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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생태, 환경

북한 땅에 농업기술 전한 '통일농부' 이해극

by 이윤기 2010.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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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박남정 글, 김주경 그림 <고추 아저씨 발명왕 되다>



청어람미디어가 기획한 '세상을 바꾼 작은 씨앗' 시리즈 제 1권이 바로 <고추 아저씨 발명왕되다>이다.

이 책은 한국전쟁이 막 끝날 무렵 태어난 이해극이 당시 사람들이 다 도시로 도시로 몰려가던 시기에 부모와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농업고등학교 선택하여 농업을 공부하고 고추 농사에 뛰어들어 온갖 어려움을 뚫고 고추 농사에 성공하는 이야기이다.

고추농사에만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땅과 사람을 살리는 농법을 익히고, 농사짓는 자신의 품을 들고, 이웃농민들의 품을 들어주기 위한 실용적인 발명에 뛰어들어 성공하는 삶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성공 신화의 대부분이 학자, 과학자, 기술자, 최고경영자를 소개하는 것인데, '세상을 바꾼 작은 씨앗' 시리즈의 제 1권으로 농사짓는 발명왕의 삶을 소개한 것만으로도 바람직한 시도라고 여겨진다.

'농민 발명왕'이라는 별명처럼 이해극 농민은 농사만 성공한 것이 아니라 농사를 편리하게 짓도록 하는 발명에도 여러 가지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다른 발명가들의 발명과 비교하여 다른 점이 있다면 모두 농민들을 위한 발명이었다는 것이다.

그가 발명한 발명품은 "모두 농부들을 힘든 노동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해 주는 물건들"이다. 이해극은 특별히 발명을 하기 위해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불편한 부분이 생기면 그것을 좀 더 편리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하는 노력을 구체적으로 했다는 것.

이런 생각으로 이해극 농민이 만든 발명품은 비닐하우스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온도변화를 알려주는 '온도변화경보기', 비닐하우스의 창문을 자동으로 여닫는 '비닐하우스 자동개폐기' 그리고 비닐하우스 씌우는 작업을 한꺼번에 해주는 기계(밭두둑피복성형일관작업기), 수확한 농작물을 트렉터에서 바로 차에 실을 수 있도록 한 기계(트렉터부착형상차작업기), 폭설이 왔을 때 경보를 울려주는(폭설피해방지기), 씨앗을 한꺼번에 50개씩 자동으로 뿌려주는 기계(자동파종기)와 같은 것들이다. 특히 '비닐하우스 자동개폐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국, 일본, 러시아, 멕시코 등 여러 나라로 수출 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 땅에 농업기술 전한 '통일농부' 이해극

이해극 농민은 성공한 농민, 성공한 발명가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남한 농부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땅에 농업기술을 전한 '통일농부'다. 그는 자신이 익힌 농업기술을 아낌없이 북한에 전해주었는데, '고성 국영 남새 온실'이라고 하는 비닐하우스를 짓고 유기농법으로 멜론, 상추, 가지, 토마토와 같은 각종 채소를 심어 가꿀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고추 아저씨 발명왕 되다>는 농업을 통해 더불어 행복한 삶을 이루어온 농민 이해극의 삶을 아이들이 읽기 쉽게 글과 그림으로 풀어 쓴 책이다. 어려서부터 혼자 힘으로 해낼 수 있도록 가르친 아버지와의 일화를 소개한 '우리아버지는 가짜다'에는 아버지가 썰매를 만들 재료만 준비해주고 혼자서 썰매를 만들어 타도록 한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다니는 것이 좋아서 학교도 빼먹고 놀던 이해극에게 그의 아버지가 남긴 글과 이야기는 그가 참 농부로 살아가는 밑거름이 되었음에 틀림없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친구들도, 아무도 네 삶을 대신 살아 주지 않는다. 네 삶은 네가 꾸려 가는 거야. 앞으로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지 아니면 지루하고 괴로운 삶을 살지는 네가 결정하는 거다."(본문 중에서)

이 말과 함께 아버지가 아들에게 남긴 글, 어린 해극에게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 들도록 해준 것이 바로 다음 글귀였다.

