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세상/책과 세상 - 생태, 환경

봄나물, 지천으로 널렸어도 싹쓸이 마세요 !

by 이윤기 2010. 4. 20.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서평] 풀꽃지기 이영득이 쓴 <산나물 들나물 대백과>

3월 내내 비가오고 궂은 날씨가 이어지더니 4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따뜻한 봄 볕을 만날 수 있는 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양지바른 들판과 낮은 산자락에는 쑥을 비롯한 봄나물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눈에 뜁니다.

쑥, 다래, 냉이야 시장에 가면 쉽게 살 수 있지만, 비닐하우스 속에서 자라서 시장에서 상품으로 팔리는 그것과는 다른 생명력을 지닌 봄나물을 캐고 싶은 마음일 것입니다.


한편, 라디오에서는 아무 산에서나 함부로 봄나물이나 약초를 캐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활정보도 흘러나옵니다.

임자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산에도 다 주인이 있고 국립공원이나 자연보호 구역에서는 식물 채취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산에나 마음대로 들어가서 나물을 캐고 약초를 캐는 것은 '범죄 행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더군다나 여러 사람이 관광버스를 타고 몰려가서 산나물, 들나물 싹쓸이 하는 것은 생명의 질서를 그스르는 자연에 대한 범죄 행위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에게 나물에 관하여 자세히 알려주는 책을 쓴 '풀꽃지기' 이영득 선생님은 산나물 할머니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습니다.


나물을 하기 전에, 나물 이름을 알기 전에 산에 들에 주인없이 자라는 나물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먼저 배워야 한다는 뜻일 겁니다. 

몇 해전, 이영득 선생님은 봄나물을 하러 갔다가 산나물 할머니를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그후 해마다 산나물 할머니와 함께 나물을 하면서 산나물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배웠다고 합니다. 

고마워 하는 마음, 아끼는 마음, 욕심부리지 않는 마음

산나물 할머니 뒤를 따라가보면 나물을 한 표시가 나지 않는다는겁니다. 푹푹파인 발자국도 없고, 나물을 뜻은 흔적도 잘 보이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이 나무에서 쪼매, 저 풀에서 조매 뜯었더니 표가 안 나더나? 고맙구로. 내가 산에 오면 몸이 좀 가볍다."

말하자면, 산나물이나 약초를 싹쓸이하거나 멧돼지가 산을 발칵 뒤집어 놓은 것처럼 하는 사람들은 '자연에 대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지요. 고마워하는 마음, 아끼고 귀히 여기는 마음, 욕심부리지 않는 마음 그런 마음이 없는 사람은 나물을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런,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어야 자신이 해 온 나물을 먹고, 자신이 먹은 나물이 자기 몸이 되는 걸 느낄 수 있을테니까요.

이영득 선생님은 산나물을 먹는 마음 가짐을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비록 먹어야 사는 목숨이지만 고마워서 고마워서 지켜주고 싶은 마음으로 먹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산나물

철 따라 고운 꽃 피면
저걸 어찌 나물 해 먹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먹어야 사는 목숨으로 태어났으니 어쩌랴?

푸성귀 한 접시 밥상에 올려야 한다면
약치고 비료 뿌려 키운 것보다
하우스에서 갑갑하게 자란 것 보다,
흙도 없이 물만 먹여 키운 수경재배 푸성귀보다
자연이 키운 걸 올리고 싶다.
온전한 걸 올리고 싶다.

얼룩덜룩 얼레지 세 잎, 윤기 자르르 참나물 한 줌,
향이 좋은 참취 한 접시, 달래 넣은 된장찌게

산바람이 키워 준 산나물 먹고 있으면
산한테도 고맙고, 해한테도 고맙고, 흙 바람한테도 고맙다.
비, 골짝 물, 이슬, 안개...... 다 고맙다.
고마워서, 고마워서 지켜주고 싶다.

밭 고랑이나 들판에 자라는 이름없는 풀처럼 보이는 들나무을 하는 마음은 이래야 한다고 합니다. 꽃 피고 열매 맺을 거 남겨두어야 하고, 애벌레, 들쥐, 새들 그리고 후손들이 먹을 것을 남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만큼만 얻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들풀

밭고랑에 난 풀
이름 없는 풀인 줄 알았는데
다 이름이 있다.

쓰임 없는 풀인 줄 알았더니
제각각 쓰임 있다.

흔하게 깔려 자라도
웬만한 건 먹을 수 있다.

지천으로 깔려 있어도
맛난 나물이어도
다 뜯지 않는다.
꽃 피고 열매 맺을 거 남겨 둔다.

그래야
애벌레도 살고, 들쥐도 살고, 새도 살고,
후손들도 산다. 들풀도 산다.

그래서 꼭 필요한 만큼만 얻는다.




산나물, 들나물, 나무나물, 갯가나물, 그리고 독나물
나무에서 자라는 나물을 따는 마음도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이 무엇하나 거든 것도 없이 나무가 잉태한 생명을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어떤 마음으로 뜯었는지 나무는 다 알기 때문에 탐욕스런 마음으로 욕심을 내어 뜯는 나물은 이미 자연의 기운, 생명의 기운을 잃었을지도 모르는 일 입니다.

나무

나무는
뭇생명 가운데
가장 오래 살고, 가장 키가 크고, 몸집도 가장 크다.

바라보기만 해도
우러르게 된다.
존경스럽고, 신령스럽다.

나무는
해도 만나고,  비바람도 만나고,
새도 재워 주고, 애벌레도 키운다.
달도 별도 만난다.

그런 나무가 나누어 준 잎과 순,
어찌 함부로 딸까?
욕심껏 딸까?

