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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알맹이 빠지고 조경공사만 남은 임항선 그린웨이

by 이윤기 2010.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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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창원시 옛 마산지역 도심을 가로지르는 임항선 철길을 그린웨이로 탈바꿈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임항선 그린웨이 조성과 주민참여 문제에 관하여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옛 마산시는 2015년까지 2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14.5km에 달하는 임항선 철길에 도시숲, 자전거도로, 산책로, 쌈지공원을 조성하는 그린웨이 사업 계획을 수립한 바 있습니다. 

행정구역 통합 이후 창원시는 임항선 그린웨이 1차 사업으로 45억 원을 들여 마산세관에서 옛 마산시의회까지 1km 구간을 시범 구간으로 정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600m 구간에 산책로, 자전거도로, 운동시설, 나무와 꽃길을 가꾸고 나머지 400m는 내년에 마무리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창원시는 임항선 전 구간에 걸쳐 가능한 구간마다 그린웨이를 조성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고, 마산대학까지 이어지는 9km의 경전선 폐선 구간도 녹색 숲길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도심에 녹지와 휴식공간을 만들고 있으니 반가운 일이기는 합니다만 크게 아쉬운 부분이 한 가지 있습니다.


사실, 창원 임항선 그린웨이 조성 사업은 폐철도 부지를 활용하여 '시민참여' 방식으로 공원과 도시숲길을 만들어낸 광주의 ‘푸른길 운동’을 벤치마킹한 사례입니다.

그런데, 광주의 푸른길과 마산의 임항선 그린웨이 조성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주민참여 여부입니다. 폐선부지를 활용하여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과 녹지공간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는 똑같은 결과물이 만들어질지 모르지만 그 과정과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광주에서는 10년 동안 수십 개의 시민단체와 수천 명의 시민들이 ‘푸른길’ 사업에 직접 참여하였습니다. 설계과정에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여 주민이 원하는 공원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일부 구간은 시민들이 직접 공원을 설계하여 조성하였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어떤 구간에 어떤 나무와 꽃을 심을 것인지, 연못을 만들 것인지, 분수를 만들 것인지, 벤치를 놓을 것인지, 평상을 만들것인지 하는 것들을 대부분 주민들이 참여하여 결정하였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5000만원이 넘는 시민모금을 통해 나무를 심고 벤치를 만들고 6곳의 기념 정원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 대학이나 기업이 공원을 조성하여 광주시에 기증한 구간도 있습니다.


그런데, 참 안타깝게도 창원시에서 추진하는 임항선 그린웨이는 광주 푸른길의 껍데기만 벤치마킹한 채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문 용역기관에 용역을 맡기고, 조경과 토목을 공사를 하는 그동안의 관행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시민 대부분은 어떤 공원이 만들어지는지도 모릅니다. 주민참여는 사라지고 행정의  예산 집행과 토목, 조경 공사만 남은 것입니다.


공무원만 돌보는 공원 vs 지역주민이 가꾸는 공원

푸른길 운동에 참여했던 광주 지역 활동가는 주민참여의 결과를 이렇게 표현하더군요.

“광주시에서 만든 다른 공원에 시설물이 망가지고 쓰레기가 있으면 시민들은 시청에 전화를 합니다. 그런데, 주민들이 참여하여 만든 푸른길에 시설물이 망가지고 쓰레기가 있으면 주민들이 직접 고치기도 하고 청소를 합니다. 공원의 관리와 운영에도 주민들이 애정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광주 푸른길 운동은 10년째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의사결정이 느리지만 주민이 참여하여 만든 공원은 주민이 진짜 주인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도심에 녹지공간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그동안 옛 마산지역에는 크고 작은 소공원과 쌈지공원이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단 한 곳도 주민이 참여하여 만든 공원은 없습니다.

광주에서 10년이 넘게 걸린 일을 창원에서는 몇 년 만에 해치우고 있습니다. 빠른 것은 모두 좋은 것일까요?

주민을 참여시키지 않고 짦은 기간에 만든 임항선 그린웨이는 완공 후에도 공무원이 아니면 아무도 돌 볼 사람이 없는 주인 없는 공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는 23일 광주의 푸른길 관계자들이 마산 임항선을 둘러보러 온다고 합니다. 참 부끄럽게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