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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휴대폰 유심칩(USIM) 아들도 왜 못주나?

by 이윤기 2010.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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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사용하던 휴대전화에 '유심칩'을 교체하라는 에러메시지가 떴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PUK에러가 생기면 유심카드를 못쓰게 되기 때문에 카드자체를 교체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5500원을 부담하고 새로 유심카드를 교체하였는데, 지금까지 결코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관리자 비밀번호를 열 번 잘못입력하면 유심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만든 이유를 납득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제가 사용하던 유심카드를 초기화해서 아들이 다시 사용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비밀번호 틀리면 왜 유심칩 못쓰게 만들어놨나?

유심카드를 교체하라는 메시지가 나와서 아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를 들고 동네에 있는 가까운 대리점으로 갔습니다. PUK에러가 무언지 물어보았더니"휴대전화에 통신회사가 관리하는 메뉴 설정들이 있는데, 비밀번호로 잠궈져 있다"고 하더군요. 비밀번호를 열 번 입력하여 모두 틀리면 유심카드가 못쓰게 된답니다.





"아니, 그걸 왜 그렇게 만들어놨지요? 비밀번호가 몇 번 틀리면 작동을 멈추게 하고 대리점에 가서 본인 호가인을 한 후에 풀도록 하면 되지 왜 유심카드까지 못쓰게 만들어놨어요"


"글쎄요, 저희도 그런 기술적인 문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열 번을 다 입력하지 않고 몇 번 틀린 후에 대리점으로 가지고 오시면 초기화해서 그냥 사용할 수 있는데, 열번을 모두 입력했기 때문에 유심카드를 교체하셔야 합니다."

(납득할만한 설명이 아니어서 약이 좀 오르더군요) "제가 사용하던 유심카드가 있는데, 이걸 사용할 수는 없나요?"

"고객님 유심카드는 본인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아이폰으로 바꾸면서 옛날 유심칩이 남아있습니다. 아내도 통신회사를 옮겼더니 유심칩도 바꿔야 한다고 해서 집에는 아들이 가입한 통신회사용 유십칩이 2개나 여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타인이 한 번 사용했던 유심칩은 사용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아니, 아까 유심칩을 초기화할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제가 사용하던 유심칩을 초기화해서 새로 제 아이 휴대전화에 맞게 필요한 데이타를 입력하면 되지않아요."

"고객님, 그건 안 됩니다. 한 번 사용했던 유심칩은 본인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 참, 똑같은 소리만 반복하지 마시고 왜 안 되는지 납득할 수 있게 설명을 좀 해주세요. 제가 보기엔 유심칩이라는 것이 플래시 메모리 비슷한던데, 지금 있는 자료를 모두 포멧하고 새로 사용하면 되겠던데요."

"고객님, 그건 안 됩니다." (앵무새처럼 안 된다는 이야기만 반복하더군요. 이럴 때 제일 답답합니다. 이유는 설명하지 못하면서  똑같은 소리만 하기 때문입니다.)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으면 당장 불편하기 때문에 일단 5500원을 내고 유심칩을 새로 구입하였습니다. 전에 유심칩이 처음 나왔을 때는 1만원 정도 하였던 것 같은데 그동안 가격이 좀 내린 모양이더군요.

유심칩 왜 가족끼리도 재사용 못하게 하나?

그래도, 집에 멀쩡한 유심칩이 2개나 있는데도 유심칩을 추가로 구입한 것이 억울하여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였습니다. 고객센터 상담원은에게 왜 다른 가족이 사용하던 유심칩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인지 물었더니, 대리점과 똑같은 대답만 하더군요.

그래서, 콜센터 상담원에게 '기술분야의 전문가에게 확인해서 왜 유심칩을 다른 사용자가 재사용할 수 없는지 알려달라' 고 요구하였습니다. 며칠이 지난 후에 콜센터에서 문자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그런데 고객센타에서 보내온 문자메시지를 읽어보아도 납득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답변 내용은 이렇습니다.


