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세상/책과 세상 - 기타, 교양

여자보다 인터넷을 좋아하는 초식남자

by 이윤기 2010. 9. 18.
728x90

[서평]우시쿠보 메구미가 쓴 <초식남이 세상을 바꾼다>

하루 만에 서울을 다녀와야 하는 출장  길에 읽으려고 가져간 책인데, 가는 동안 다 읽어버려 돌아 올 때 읽을 책이 없어서 아쉬웠던 기억이 남아 있는 책이다.

사실은 ‘세상을 바꾼다’는 제목 때문에 사서 읽은 책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초식남은 세상을 주체적으로 바꾸는 그런 인간들이 아니었다.

다른 부류의 남자들이 생겨나고 있고 그들로 인하여 세상에 작은 변화가 있다는 이야기인데, 새로운 남자들에게 무언가를 팔아야 하는 이들은 매우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처음 기대와는 달랐지만, 변화하는 젊은 남자아이들의 삶을 흥미롭게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은 틀림없었다.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데, 고등학교 2학년인 큰 아들에게서도 이 책에서 말하는 초식남의 모습을 많이 엿볼 수 있다.

초식남은 누구일까? 엄마와 함께 쇼핑 다니는 남자, 헤어 왁스와 기름종이를 잊지 않고 챙기는 남자, 회식 자리에서 선배나 상사가 맥주를 주문해도 “저는 칵테일이요”라며 첫 잔부터 달콤한 술을 고집하는 남자, 꽃미남 계열에 날씬하고 소식하며 패션과 화장품, 외모에 관심이 높다.

언제나 머리모양에 신경을 쓰고 이성 친구에게도 신사적이어서 친구관계를 넘어 보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지도 않는 남자, 어지간해서 늑대로 돌변하지 않는 남자, 이런 남자를 초식남이라고 부른단다.

이 책은 ‘그때그때의 트렌드나 기업 동향, 그리고 사람을 철저하게 취재하는 일을 하는 마케팅 라이터 우시쿠보 메구미가 쓴 책이다. 이미 2007년에 <20대 해피 패러사이트 소비의 힘>이라는 책을 썼고, 그 전에 <남자가 모르는 솔로남 마켓>, <독신 왕자에게 들어라!> 같은 책을 썼다고 한다.


경쟁을 싫어하는 남자, 초식남

 

남자들의 소비를 연구하는 일에 흥미를 가진 저자는 100여명에 이르는 젊은 남자들, 초식남들을 인터뷰하고 이 책을 썼다고 한다. X세대, N세대, @세대처럼 ‘초식남’도 뚜렷이 구분되는 연령적 특징이 있다고 한다.

“제 1세대는 1974 ~ 1977년에 태어난 31~34세로, 일부는 단카이 주니어(1947~49년에 태어난 단카이 세대의 자식)에 속한다. 제 2세대는 1978~1982년에 태어난 26~30세로 1990년대 후반에 스티커 사진을 유행시킨 장본인들이다. 그리고 제 3세대는 버블 경제를 전혀 모르는 세대로 지금의 20~25세에 해당된다.”

이런 초식남들의 특징을 조금 더 살펴보자. 이들은 기성세대보다 인구가 적기 때문에 경쟁의식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한다. 치열한 입시경쟁을 경험하지 않았다는 것. 누군가를 짓밟으면서까지 위로 올라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날이 불안하기 때문에 미래보다는 현재를 행복하게 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부모와 함께 사는 것도 현재를 행복하게 살기위한 선택이라고 한다.

바깥보다 집 안을 좋아하고, 포인트 카드 활용을 잘하며, 문자 메시지는 내용보다 기분을 전하는 내용이 많다. 패스트푸드를 좋아하지만,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은 줄을 서서라도 먹으며, 단맛을 아주 좋아한단다.

“휴대폰을 통해서 언제나 누군가와 연결됨으로서 나는 혼자가 아니다, 여차 무슨 일이 생겨도 괜찮다며 안심할 수 있다. 서로 실시간으로 기분을 공유하고 싶고 상대의 반응을 보며 위안 받고 싶은 것이다.”

여자보다 인터넷과 컴퓨터, 휴대전화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술이 없어도 대화를 잘 할 수 있으며, 연예인을 방불케 하는 미적 감감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남자지만 화장품에 관심이 많고 피부 관리에도 열심이다.


 

여자보다 인터넷과 컴퓨터를 좋아하는 남자

또 다른 특징은 가족, 동네친구, 지역을 소중하게 생각한단다. 넘버원을 노리기보다 ‘온리 원’을 바라는 것도 이들의 특징이라고 한다. 휴대폰 벨소리에도 1위곡보다는 2~5위곡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자는 것인가? 이들이 바꾸는 세상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소비시장, 다른 하나는 연애시장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초혼으로 아내가 연상인 경우가 네 쌍에 한 쌍꼴로 동갑네기 결혼보다 많다고 한다. 연애와 결혼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인 우시쿠보 메구미는 이런 여성화된 남자, 신인류의 등장이 돌연변이처럼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한다. 앞선 세대의 경제, 사회, 문화적 경험이 새로운 세대의 남자들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저자가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초식남들은 앞선 세대의 남자(육식남)들과 돈을 쓰고 싶어 하는 곳이 다르다는 것이다. <초식남이 세상을 바꾼다>는 기본적으로 이런 초식남들의 지갑을 어떻게 열 수 있을까하는 일에 관심을 가진 책이다.

‘1+1’과 같은 판매방식은 초식남의 등장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이벤트를 좋아하고 아이돌처럼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다고 한다. 이들에게 무언가를 팔아야하는 사람들은 이런 특징에 주목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특징에 주목해보면 국내 시장의 변화도 눈에 뛴다. 남성 화장품이 점점 더 잘 팔리고, 소주의 도수가 내려가며, 악세사리를 착용하는 젊은 남자가 늘어나고 있다.



 

환경과 공동체, 생태적 삶을 선호한다고?

초식남의 등장이 인류에게 유익한 일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다행이 초식남의 특징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필요 없는 물건을 갖지 않는다. 낡은 물건은 재활용한다. 자연과 환경과 공생한다. 부모를 소중하게 여기고 이웃과 가깝게 지낸다.”

이런 특징이 정말 사실이라면 반가운 일이다. 육식계로 살아 온 내가 바꾸고 싶어 하는 삶과 딱 닮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 ‘에이 설마’ 싶은 대목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가만히 주변을 돌아보고 생각해보면, ‘음~ 일리 있네’ 하고 수긍하게 된다.

약육강식의 ‘육식남’이 득실거리는 밀림 같은 세상은 나도 싫다. 새로운 세대인 ‘초식남’들이 좀 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



초식남이 세상을 바꾼다 - 10점
우시쿠보 메구미 지음, 김윤수 옮김/다산초당(다산북스)


728x90

댓글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