 독도를 넘보는 목적, 그리고 그동안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 온 수법을 아이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 방학에 아이들에게 좋은 읽을거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작가는 미래 세대의 어린이들이 육지 중심의 국토 개념을 벗어나서 해양 주권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