"본인만 유심칩을 재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USIM이 단순 이동전화고객을 인증하는 것 뿐만 아니라, 포함된 각종정보(은행 및 신용카드등)가 포함될 수 있어, 타인이 사용하게 될 경우 개인정보, 금전적 피해 등의 위험을 줄이고자 하는 정책입니다. 즉,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사용상의 부주의로부터 발생 가능한 위험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정책입니다."

대리점에서 상담을 할 때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서 절대로 재사용할 수가 없다고 하더니, 문자메시지에는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사용상 부주의로부터 발생 가능한 위험' 때문이라고 합니다. 결국, 유심카드를 재사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는 답변입니다.

유심카드, 재사용 가능한데... 통신사 관리 편하려고 재구매 강요

대리점에서 무조건 유심카드를 재사용 할 수 없다고 답한 것은 유심카드를 더 팔아먹기 위한 통신회사의 상술이었거나 통신회사가 '위험관리'를 쉽게 하기 위하여 무조건 사용할 수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소비자들에게 유심카드 비용을 추가로 부담시킨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 생각에는 얼마든지 제가 사용하던 유심카드을 아들 휴대전화에 사용해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제 유심카드에는 신용카드 정보도 은행정보도 없습니다. 전화번호조차 저장한 적이 없기 때문에 '통신사에서 입력한 고객인증 정보' 외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뿐만아이지요. 그런 정보가 들어있다고 하더라도 대리점에서 유심카드를 초기화하면 그런 정보는 다 삭제되는 것이 상식입니다. 따라서, 타인이 사용하던 유심칩을 초기화해서 사용할 것인지는 소비자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사용상의 부주의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지나치다는 것이지요.

그런, 위험이 있다는 것을 고객에게 설명해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사용하겠다고 하면 유심카드를 초기화하여 입력되어 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한 후에 재사용하도록 해주어야 마땅합니다. 저의 경우 아들과 저의 가족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기 때문에 위험요인이 없이 얼마든지 제 사용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통신회사로부터 납득이 안 되는 대답을 듣고나니 유심칩을 팔아먹기 위해서 이러는 것인가 하는 의혹이 생깁니다. 휴대전화 회사들이 충전젠더를 6700억원이나 팔았다고 하는데, 휴대전화마다 들어가는 유심칩 판매금액도 젠더 판매금액에 뒤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신회사에서 보내 온 답변에는 군더더기가 또 하나 붙어 있습니다. "신용카드의 경우 유효기간이 만료되면 재활용하지 않는 것이 유사한 정책이라고 보시면된다고 합니다."

세상에 이건 또 무슨 말인가요? 유십칩 재사용과 신용카드 폐기는 전혀 유사한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신용카드의 유효기간을 정해놓은 것은 카드회사가 회원관리를 편리하게 하기 위한 정책일 뿐이고, 신용카드의 경우 재발급 비용을 카드회사에서 부담합니다.

아울러 유심카드는 처음부터 유효기간 같은 것이 없습니다. 또한 유심카드는 소비자가 비용을 부담하여 구입합니다. 따라서 소비자가 자신들의 소유물인 유심카드를 재사용하겠다고 하는 것을 통신회사가 임의로 막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통신회사에서 보내온 답변으로는 소비자들의 유심카드 재사용을 막아야 할 이유가 납득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의혹과 궁금증만 커집니다. 이동전화 가입자 숫자가 인구수보다 많다고 합니다. 그동안 USIM 하나에 5천원 ~ 1만원에 팔았는데 원가는 얼마나 할까요? 그동안 이동통신 회사들은 유심카드를 도대체 얼마나 팔았을까요?


※ 여러 댓글 중에서 가장 명확하게 설명이 된 듯하여 포스팅에 추가하여 놓습니다.(오마이뉴스에 올린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