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 - 교통

창원시 도시철도 누가 탈까?

by 이윤기 2010. 6. 17.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통합창원시를 관통하는 도시철도가 계획대로라면 2013년에 착공한다고 합니다. 마산 가포동 ~ 창원 성주동 ~ 진해 시철 총 33.6km로 총 사업비는 1조 31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내년에 개통을 앞둔 김해 - 부산 경전철은 매년 300억원의 운영적자가 발생하여 향후 30년 동안 민자사업자에게 적자보전을 해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김해 - 부산 경전철이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용하는 승객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용하는 승객이 없어서 적자라고 하는 것은 계획단계에서 교통량 예측을 잘못하였거나 혹은 적자운영이 뻔한데도 경전철을 도입하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김해시는 어떤 경우인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전자이기 때문에 완공 단계에 와서 운영적자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창원시 도시철도는 어떻게 될까요?
창원시에 도시철도가 개통하면 과연 누가 이용하게 될까요? 통합 창원시의 교통수단별 수송분담율을 한 번 찾아보았습니다. 2003년 자료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자료를 보면, 마산 창원 지역의 경우 버스 32.2%, 택시 16.6%, 승용차 29.4%, 기타 21.7%입니다. 아울러 진해지역의 경우 버스, 25.7%, 택시 9.7%, 승용차 38.6%, 기타 26.0%로 되어 있습니다.

그럼, 버스, 택시, 승용차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에서 과연 누가 도시철도를 이용하게 될까요? 택시를 타던 사람이 도시철도를 이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택시는 걷기 싫어서, 기다리기 싫어서 혹은 걸을 수 없고, 버스를 기다릴 수 없이 바빠서 이용하는 교통수단입니다. 따라서 택시 승객은 '도시철도'와 같은 불편한 교통수단으로 옮겨올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승용차를 이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승용차를 이용해서 출퇴근하던 사람들이 '도시철도'를 이용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승용차의 편리함을 도시철도가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특히, 단 한 개 노선 뿐인 창원시의 도시철도는 더욱 그렇습니다. 도시철도만으로 목적지에 갈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버스나 택시로 환승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승용차 이용자들이 이런 불편을 감수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보입니다.

제 생각엔 버스 이용승객이 주로 '도시철도'로 옮겨갈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어떤 일이 생길까요?

시내버스 수송분담율이 내려가고 도시철도 수송분담율이 늘어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입니다. 만약, 버스 승객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어 도시철도로 옮겨 간다고 하면 시내버스의 적자가 눈덩이 처럼 불어날 것 입니다.

관계당국과 버스사업자들은  도시철도가 없는 현재 상태에서도 시내버스 운영 적자는 심각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운영적자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승객감소 때문이라고 합니다. 승용차 출퇴근이 늘어나고 학생통학 숫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매년 버스 승객이 감소하고 있고, 그 때문에 버스회사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마산에는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되었습니다. 따라서 도시철도가 도입되어 시내버스 수송분담율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시내버스 적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해질 것이고 세금으로 적자운영을 보전해주게 될 것입니다.

시내버스 적자 더 늘어나고, 도시철도도 적자 운영 가능성...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닙니다. 도시철도 역시 시내버스 수송분담율의 절반 정도를 가지고 와서는 운영적자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정확한 수요예측 자료를 살펴보지는 못하였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도시철도를 개통한다고 하여 승객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예상합니다.

현재 계획된 노선을 보면 도시 철도를 이용해서 목적지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결국 도시철도를 이용해서 목적지에 가려면 시내버스나 택시로 환승을 해야합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지하철-지하철 환승 혹은 지하철-버스 환승에 익숙하지만 창원시민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창원시민들은 버스 - 버스 환승도 아주 귀찮고 복잡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환승을 하면  훨씬 짧은 시간에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장소도 환승하지 않고 한 번에 가는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노약자들은 환승을 매우 번거롭게 생각합니다. 시청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버스 노선을 늘여달라거나 신설해달라는 요구도 대부분 환승을 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입니다.

대부분 창원 시민들은 서울이나 수도권처럼 출퇴근에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운행 시간이 왠만큼 단축되어도 도시철도와 버스를 타고 내리며 환승하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승객이 별로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인구 100만이 되었기 때문에 도시철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인구가 얼마인가 하는 것 보다 현재의 대중교통인 시내버스 교통수요를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도시철도는 늘어나는 대중교통 수요를 '시내버스'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드는 경우에 도입되어야 마땅합니다.

대중교통 수요, 버스만으로 충분하다면?

꼭 필요하다면 도입해야 합니다. 그러나 꼭 필요하지 않다면 예산을 지원해주어도 마다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20년 후에도 시내버스만으로도 충분히 대중교통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면, 굳이 1조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적자 운영이 뻔한 도시철도를 도입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현재, 창원시의 시내버스는 노선과 서비스에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대중교통 수요을 감당할 수 없는 정도는 결코 아닙니다. 아니, 버스 회사들은 승객이 줄어들어 적자운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승객이 늘어나면 버스요금도 올리지 않아도 되고, 서비스도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중앙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기 때문에 그냥 공짜라고 덥석 물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철도를 누가 얼마나 이용하게 될 것인지 제대로 따져보고 결정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 승용차 통행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수요를 획기적으로 늘일 수 있는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어 '도시철도'가 승용차 운행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 현재의 '대중교통 수요'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시철도를 도입하여 서울이나 수도권처럼 승용차의 수송분담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정책이 동시에 추진된다면 미래교통수단으로서 도입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관련기사>
2010/06/15 - [세상읽기 - 교통] - 김해 부산 경전철 매년 300억적자, 창원 도시철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