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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뉴스데스크 앵커 387일간의 기록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
뉴스데스크 클로징을 통해 '진실의 중심'을 지키던 신경민 앵커를 교체할 수 밖에 없었던 엄기영 사장이 그뒤 열 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마침 신경민 앵커가 쓴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를 읽고 있는 동안 엄기영 사장이 방송국을 떠나게 되어 이명박 정권 이후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그간 일어난 여러 사건들이 MBC를 장악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권의 뜻대로 돌아가는 것 같아 좀 처럼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기업으로서 존립의 근거가 위태로운 방송국이 '진실의 중심' 역할을 팽개치지 않도록 MBC 노동조합이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까하는 점에 있어서도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아울러, 역사의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는 일련의 사건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아직도 우리에게 너무 멀리 있다는 것도 답답한 일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왔을 때 그 기회를 우리가 잡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날카롭고 찡하고 가슴뭉클한 크로징 멘트 다시 읽기
솔직히, 신경민이 쓴 387일간의 날카롭고 찡하고 가슴뭉클하며, 역사와 사회를 되돌아보게 감동적인 클로징 기록을 읽으면서도 자꾸만 더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결국은 엄기영 사장이 그를 지켜주지 못하였고, 시청자들이, 국민들이 '진실의 중심'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던 그를 지켜주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신경민 앵커가 9시 뉴스테스크를 진행하던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그의 클로징 멘트에 대한 평가는 MBC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에 널리 회자 되어 여러 차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였습니다. 그의 클로징 멘트가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국민들에게 주목 받는 만큼 찬사와 비난이 동시에 쏟아졌다고 합니다.
그는, 앵커의 역할을 단순한 진행자가 아니라 적극적 해석자로 보는 것이 옳다고 주장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날카롭게 느껴지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지던 그의 클로징 멘트는 바로 적극적 해석자의 역할에 충실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뉴스 보도는 사실을 나열하고 전달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사실을 가치에 따라 선택하고 배열하면서 동시에 사실 뒤에 숨은 원인의 상관 관계를 따져 설명하고 비판하는 작업이다. 앵커는 보도의 한복판에서 언론인의 기본 의무를 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본문 중에서)
그는 권력을 비판하는 멘트 때문에 자신의 클로징 멘트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적'으로 인식되었다고 합니다.
"2007년 대선 국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은 나를 반노로 여겼고, 이명박 후보 측은 반이로 분류했다. 내 고향과 출신학교를 근거로 술자리급 추론을 공식적인 자리에서까지 확대 재생산했다." (본문 중에서)
신경민은 역대 모든 정권과 권력에 대하여 비판적이었고, 현재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었을 뿐이라고 합니다. 노무현 정권을 듣기 싫은 소리라도 참고 들었지만, 이명박 정권은 싫은 소리를 하는 그를 쫓아내버렸습니다.
그는 라디오와 텔레비젼 뉴스 진행자로 일하는 2년여 기간 동안 500여개의 클로징 멘트를 하였다고 합니다.
"그날그날 중요하다고 생각한 토픽과 시간을 나 자신의 문제인식, 경험의 그물코를 통해 열심히 건져낸 결과"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가 쓴 클로징은 종종 9시 뉴스에서 기사로 다루지 않은 뉴스를 담았으며, 클로징을 통해 편집과 취재를 보완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클로징 멘트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하다. 뉴스 뒤의 프로그램을 기다리면서 지루한 광고를 참아준 시청자에게 편히 잘 자라는 덕담을 하느니보다 편집과 제작에서 빠진 중요한 세상사와 시각을 앵커의 관점에서 보완하자는 생각이었다."(본문 중에서)
그렇다면, 앵커에서 물러난 그가 클로징 멘트를 모아서 다시 이 책을 쓴 이유는 무엇인가? 독자들 역시 유명세를 탔으니 책을 써서 돈이나 좀 벌어보자는 속물적 생각에서 출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짐작은 하고 있겠지요.
시간 제약으로 방송에서 못다한 이야기
신경민은 이 책을 쓴 이유를 "시간 제약으로 방송에서 미처 밝히지 못한 사실과 생각, 인과 관계를 설명함으로써 함께 문제를 직시하고 현실적 대안을 생각해보자는 뜻"을 지녔다고 합니다. 아울러 자신의 "멘트에 공감했던 이들에게는 근거를 확인해 볼 수 있는 배경 설명을, 비난했던 이들에게는 다시 한번 돌아보라는 권고"를 담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텔레비전의 경우 30초 내외라는 시간 제약 때문에 복잡한 이슈를 다루지 못하였고, 내용을 축약하다보니 비유가 심하거나 어려워져 뉴스에 익숙한 사람이나 알아듣는다는 지적과 비판을 들었다고 합니다. 결국 그가 뉴스데트크 앵크에서 밀려난 후에 쓴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는 날카롭고 깊은 울림을 담았던 '신경민 클로징의 해설판'에 해당하는 셈입니다.
용산참사의 수사 발표를 보면서 20년 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떠올리는 크로징, 재벌문화의 현주소를 고발하는 크로징, 정보기관, 세무기관, 그리고 청와대 참모 등 권력 기관을 둘러싼 크로징과 그 뒷 이야기들은 흥미롭습니다.
해외 특파원 경험이 있는 그는 미국, 중국, 일본, 북한을 둘러싼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핵심을 전달하는 날카로운 클로징으로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성남 서울 공항 문제를 둘러싼 재벌, 군, 권력의 부도덕한 삼각관계를 고발하는 클로징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울러, 앵커라는 직업 세계를 소개하는 흥미있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앵커의 하루일과, 앵커가 받는 대우, 의상조달, 분장, 금기사항, 실제 뉴스의 진행, 앵커다 되는 조건, 앵커와 시청률, 앵커와 파업에 관한 이야기들 입니다.
모두 스른 일곱 개의 꼭지로 나눠진 이 책은 미디어, 정치, 국제, 사회의 네 주제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2009년 KBS 보신각 타종 중계 방송 클로징이 나오게 된 배경과 뒷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2009년 4월 13일 마지막 클로징 멘트를 둘러싼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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