어떤 마음으로 뜯었는지
나무는 다 안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번행초는 이파리가 두껍고 물기가 많다고 합니다. 연한 잎과 어린순을 따서 생으로 무치거나 샐러드를 만들며 비빕밥, 쌈밥에도 잘 어울리고 버섯이나 멸치와 함께 볶을 수도 있으며 된장국에 넣어도 좋다고 합니다.  바닷가에 사는 번행초는 갯바람을 맞으며 짭조름한 소금을 품었다고 합니다.



번행초 만난 곳

파도 소리 듣고,
갯내음 맡고
자란 번행초

바다 닮아
짭조름한 소금 품었다.
갯바람 품었다.

번행초 한 잎 씹으면
둥둥 바다에 떠 가는 것 같다.

그것 뜯을 때
욕심 무거우면
잘 뜨기 않는다.

번행초 처음 본 바닷가
좋아하는 사람 처음 만난 그곳처럼
기억에 남는다.

심지어 독이 있는 식물 조차 함부로 대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독이 있는 식물이지만 때로 그 독은 약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병원에서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사람들도 자연의 품에 들어 자연의 음식을 먹고 자연의 기운을 받아 낫는 일이 드물지 않다는 것입니다.

약도 되고 독도 되고

"이 땅에 생긴 병은
이 땅에 약이 있다."
『동의보담』을 쓴 허준 선생님 말씀이다.

병원에서 살 가망 없다고 한 사람도
자연의 품에 들어
자연 음식 먹고 낫는 걸 더러 본다.
참말로 그런 것 같다.

먹기에 따라
독도 되고
약도 된다.

맘먹기에 따라
나도 그렇다.

이영득 선생님이 새로 쓴 책 <산나물 들나물 대백과>는 이런 마음으로 씌어진 책입니다. 지난해 먼저 낸 책 <주머니 속 나물 도감>의 크기와 용도 때문에 담지 못한 내용에 대한 주머니 책이라 글자와 사진이 작아 불편한 점이 있다는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는 책을 새로 낸 것입니다.

전체 모습, 나물로 뜯었을 때, 요리하였을 때 사진 꼼꼼히 챙겨

<산나물 들나물 대백과>는 산나물 157종, 들나물 95종, 나무나물 40종, 갯가나물 9종, 그리고 독이있는 식물 68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세하게 선명하게 찍은 산나물 들나물 사진도 '대백과'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나물 하기 좋은 때, 잎이 자랐을 때, 전체 모습, 나물로 뜯었을 때, 그리고 데치거나 말리거나 요리하였을 때로 나누어 여러장씩 들어 있습니다.

사진만 여러장 있는 것이 아니라 나물에 대한 소개 뿐만 아니라 크기, 홀씨 맺는 때, 꽃피는 때, 자라는 장소 그리고  나물을 하는 시기, 나물을 하는 방법, 나물로 할 수 있는 음식, 그리고 나물의 맛과 향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장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 나물의 이름들도 모두 소개하고 있습니다. 묏미나리는 멧미나리라도도 하고 민미나리라고도 하는 모양인데 그 이름을 모두 모았습니다. 쉽싸리는 굼비나물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우고, 단풍취는 게발딱주라고도 불리는 모양입니다. <산나물 들나물 대백과>라는 책 이름처럼 같은 나물이지만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이름들도 함께 표기해두었습니다.

아울러 나물하러 가는 옷차림과 준비물, 나물 하는 법, 산나물과 독이 있는 식물을 구별하는 법, 산나물 먹는 법과 보관하는 법, 이듬해까지 묵혀두고 먹는 묵나물 조리법, 그리고 산야초 효소 만드는 법과 같은 나물에 대한 종합 정보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나물을 대하는 마음, 고마워 하는 마음, 아끼는 마음, 욕심부리지 않는 마음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한 때는 잡초처럼 알고 지내던 풀꽃(나물)의 이름을 아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 책을 보며 나물(풀꽁) 이름을 아는 것 보다 나물(풀꽃)을 대하는 마음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치게 됩니다.

국립공원이나, 자연보호구역에서는 식물채취가 금지되어 있고, 산나물이나 약초가 지역 특산물인 경우에는 채취권이 필요하며, 개인소유지나, 산나물 재배지인 경우에도 허락을 받지 않고 나물을 캐면 안되는 것이지요. 불법으로 나물이나 약초를 캐다가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 하는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영득선생님은 동화작가면서 '들꽃 생태교육자'입니다. 산이나 들,습지에 나가 자연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감동하고 안내하며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닮으려 애씁니다. 자연 생태 교육에 관한 강의를 하며, 스미듯 번지듯 자연 사랑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우리 풀꽃을 사랑하는 모임인 '풀과 나무 친구들'에서 활동하며 한국식물생태연구회 위원이기도 합니다.
펴낸 책으로는 동화책 <할머니 집에서>와 풀꽃 책 <풀꽃 친구야 안녕?>, <주머니 속 풀꽃 도감>, <주머니 속 나물 도감>, <내가 좋아하는 풀꽃>이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영득 선생님의 다른 책
2009/07/19 - [책과 세상/책과 세상 - 기타, 교양] - 풀꽃지기의 가르침,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2009/04/21 - [책과 세상/책과 세상 - 기타, 교양] - 제발 산나물 싹쓸이 좀 하지 마세요.
2009/03/22 - [책과 세상/책과 세상 - 기타, 교양] - 하얀꽃 피면 감자, 자주꽃 피면 고구마(?)


산나물 들나물 대백과 - 10점
이영득 글과사진/황소걸음


경블공 4월 블로그 강좌 안내

 때; 2010. 4. 20(화) 오후 7시

장소; 창원시 봉곡동 <경남정보사회연구소> 교육장

강사; 구자환 기자 및 블로거 

내용; 영상과 블로그의 만남  

                                          ............... 경블공 회장 김주완 (총무 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