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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기타, 교양

머리 나빠지는 공부 - 입시, 공무원, 사법시험

by 이윤기 2010.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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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다치바나 다카시와 사토 마사루 대담 <지의 정원>

‘독서광’이라는 표현을 들으려면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할까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고 쓰는 사람은 ‘다치바나 다카시’입니다. 그가 쓴 책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를 보면 유명한 ‘고양이 빌딩’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책이 너무 많아 아파트가 그 무게를 견딜 수 없어 이사를 가야 했고, 책만 보관하는 개인 사무실-건물 외벽에 고양이 얼굴이 그려진 유명한 고양이 빌딩- 을 따로 지었다고 하지요. 평론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유명한 다치바나 다카시는 일본에서는 깨어있는 지식인으로 평가 받는 이입니다.

일본공산당연구로 고단샤 논픽션상을 수상하였고, 사회적인 이슈 외에도 우주, 뇌등 과학분야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저술활동을 펼치는 걸출한 인물입니다. 국내에 번역된 책만 하여도 20여종이 넘더군요.

그는 책에 관한 책도 많이 썼습니다. <도쿄대 교수가 신입생에게 권하는 책>, <교양을 위한 북가이드> 같은 책을 썼고,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 <읽기의 힘, 듣기의 힘> 같은 책은 국내에도 번역되었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독서광인 그에게는 과연 책이 얼마나 있을까요?

“사무실이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인데, 10년 전쯤 세 보았을 때 3만 5천 권 정도였지요. 고양이 빌딩 근처에 책을 보관해두는 다른 사무실이 한 곳 더 있어요. 정확한 수는 모르지만 10년 만에 두 배 정도 늘었다고 치면 7~8만권 되지 않을까요?”(다치바다 다카시)

책 8만권을 개인 소장한 독서광, 다치바나 다카시


이런 엄청난 독서광인 다치바나 다카시와 책에 관한 대담을 나눌 수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요? <지의 정원>에서 다치바나의 대담 파트너는 바로 ‘사토 마사루’입니다. 사토 마사루 역시 평범하지 않은 이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외교관 출신의 ‘해직’ 공무원인 그는 스즈키 무네오 의원의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구속수사를 받은 후 집행유예로 풀려납니다. 일본의 지식인들은 그가 일본 우익세력의 공격 때문에 희생되었다고 판단하는 모양입니다. 26년 후 외무성 문서가 공개되면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라고 믿는 모양입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와 ‘지의 정원’을 펼치는 그는 책이 얼마나 있을까요?

“만 5천 권 가량 됩니다. 최근 하코네에 사무실을 하나 더 냈는데, 철학과 사상 관련 책은 도쿄에서 그쪽으로 다 옮겼죠.”

천황제 지지자이고 국가주의자이긴 하지만 역시 내공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들은 책값으로 한 달에 얼마를 쓸까요? 서로 주고받은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그다지 비싸지 않은 책을 양손으로 들었을 때 3~4만 엔 정도라 치고, 한 달에 네 번쯤 그만큼 책을 사니까 십 몇 만 엔쯤 될 것 같아요.”(다치바나 다카시)

“저는 한 20만 엔 쓰는 것 같습니다. 월급쟁이 외교관 시절에도 한 달에 10만 엔이 책값으로 사라졌죠.”(사토 마사루)

이런 직접적인 비교가 무의미한 일이기는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공지영은 지승호와의 인터뷰집 <괜찮다, 다 괜찮다>에서 “한 달에 50~70권정도 구입하는데, 5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지출한다고 밝혔지요. 그녀는 책의 적은 술이라고 하면서도 책을 읽을 때는 하루에 세 권 정도 읽는다고 하더군요.

사토 마사루 역시 대단한 내공입니다. 유무죄를 다투는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512일간 감옥살이를 하면서 220권을 읽었다고 하더군요. 감옥이 독서에 좋은(?) 환경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더군요. 신영복 선생을 비롯한 한국의 양심수들을 통해서도 많이 들었던 이야기이기는 하지요.