"병든 사람에게는 하룻밤이 길고 고달픈 사람에게는 한걸음이 멀며 알고자 애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인생이 지루하다." (본문 중에서)

소년 이해극은 중학교 시절 4H 활동을 통해 함께하는 삶, 공동체적인 삶, 나누는 삶에 대하여 배우게 되고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힘을 모아 더 잘사는 마을을 만들기 위하여 농업고등학교에 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농업고등학교에 진학한 소년 이해극은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가기 위한 첫발을 내딛게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군에 자원입대하게 된 이해극은 전기기술을 읽히게 된다. 한번도 전기에 관한 이론을 공부한 적이 없었던 그는 기본 시험에서 꼴지를 하지만, 졸업시험에서는 2등을 하게 된다.

아마 그가 농민 발명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철도청 전기기술 공무원이었던 아버지의 영향과 군대에서 익힌 전기기술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군대를 제대한 청년 이해극은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시작하는데,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경운기를 마련한 일이었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모부의 보증을 받아 마을에서 처음으로 경운기를 마련하였을 뿐만 아니라 얼마나 관리를 잘 했던지 처음 장만한 경운기를 25년이 넘도록 사용했다고 한다.

청년 이해극은 고추농사를 시작하는데, 그는 군대시절 태국에서 사시사철 고추가 열리는 모습을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겨울 추위를 피하여 남들보다 더 빨리 고추를 딸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하게 된다. 비닐하우스를 세우고 남들 보다 석 달이나 일찍 고추씨를 뿌려서 모종을 길러내는 방법을 생각해낸다.

첫 해의 실패를 딛고 청년 이해극은 남들보다 2~3개월 일찍 풋고추를 수확하게 되고 고추농사를 지어 큰 성공을 거둔다. 뿐만 아니라 일찍부터 이해극은 화학비료와 살충제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법으로 고추농사를 짓기 시작하였고, 유기농업을 통하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추를 많이 생산하는 '고추 다수확 왕'에 뽑히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자신이 익힌 농사기술을 다른 농민들과 나누기에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추 아저씨 발명왕 되다>는 어떤 사람이 진정한 농부인가에 관한 우리 조상들의 생각을 농부 이해극의 입을 빌어 일깨워준다.

1등 농부는 '땅'을 키우는 농부

"옛날 우리 조상들은, 1등 농부는 땅을 키우고 2등 농부는 곡식을 키우고 3등 농부는 풀을 키운다고 했소. 진짜 농부라면 땅을 살려야 하지 않겠소?"(본문 중에서)

이 이야기는 고추 농사로 성공을 거둔 이해극이 강원도 평창군 청옥산 자락에 있는 버려진 땅을 비옥한 농토로 바꾸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면서 아내에게 한 말이다. 그는 숱한 어려움을 뚫고 '땅을 키우는 농부'가 되는 길을 선택하고 여러 번의 실패를 거듭하지만 '호밀'을 심어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데 성공한다.

성공한 삶은 이룬 이해극 농부는 어떤 때에 보람을 느끼는가? 본문에 있는 가상 인터뷰에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있다.

"아저씨는 말아야 1등 농부는 땅을 살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땅에서 자란 농산물을 누가 먹겠니? 결국 사람이 먹는 거잖아. 땅을 살리는 일은 결국 사람을 살리는 일이야. 땅을 살리기 위해서는 농약을 쓰지 않고 땅이 제 힘을 기를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해.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서 땅이 살아나고 그 땅에서 내가 정성을 기울인 만큼 알차고 건강한 농산물을 거둘 때 얼마나 큰 보람을 느끼는지 몰라. 그 보람이 농사짓는 재미고, 농부의 즐거움이지."(본문 중에서)

이해극 농민의 삶을 소개한 <고추아저씨 발명왕 되다>는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함께 읽는 어른들에게 성공한 삶, 그리고 행복한 삶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고추 아저씨 발명왕 되다>를 통해 농부 이해극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끔 묵상하는 '에머슨'이 쓴 글이 생각났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 '무엇이 성공인가?' 중에서

그는 참 행복한 농부다. 그가 행복한 것은 유명해서도, 큰 힘을 가져서도 아니다. 그는 자신이 익힌 기술과 지식을 필요한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진정으로 행복하다. <고추아저씨 발명왕 되다>를 읽는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 길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고추 아저씨 발명왕 되다 - 10점
박남정 지음, 김주경 그림/청어람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