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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기타, 교양

철학은 단단한 자아를 만드는 정신운동

by 이윤기 2010.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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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안광복이 쓴 <철학의 진리나무>

삶에 찌들려 살아가던 아마추어 철학자 안광복은 대학원 입학시험을 준비하면서, 어느 날 자신이 '진짜 철학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가 말하는 진짜철학자는 철학공부를 전업으로 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을 말하며, 평범한 사람들이야말로 진짜로 '철학함'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이 세상은 무엇이며 왜 이런 식으로 존재하는가?'
'변덕스러운 세상에서 영원히 지속되는 가치란 무엇인가?'
'신들은 있는가, 없다면 자연의 창조자는 누구이며 인생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안광복은 자신이 전업으로 철학하던 시절에는 세세한 논변들에 매달리느라 이런 큰 물음의 의미를 잊어버렸다고 한다.

대부분 강단 철학자들이 머리로 해결하려드는 이런 문제들을 생활인이라면 누구나 삶이 흔들리는 순간마다 심각하게 되묻는 일상의 물음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이런 철학의 문제들을 가장 절실하게 느끼며 답을 찾는 이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며, 그들이 당면한 문제를 피하지 않고 문제의 근원을 찾아 드러낼 수 있다면 그들이야말로 '진짜 철학자'들이라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실제로 강단에서만 고민하지 않고, 철학함과 삶을 통일적으로 살았던 이름 있는 철학자들도 여럿이 있단다.


"공자는 정치컨설턴트였고, 토마스 아퀴나스는 교회의 신부였으며, 마르크스는 잡지사 편집장이었다. J. S 밀은 동인도회사에서 평생을 월급쟁이로 보냈고, 율곡이나 정약용 같은 성리학자들도 삶의 대부분을 관료로 보내지 않았던가!" - 본문 중에서

사실 '아마추어 철학자가 진짜 철학자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 지은이의 삶은 우울한 마이너리티였다. 전업철학자를 꿈꾸던 지은이는 고등학교 철학교사가 되어 수업과 업무에 찌들려 살면서 늘 뒤처진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지냈다.

학교에서는 희소교과 담당자로서 아웃사이더로, 그리고 학자로서는 마이너리티가 되어버렸다는 자괴감으로 아침이면 출근하기 싫었고 퇴근하면 이내 우울해지는 삶을 살았다고 고백한다.


아마추어 철학자가 진짜 철학자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일상에서 아이들과 고민하고 그 속에서 철학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는 일상에서 철학문제를 발견하고, 고뇌하고 공감하였으며, 이를 풀기 위해 철학 책들을 연구하였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해결방안을 고민하고 글로 적어 책으로 엮어내기도 하였다.

뒤늦게라도 '아마추어인 자신이 진짜 철학자'라는 것을 깨달은 지은이에게 더 이상 '전업철학자'가 아니라는 자괴감 따위는 없어졌다는 것이다. 수업에 대한 기대로 아침이면 눈이 저절로 떠지고 저녁에는 '철학함의 즐거움'으로 살아가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지은이는 스스로 이렇게 변해왔다.

지은이에게 철학함은 자신과 아이들 문제를 해결해주며 그들을 건전한 생활인으로 끊임없이 거듭나게 해주는 역할을 해 주었다. 스피노자는 "내일 세상이 끝나더라도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하였는데, 그는 "내일 세상이 끝나더라도 한 그루 진리나무를 심겠다"고 고백한다.

"철학은 삶의 밑동부터 가지 끝까지 튼튼하게 한다. 그러니 삶에 뛰어들기에 앞서 깊게 고민해보라. 인생이 단 5분 남았더라도 철학함에 쏟은 2분은 나머지 3분을 30년같이 가치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누구나 마음속에는 진리나무가 있다. 철학은 그 나무를 튼실하게 가꾸어줄 터다." - 본문 중에서

안광복이 쓴 <철학의 진리나무>는 왜 우리 삶을 철학함에 쏟아야하는가에 대하여 답해주는 책이다. 그는 진정 행복하고 싶다면 '나'를 튼튼하게 가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돈과 명예는 원래 자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고 사라질 수 있지만 건강한 나는 누구도 빼앗아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자아가 크고 당당한 사람은 세파에 흔들리지 않으며 늘 힘차고 밝다는 것.

