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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일본군대와 손잡고 북한을 견제하자구요?

by 이윤기 2011.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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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군사협정 체결이 추진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과의 군사협정 체결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질가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타자와 도시미 일본 방위상과 김관진 국방장관간의 회담에 대해 국방부는 "한일 군사협정 체결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유엔평화유지활동(PKO)과 인도적 지원 및 재난구호활동 등의 분야에서 물자, 식량, 연료를 서로 지원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을 위해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여론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로키(낮은 자세)로 진전시켜 가자”고 하였다는 일본 언론보도를 보면, 군사협정 논의가 물밑에서 장기간 진행되었으며, 수면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호군수지원협정도 본격적인 군사협정체결을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일간의 군사협정은 구한말 일본의 조선침략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키지 않을 수 없으며, 군사협정의 내용과 관계없이 일본 자위대의 군사행동을 정당화해주고 남북관계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뿐이라고 생각됩니다. 한일군사협정을 추진하는 이 나라 국방장관은 끊임없이 독도를 자기땅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의 실체를 잊은 것일까요?

한일간의 군사협정은 결과적으로 일본자위대가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말하자면, 1945년 해방 이후에 처음으로 한반도에 일본군대가 들어올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주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해방 후 60여년만에 또 다시 일본제국주의 군대가 한반도에 돌아오는 기가막힌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일본 군대를 끌어들여 북한을 견제하자구요?

뿐만 아니라 한일군사협정은 그 내용을 살펴보면 36년간 한반도를 식민지로 지배하였던 일본군대와 손을 잡고 북한의 군사력 억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같은 민족끼리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여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세를 끌어들이는 일이라고 본다면 과도한 해석일까요? 그것도 불과 100여년 전에 군사력을 동원하여 한반도를 식민지 지배하였던 나라의 군대를 다시 불러들이는 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당나라 소정방을 끓어들여 백제와 고구려 일부로 영토를 확장하였던 신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혹자는 자위대는 군대가 아니라는 주장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북한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일본군대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신라가 백제와 고구려 지역으로 영토를 확장하면서 일어났던 일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통일부장관을 지낸 경남대학교 박재규총장은 북한을 압박하는 것은 결국 중국을 이롭게 하는 일이며, 중국이 버티고 있는 한 북한을 흡수통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고 견해를 밝힌 바 있습니다. 결국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미, 일 군사동맹이 강화되는 것은 북한이 점점 중국에 기댈 수 밖에 없는 나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일본군대가 한반도에 돌아오면 독립운동가들은 뭐라고 할까요?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벗어나기 위해 목숨걸고 싸웠던 수 많은 독립지사들이라면 일본군대가 한반도에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한일군사협정'체결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지난 며칠 동안 지금은 일본의 일부가 된 '오키나와'를 다녀왔습니다. 400년 류큐 왕국이 멸망한 후 일본과 미국이 지배하고 있는 곳입니다. 2차 대전후에 미군정의 지배를 받다가 1972년에 일본으로 이양되었다고 하더군요. 류큐왕국이 멸망하고 일본에 속한 이후 오키나와 사람들은 일본 사람이 되고, 일본땅이 되기 위하여 피눈물나는 노력을 하였더군요.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오키나와는 본토와 구분(차별)되는 다른 일본이더군요.

오키나와에는 섬 곳곳에 미군기지가 있습니다. 2차 대전 이전에는 일본군이 전쟁준비를 위하여 기지를 건설하였습니다. 2차 대전이 끝난 후에는 일본군이 만들어 놓은 기지에 미군이 들어와서 동북아시아의 군사전략기지로 바뀌었습니다.

오키나와는 일본군과 미군이 번갈아가며 군사적 지배를 하였더군요. 지금도 법적, 행정적으로 일본의 일부이지만, 만약 동북아시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오키나와는 미군에 의하여 다시 지배 받게 될 것이 분명해보였습니다.

한일군사협정은 그 내용이 어떤 것이든, 미군이 지배하던 기지에 일본군이 들어오게 되는 첫 단초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나간 역사를 보면서 한미일 군사동맹 중에서도 더 긴밀하고 중요한 군사동맹은 미, 일간의 군사동맹이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는 필리핀과 조선을 미국과 일본이 나눠먹은 가쓰라데프트 밀약을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한편, 한일군사협정은 평화헌법 제 9조를 무력화시키고 군사강대국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일본의 우익세력에게 명분을 제공하는일이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은 필요에 따라 자위대는 군대가 아니라고 합니다. 평화헌법 제 9조에 따르면 일본은 군대가 없는 나라입니다. 군대가 없는 나라, 군대가 없어야 하는 나라와 군사협정을 맺는다는 것은 결국 자위대가 군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행위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일본이 군사대국으로 나아가는 것은 불과 60여년 전에 일본 군대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동북아시아의 모든 나라들이 원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속해있는 한국YMCA 전국연맹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한일군사협정 체결 추진을 우려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시민단체들은 한일간의 군사협력이 강화되면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대립과 군비경쟁을 가속화시켜 동북아의 신냉전을 초래할 것이며, 결국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 전환의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결국, 군대 보유와 무력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일본 헌법 9조를 무력화하여 자위대의 해외 활동을 정당화하고 유사시 한반도 개입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한일 군사협정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언론은 군사협정 추진과정과 문제점에 대해 자세히 밝혀야 하며, 국회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저해하는 군사협정 계획을 철회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라고 촉구하였습니다.

제 생각엔 한일군사협정을 체결할 것이 아니라 남북간에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옮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경우라고 일본 군대가 한반도에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더보기: 공동성명 <동북아 신냉전 불러오는 한일 군사협정 계획 철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