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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먹거리

학교 급식 우유 안 먹으면 영양실조 걸릴까?

by 이윤기 2011.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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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우유 모자라면 소젖 덜 먹으면 된다

구제역 여파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입니다. 지난주 내내 돼지 매몰지역에 대한 부실 매립 논란이 계속되었습니다. 앞으로 심각한 지하수오염을 비롯한 2차, 3차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한편 구제역 파동 때문에 낙농가의 축유량이 줄어 들어 우유 및 분유 수급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교 급식 등 우유 수요 증가를 앞두고 축유량이 줄어 들어 우유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를 틈타 우유 업계에서는 대량으로 우유를 소비하는 제과, 제빵, 커피 업체 등에 공급하는 우유값을 올리겠다고 발표하였다가 인상계획을 백지화하는 헤프닝을 벌이기도 하였습니다.

한겨레신문 보도를 보면, 우유 가격 인상을 추진하였던 업체 관계자는  “원유 물량이 줄어 급식이나 소비자용 우유 값을 현재 가격으로 유지하려면 대량 수요처의 가격이라도 조정할 필요가 있지만 최근의 물가불안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농림수산식품부와 논의를 통해 현재의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원유 물량이 줄어들어 총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회사이 수익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려면 대량수요처에 판매하는 가격을 인상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구제역 위험 지역에서 나온 우유도 살균해서 아이들에게 먹이자?


한편, 구제역 여파로 개학 뒤 학교 급식용 우유 공급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급기야 정부는 ‘구제역 발생 위험지역’의 낙농가에서도 ‘마시는 우유’를 생산할 수 있게 허용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로부터 반경 3㎞ 이내에 해당하는 구제역 발생 위험지역에서 집유한 원유도 열처리를 거치면 마시는 우유(시유)로 쓸 수 있도록 구제역 대응 매뉴얼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는 것입니다. 

기존 매뉴얼에서는 구제역 확산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위험지역에서 나온 원유는 폐기하는 게 원칙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우유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는 예상이 나오자 서둘러 구제역 대응 메뉴얼을 변경한다는 것입니다.

농림수산식품부관계자는 '구제역 바이러스는 56도에서 30분, 76도에서 7초 가열 처리를 하면 완전히 사멸해 식품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축산농가의 반발과 우유가 모자라는 상황을 고려하여 결정한 일이라고 합니다. 

농림수산식품부, 우유 회사, 축산업자들의 이런 주장은 일면 매우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그러나, "구제역 때문에 우유가 모자라기 때문에 구제역 위험 지역에서 나온 원유라고 고온에서 가열처리하여 아이들이 먹도록 하자"는 말로 바꿔보면 조금 다르게 들립니다. 

과연 부모들은 구제역 위험지역에서 나온 원유를 고온에서 가열처리 하여 먹이는 것을 원할까요? 아니면, 구제역 대문에 우유가 모자라면 우유를 안 먹이는 것을 원할까요?

저는 후자라고 생각하는데, 농림수산식품부관계자들은 전자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왜 아이들 급식 식단에 꼭 우유가들어가야 할까요? 왜 우유가 포함되지 않으면 일일권장 칼로리와 영양을 맞출 수 없는 것일까요? 

▲ 학교급식에는 왜 꼭 우유가 포함되어야 할까요?


학교에서 급식 우유 안 먹으면 영양실조 걸릴까?

저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우유에 포함된 지방, 단백질, 칼슘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 식품은 수도 없이 많이 있습니다. 왜 지방, 단백질, 칼슘을 꼭 우유를 통해서만 섭취하도록 학교 급식 식단을 짜야 할까요?

저는, 몇 년전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에서의 우유 강제급식에 반대하는 운동을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학교 영양사에게 물었더니, 우유를 빼고도 얼마든지 영양과 칼로리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식단을 짤 수 있다는 대답을 하더군요.

다만, 시, 도교육청에서 우유 급식을 권장하기 때문에 우유를 포함하여 급식 식단을 짜고 있고, 일부 아이들만 우유 급식을 하지 않을 경우 식단을 다르게 짜야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습니다.

그럼, 왜 우유 급식을 권장하게 되었을까요?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우유 급식을 권장하게 된 것은 정부의 축산정책과 축산관련 농가와 기업들의 과잉생산 때문입니다.

몇 년 전부터 경상남도는 남아도는 우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복지시설에 대한 무상 공급과 소비 확대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경상남도가 예산을 편성하여 노인, 장애인 그리고 어린이 들에게 우유를 공짜로 주는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지방정부의 산하기관, 단체, 기업체에서 소비확대 캠페인을 벌이고, 교육청을 통해 1만 4000명의 학생들에게 우유 무상급식을 하였습니다.

2006년에는 마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방학동안 지원해야 할 한달 열흘 치 우유 40개를 한꺼번에 지급하는 웃어 넘길 수 없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하였습니다.  

경상남도의 경우만 하여도 우유 소비를 촉진하고 저소득층 무료 급식을 지원하기 위하여 2009년에 27억 5550만원, 2010년에 33억 7600만원으로 예산이 매년 증액되었습니다.

2010년에도 원유 부족사태를 겪었는데 생산량 감소는 1.8%에 불과하며, 발효유 등의 소비증가와 더불어 정부의 인위적인 우유를 소비 촉진 정책이 원인이었다고 봅니다.

최근 구제역 파동으로 젖소의 10~14%( 젖소 3만4천여마리) 정도가 살처분 되었고 원유 생산량이 예년보다 20만톤 줄었다고 합니다만, 그동안 인위적으로 우유 소비를 촉진하였던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원유 수급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는 우유를 소비시키기 위하여 정부 예산을 쏟아붓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실제로 일선 학교에 가보면 먹기 싫은 우유를 억지로 먹는 아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선생님 눈을 피해 우유를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에는 아토피, 천식, 비염을 가진 아이들의 경우 우유에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체질적으로 우유를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소젖은 원하는 아이들만 먹게 하자

제 생각에는 우유가 모자란다고 구제역 위험 지역 원유를 고온 살균처리 할 이유도 없고, 우유 값이 올라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우유가 모자라면 초,중, 고등학교, 군대에서 반 강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우유 강제 급식을 중단하면 됩니다.

정말 우유를 먹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만 우유를 먹게하면 절대로 우유 공급이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유 소비량 예측은 축산업자들과 우유 회사들의 압력과 로비로 정부가 인위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소비량입니다.
 
정부가 세금으로 우유를 사서 공짜로 나눠주는 일을 중단하고, 초, 중, 고등학교에서 반강제 우유 급식을 중단하면 구제역 파동으로 줄어든 원유 공급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