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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칼럼

과연 '상품권'으로 재래시장이 살아날까요?

by 이윤기 2008.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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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오늘은 마산시가 발행하는 <재래시장 이용 마산사랑 상품권>에 대하여 생각해보겠습니다. 마산시는 지난 2005년부터 재래시장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는데, 발행 후 3년 동안 발매량이 매년 14~15억 원에 머물러 답보 상태에 있었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유통량이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고 합니다.  

마산시가 재래시장 상품권을 처음 발매할 때는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하여 재래시장 상품권을 많이 이용하자"라는 캠페인이 일어나 마산시 유관기관과 지역상공인들이 적극 구매에 나서는 등 한동안 활성화 되는 듯 보였었는데요. 

최근 갈수록 활용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 <마산사랑 상품권>을 당초 마산시는 마산사랑 상품권을 발행 할 당시에는, 상품권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 5% 할인 혜택을 줌으로써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을 더 많이 찾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행과정에서 일부 중간 상인들이 할인율을 악용하는 부작용이 발생하자, 올 4월부터는 할인율을 2%로 낮추어 <마산사랑 상품권>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더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실제로 할인율이 낮아지자 재래시장 상품권 유통을 대행해주는 마산어시장 상인회로 들어오는 상품권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올해 추석 대목기간에 들어온 상품권만 하여도 지난해와 비교해서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합니다. 마산시가 추석을 앞두고 지난 8월 초 <마산사랑 상품권> 14억 원 어치를 새로 발행하였지만, 추석 직전까지 판매된 상품권은 모두 7700만원어치에 그쳤다고 합니다. 이것은 지난해 1억 원 이상 판매된 것과 비교해서 25%정도 감소한 것이라고 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현황만 보면, 가맹 재래시장이 18곳에 달하고 점포수는 1100개가 넘는다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소비자들에게 점차 외면당하고 있는 것 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재래시장 상품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대형 유통업체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당초 발행취지를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청취자 여러분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마산시가 발행하는 재래시장 상품권이 시민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것은, 재래시장이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입니다. 재래시장 상품권은,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발행하는 상품권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용할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고, 구입할 수 있는 품목도 재래시장에서 유통되는 농수산물을 중심으로 제한적입니다. 이것은 재래시장이 대형마트나 백화점과 경쟁에서 밀리는 것도 똑 같은 이유라고 볼 수 있는데요. 

사실 재래시장에서만 쓸 수 있는 <마산사랑 상품권>을 발행하여 재래시장을 살리겠다는 정책은 그 발상부터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재래시장이 외면 받는 것은 상품권이 없는 것이 본질적인 이유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마산시와 정책결정권자의 도시정책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마산시민들이 매년 소비할 수 있는 총지출은 재래시장 상품권을 발행한다고 더 이상 늘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전체 소비를 늘이려면, 인근 창원시나 함안군에서 소비자들이 상품권을 들고 마산 재래시장으로 와야만 하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결국, 마산시가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만큼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찾는 소비자가 줄어드는 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는 것이지요.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중에서 어느 쪽을 살릴 것인가는 정책결정권자의 의지에 달린 일입니다. 재래시장은 상품권을 발행하고, 시장에 지붕을 씌우고, 크고 작은 축제를 여는 것도 필요하지만, 재래시장이 대형마트나 백화점과 맞서서 경쟁력을 키우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시설과 자본규모, 유통구조와 마케팅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앞서 있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재래시장 상품권과 같은 본질적인 문제를 벗어난 이벤트성 대책들은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입니다.  

마산시가 진정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 상권을 살리고, 지속가능한 자원순환형 도시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대형마트가 계속 늘려나가는 지금의 도시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KBS 창원라디오 생방송 '오늘' 시민기자 칼럼, 9월 23일 방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