감옥 생활 512일간, 220권을 읽었다, 사토 마사루

다시 본론으로 돌아갑니다. <知의 정원>을 펼치기 위해서 강호의 고수 두 사람에게 주어진 과제는 바로 100권을 추천하는 일입니다. 첫 번째 과제는 각자의 서재에서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한 교양서 100권을 고르고 그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과제는 현재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문고와 신서 중에서 100권씩을 추천하고 그 책에 관하여 토론하는 것입니다. <知의 정원>에는 독서의 고수 두 사람이 추천한 책 400권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책 제목과 저자 그리고 출판사가 나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책마다 코멘트가 달려있고, 두 사람은 서로 추천한 책을 통해 지식의 세계를 독자들 앞에 펼쳐놓습니다.

<자본론>역사적 자료로서 <공산당선언>이 가지는 의미에 주목하였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같은 국제 금융 위기를 이해하려면 ‘인간이 화폐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한 <자본론>을 놓칠 수 없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다치바나의 목록에는 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자유헌정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쉽지 않은 책들이지요. 그러나 어려운 책만 소개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토 마사루가 추천한 책 중에는 골즈 워디의 <사과나무>라고 하는 연애이야기도 있습니다.

남자 주인공은 젊은 날 출신계급이 다른 여성과 사귀었지만, 결혼을 할 수 없어 다른 여자와 결혼합니다. 세월이 흘러 은혼식을 보낼 무렵, 부인과 산책길에서 어느 자살한 사람의 묘를 발견하는데, 바로 젊은 날 헤어진 여인의 묘라고 하는 기막힌 이야기입니다.

외무성 공무원 사회의 병폐를 파헤치는 소설책 <그림자 나르는 날>같은 책도 흥미롭습니다. 저자인 다카야나기 요시오는 외무성 출신인데, 일본 외무성에는 이 책을 읽지 말라는 공문이 돌았을 정도라고 하더군요.

“정상회담 뒤에 축하연이 열린 자리에서 외무성 유럽국장이 살해된다는 줄거리의 소설인데, 대사관 내에서의 갖가지 갈등이나 긴자 호스티스와 외무관료의 관계 등 80% 정도는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담았어요.”

작가는 외무성에서 눈총을 받다가 좌천당하고 결국은 현직을 떠났다고 하네요. 역시 일본 외무성 관료 출신인 사토 마사루가 적극 추천하는 걸 보면 걸작(?)인 모양입니다. 그는 육군관료세계의 단면을 잘 그린 소설로 <인간의 조건>도 목록에 포함시켰습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소설도 관료세계를 잘 드러낸 책이라고 합니다.

다치바나와 사토가 각각 추천하는 장서 100권, 신서 100권


다치바나 다카시가 서재에서 추천한 100권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책은 바로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만화 안전판(전 7권)입니다. 그는 에니메이션도 좋지만 만화 완전판을 꼭 보았으면 좋겠다고 추천합니다.

“모노노케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동일한 노선에 있는 것이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입니다.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단연 발군이지요. 굉장합니다. 만화 나우시카에 비하면 애니메이션 나우시카는 새끼손가락 끝마디 정도에 불과합니다. 특히 만화의 마지막 에피소드에는 이제까지의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미지를 격파해 버리는 묵직한 사상이 드러납니다.”(다치바나 다카시)

이런 글을 읽고 어떻게 그냥 무시할 수 있을까요? 저 역시 지름신이 내렸습니다. 적지 않은 값을 치르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박스판을 주문하였습니다. 마침,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 미야자키 하야오의 ‘정수’(!)를 먼저 읽어보리라 마음먹고 질렀답니다.

다치바다 다카시가 뽑은 100권 중에서 가장 먼저 읽고 싶은 책으로 만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미하일 엔데가 쓴 <끝없는 이야기>를 선택하였습니다. 사토 마사루의 추천목록 100권중에는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책들이 절반 이상입니다. 그의 목록에서 잘 알려졌지만 읽지 않았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부활>을 골랐답니다.

대단한 독서광인 다치바나와 사토이지만 정작 대담과정에서는 독서의 위험을 경고하기도 합니다. 독서의 위험을 경고하는 책으로 쇼펜하우어의 <독서에 대하여>를 추천하였더군요.