철학은 단단한 자아를 만드는 '정신운동'

따라서 누구도 뺏어갈 수 없는 재산인 '나'부터 가꾸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를 튼실하게 키울 수 있을 것인가? 지은이는 지속적이고 꾸준한 철학연습이 건전하고 단단한 자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진정한 행복은 그런 자아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철학은 '멘털 짐내스틱'(mental gymnastic) 말 그대로 '정신의 운동'이다 처음 하면 영 어색할지 모른다. 어떻게 할지 감도 안 올 뿐더러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지속적인 운동이 건강한 몸을 만들 듯 꾸준한 철학 연습은 건전하고 단단한 자아를 만든다. 진정한 행복 쌓기는 그런 자아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또한 지은이는 정신운동인 철학연습을 위한 준비체조 단계를 다음과 제시한다.

① 스콜레(여유와 여가)를 확보하라.
② 한 걸음 뒤로 물러날 줄 아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라.
③ 도서관과 서점 신문이나 잡지와 같은 활자매체와 가깝게 지내라.

이러한 철학함을 위한 준비체조 - 시간을 내고 마음을 다스리고 활자와 가깝게 지내는 것-를 마무리한 후에는 구체적으로 일상에서 철학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소크라테스 대화법 연구>로 박사가 된 지은이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 치료사'라고 생각하는 이는 바로 소크라테스이다. 그는 심하게 못생기고 가난하고 고등교육도 받은 적이 없었지만 항상 유쾌하고 친절하였으며 전지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와 대화를 나눈 많은 이들이 자신의 편견을 깨달았으며, 그는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는 신탁을 받기도 하였단다.

지은이는 편견을 깨고 지혜를 주는 소크라테스의 능력은 '테오리아'(靜觀)와 '끊임없는 질문'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테오리아란 자기 입장과 이익에 휘둘리지 않는 태도를 말하는데, 소크라테스는 돈이나 권위에 주눅 들지 않은 철학자였으며, '묻고 또 묻는 일'을 실천함으로써 평범한 자신을 단련하여 철학함의 삶을 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철학하는 방법 세 가지

<철학의 진리나무>에서 안광복은 일상생활에서 철학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① 화두로 용맹정진하기
② 움직이는 주제를 잡아라.
③ 철학 엑스레이 '깊은 뿌리 캐내기'

첫 번째, 화두로 '용맹정진 하라'는 것은 세세한 주장과 잔 생각에 매달리지 말고 뿌리를 이루는 신념을 파고들라는 것이다. 모든 주장에는 정의, 평등, 용기와 같은 큰 덕목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

예컨대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파문에는 '국익'과 '진실'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무엇이 '국익'과 '진실'인지를 알아보자는 것이다. 이런 큰 단어들이 일상의 철학을 여는 '화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은이는 '블루오션', 'e-스포츠' 등의 신조어들도 화두로 삼아볼 것을 제안한다. 왜냐하면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말은 그 시대의 절실한 부분과 핵심을 담고 있기 때문이란다.

두 번째, 움직이는 주제를 잡으라는 것은, 달아올라 뜨거울 때 고민하고 주장하라는 것이다. 사회적 관심이 높을 때 그 주제에 매달려 철학적 문제를 탐구하면, 생각의 밑거름이 될 자료들도 풍부하다는 것이다. 개인의 문제 역시,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을 움직이는 주제에 매달릴 것 ! 열렬한 관심이 치열한 고민을 낳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세 번째, 관심과 치열한 고민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엑스레이를 찍듯 문제의 내면을 바라보라는 것. 현재 문제의 뿌리가 되는 가치는 무엇인지 집요하게 파고들어보면, 가장 깊은 편견과 문제는 항상 거기에 있기 때문에 가장 길게 뻗어나간 뿌리를 잡고 끌어내면 몸통은 쉽게 빼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안광복이 쓴 <철학의 진리나무>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고민을 풀기위해 숙고했던 철학적 사색들을 모은 책이다. 책의 일부는 '삶과 세상의 뿌리에 해당되는 깊은 물음'을 또 다른 일부는 '시사적인 문제에 대한 철학적 해법'을 제시하는 내용들이다. 독자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철학함을 돕는 연습문제에 해당될 만한 내용들이다.

예컨대, '노마디즘', '보수와 진보', '선과 악' 같은 화두에 매달리는 법, 여가, 법, 이상과 같은 주제에 매달려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는 법, 시사적인 문제에 매달려 임상적으로 철학하는 법의 예시를 풍부하게 소개하였다.

안광복은 철학이 자신의 삶을 구원하였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철학함의 축복'을 전하기 위해 <철학의 진리나무>를 썼다. 아마추어 철학자가 쓴 이 책을 읽으며, 일상에서 철학하는 방법을 익힌다면 독자들도 어렵지 않게 철학함(정신운동)의 즐거움에 빠져들어 '진짜 철학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철학의 진리나무 - 10점
안광복 지음/궁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