“쇼펜하우어 자신은 대단한 독서가였지만 독서가 지나치면 좋지않다고 이 책에서 거듭 경고합니다. 독서한 다음에는 생각하는 행위가 필요한데, 책을 너무 많이 읽다 보면 생각할 시간이 둘어들어 오히려 머리가 나빠진다는 것이죠.”(사토 마사루)

머리가 나빠지는 공부 - 입시공부, 공무원시험, 사법시험

아울러 머리가 나빠지는 공부법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적입니다. 그들은 머리가 나빠지는 공부법이 있다고 합니다. 입시공부, 공무원시험이나 사법시험이 바로 그런 공부법이기 때문에 이런 시험을 서너 번씩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합니다.


“일정한 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 기억한 것을 일정한 시간에 종이 위에 재현하는 것은 우리 뇌의 기능 가운데 기억력과 조건반사 능력밖에 사용하지 않는 거죠.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머리가 나빠집니다. 입시공부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다 보면 머리가 나빠져서 그 틀을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참으로 일리 있는 지적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암기 중심의 수업과 시험을 치르는 우리의 입시 교육 결과를 보아도 그렇고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 시험이나 고시에 합격한 사람들 중에도 ‘기억력과 조건 반산 능력’만 발달한다는 지적에 딱 들어맞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정치이야기도 빠지지 않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야기는 바로 권력당에 관한 것입니다. 사토 마사루는 세상에는 눈에 잘 뛰지 않는 ‘권력당’이라는 정당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아울러 권력당이 있으니 당원도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권력당원의 조건은 권력의 핵심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입니다...... 각료가 되거나 또는 정부의 자문의원이 되면 권력당원에서 탈락할 위험성이 있지요. 권력은 어딘가에서 어느 새 교체되니까요. 권력에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항상 권력의 안쪽에 있는 것, 이것이 권력당원의 요건이라서 언제나 건설적인 비판자가 돼야만합니다. 건설적 비판자라고 해도 반체제적이거나 좌익적이어서는 안 되지요. (사토 마사루)

이 책에서는 ‘사카이야 다이치’와 ‘다하라 소이치로’라는 정치인과 언론인을 예로 들고 있는데 둘 다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점이 좀 답답합니다. 권력당원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민주노동당 같은 구체적인 정당과는 관계가 없지만, 그들이 가진 권력을 지켜가는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고, 어떤 정당이 집권을 하더라도 늘 권력을 누리고 권력 중심부의 주변을 폭넓게 형성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그런 사람들이 존배한다는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과학에 관한 토론에서도 흥미 있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사람들이 왜 사이비 과학에 현혹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사토 마사루의 분석이 상당히 일리 있습니다.

우선 사람들에게는 순응하는 마음가짐이 있고, 사람들이 어떤 정보에 대해 검증할 수 있는 기초적인 능력, 논리 관계를 쫓아가고 파악하는 능력이 있지만, 검증해야 할 정보가 방대해지면 검증하는 것을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검증을 포기하게 되면) 우선 식자층이 말하는 것을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스스로는 이해를 못해도 누군가가 설득해줄 거라는 마음이 생기는 거지요.......따라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쉽게 순응하게 되지요. 와이드 쇼의 유식한 해설자가 설명 해 주는 것은 일단 확실할 거라고 믿고 받아들입니다.” (사토 마사루)

하버마스가 <후기 자본주의의 정통성 연구>라는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고 합니다. 홀로코스트를 실행할 때도 상사는 겨우 “잘해”라는 한 마디만 할 뿐인데도, 현장에서는 그걸 짐작해서 홀로코스트를 실행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홀로코스트가 일어났지만, 정확한 명령이 증거를 찾을 수 없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겁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와 사토 마사루의 대담 <지의 정원>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헤겔의 개념 틀을 적용하여 모순, 대립, 차이라는 세 가지 개념을 구별하는 내용입니다. 모순과 대립은 해소 될 수 있지만 ‘차이’는 영원히 해소되지 않는다는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 모순이 있어도 협동조합을 만듦으로써 자본가와 노동자의 전환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므로 모순은 해결할 수 있습니다. 대립은 한 편이 다른 한 편을 완전히 절멸시킬 때 해소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차이는 해소가 불가능합니다.” (사토 마사루)

차이는 해소가 불가능하다, 여기까지 만으로는 설명이 좀 부족하게 느껴지지요.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공존하기 위하여 매우 중요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차이는 해소가 불가능하다니 처음엔 잘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논쟁하는 상대가 ‘당신이 뭐라하든 이것은 내 취향이다’ 해 버리면 더 이상 논의가 진전될 수 없습니다. 취향은 차이니까요. 차이는 해소될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자신의 입장을 정해야합니다.” (사토 마사루)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차이는 해소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그냥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모순이나 대립을 해소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일 수도 있겠더군요.

이 책 말미에는 매우 흥미로운 부록 두 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다치바나 다카시가 선택한 ‘육체적 사랑의 신비를 탐구하는 책 10권’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10권의 도서목록과 짧은 소개글이 포함되어 있는데, 다양한 관점에서 육체적 사랑라는 주제에 접근하고 있는 책들인 듯 합니다.

다른 하나의 부록은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 소개된 적이 있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독서기술 14개조입니다. 제가 좀 더 간단히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①돈을 아끼지 말고 책을 사라. 책이 비싸졌다고는 하지만 책속에 들어있는 정보에 비하면 책은 싸다.
②하나의 주제에 한권에 만족하지 말고, 균형 잡힌 관점을 위해 비슷한 책을 몇 권 더 보라.
③선택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실패해야 선택능력이 생긴다.
④수준에 맞는 책을 읽어라. 수준이 너무 높거나 낮은 책은 시간 낭비다.
⑤읽다가 포기하는 책도 끝가지 한 페이지씩 넘겨보면 의외의 발견을 할지도 모른다.
⑥속독술을 익혀라. 짧은 시간에 많은 자료를 보는 유일한 방법이다.
⑦책을 읽으며 노트하지 마라. 꼭 노트하려면 다 읽고나서 노트를 위해 읽어라.
⑧다른 사람의 북가이드에 현혹되지 마라
⑨주석을 읽어라 주석에는 본문 이상의 중요한 정보가 있다.
⑩책을 읽을 때는 의구심을 가져라. 활자로 되어 있으면 모두 옳은 것으로 보이지만 거짓과 엉터리가 얼마든지 있다.
⑪놀라운 부분을 만나면 정보의 출처와 판단 근거를 확인하라. 적당히 표현된 경우 엉터리일 확률이 높다.
⑫의혹을 품게 되면 오리지널 데이터, 생생한 팩트와 만날 때까지 의혹을 진전시키라.
⑬번역서 중에는 오역이나 나쁜 번역이 많다. 이해가 안 되면 오역을 의심해보라.
⑭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사회인이 되고나서 축적하는 지식이 인생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다른 것을 제쳐두더라도 책 읽을 시간을 만들어라.

지식인으로서 다치바나 다카시는 경이로운 인물입니다. 그는 사토 마사루와의 대담 중에 ‘요즘은 책 만권을 읽는 사람이 없다’는 안타까움을 토로합니다. 만 권을 읽으려면 도대체 얼마나 읽어야 할까요? 60년쯤 책을 읽는다고 치면 1년에 170권 정도를 매년 읽어야 1만 권을 채울 수 있습니다.

죽기 전에 책 1만 권 읽기, 참 흥미로운 삶의 목표가 아닐까요? <지의 정원>을 읽고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에 또 하나를 추가시켰습니다. 목표를 이루는 것을 장담할 수 없지만 1만 권의 책을 읽고 자신만이 가진 ‘지의 정원’을 가꾸는 일, 상상만 해도 짜릿한 일입니다.

책을 덮고 생각에 잠겼을 때,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는 사람>이 떠 올랐습니다. 황폐한 숲에 40년 동안 도토리와 자작나무를 심어 마침내 기적 같은 숲을 가꿉니다. 1만 권의 책으로 가꾸는 '지의 정원'이라면 그의 자작나무 숲도 부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은 책을 사는데 한 달에 얼마를 씁니까? 당신 수입의 몇 퍼센트를 책을 사는데 투자하시는지요? 이번 주말에는 책 한 권 골라 ‘지의 정원’을 산책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지의 정원 - 10점
다치바나 다카시.사토 마사루 지음, 박연정 옮김/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