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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20.10.06 마산엔 100년 된 목욕탕이 있다?
  2. 2011.04.11 동네 계모임 비석도 역사가 된다 (2)
  3. 2011.03.10 한 중 일 역사 전쟁, 대안은 뭔가? (3)

마산엔 100년 된 목욕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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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토박이보다 더 마산을 사랑하는 역사학자 유장근이 쓴 '마산의 근대사회'

 

태어난 고향은 부여이지만 마산 토박이보다 더 마산을 사랑하는 역사학자가 유장근입니다. <마산의 근대사회>는 그가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의 졸속적인 행정구역 통합으로 이름마저 사라진 '근대 도시 마산'을 미시적으로 연구한 역사책입니다. 

그는 개항 이전부터 오랜 세월 발전해 온 전통 도시를 원마산이라 부르고, 개항 이후 일제 식민 통치하에서 새롭게 형성된 지역을 신마산(오늘 날도 신마산이라고 부른다)으로 부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두 지역의 형성과 변화 발전 과정을 연구한 도시 역사 그리고 목욕탕 100년사와 같은 사람들의 생활양식, 마산 지역의 근대교육의 발전과 쇠퇴 그리고 창신 학교 연구와 독립운동가 이교재 선생에 대한 연구를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예컨대 이 책은 저자가 관심을 두고 연구했던 여러 주제들을 4부로 나누어 엮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산의 근대사회> 겉 표지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연구는 마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조차 대부분 관심을 두지 않는 주제들이 대부분 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선 역사학계에 이름 난 학자가 '마산지역 목욕탕의 1백 년 역사' 같은 연구를 하였다는 것 자체만으로 흥미롭고 놀라운 일입니다. 

실제 저자는 <근대 중국의 지역사회와 국가권력>, <현대 중국의 중화제국 만들기>, <상하이 지역 자선단체의 근대적 성장과 좌절> 같은 연구서를 출간한 중국 근대사를 연구하는 학자입니다. 

실제 대체로 이런 류의 지역사 연구는 이웃 나라 일본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지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은 일본에 비해 이런 지역 연구가 취약한 것을 늘 안타까워 할 뿐이었지요. 

이름도 사라진 도시 마산을 연구한 까닭?

마산, 창원, 진해가 행정구역을 하나로 합칠 때, 통합 도시의 명칭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였지만, 결국 가장 오래 된 이름을 사용하는 것으로 어렵게 합의에 이릅니다. 문헌에 창원이라는 이름이 마산보다 조금 일찍 등장한다는 이유 때문에 통합 도시의 이름은 창원시가 되었습니다. 

아무튼 창원이라는 명칭이 더 오래 되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결정되었지만, 옛 문헌에 고작 몇 십 년 일찍 등장한다는 것으로 260년 근대 역사 도시의 이름을 포기한 것은 그 도시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일이지요.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역사 속 마산이 근대 도시로 발전하는 과정은 흥미롭습니다. 지금 마산에서 골포시대나 삼국시대 혹은 고려시대의 도시모습을 찾아보긴 어렵지만 조선시대 이후는 각 시대별 특징이 도시 공간 속에 잘 남아 있다고 합니다. 

"도시 중심부의 경우, 1760년대의 도시 구조가 1899년대까지 이어졌으며, 개항 이후에는 조계지에, 러일 전쟁 이후부터 일제 시대에 걸쳐 신마산과 중앙마산이 형성되었고, 1960년대 후반기부터 한국사회에 불어 닥친 산업화가 이 지역에 본격적으로 밀려오기 시작하면서 동마산이 탄생되었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지난 260여 년 마산의 도시 형성과정을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합니다. 근대기 도시 형성은 지방 행정 관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마산은 창원부 소속의 일개 포구에 지나지 않았지만, 조선 시대 최대의 항구 시설을 중심으로 도시가 성장하였다는 것입니다.

"일창원 이강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국의 으뜸가는 항구로 발전하였으며, 동해의 원산과 더불어 3대 수산물 교역지로 명성이 높았다. 특히 마산포는 동, 서해의 수산물을 중개하는 교역항으로서 기능하였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이 책 제 1부를 통해 근대도시 마산의 성장 과정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자세히 기록하였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현재의 도시 모습을 갖추는 약 260여 년의 변화와 발전 과정을 자세히 정리하고 있습니다.

마산포는 전국 3대 수산물 교역지

사실 4부로 나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마산 지역 목욕탕의 1백 년 역사' 연구 편입니다. 저자는 식민지 위생 시설로 마산에 목욕탕 들어서게 된 배경을 경성의 사례와 비교 설명하면서 오늘날 다양한 기능을 가진 생활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 목욕탕의 역사를 흥미롭게 증언합니다. 

개화기와 식민시대에는 목욕은 문명 시설의 하나로 받아들여졌다고 하는데, 마산에는 1910년 7월 말 기준으로 8명의 목욕탕 운영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운영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100년 역사의 '앵화탕'은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당시 앵화탕의 구조와 운영 형태(물 공급, 연료 사용) 등에 대한 미시적인 연구를 담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산업화 시대 마산의 목욕탕 현황을 정리한 자료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에 다녔던 목욕탕 이름을 찾으며 옛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였습니다. 

3부 마산의 도시 형성과정에 대한 연구에서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1930년대에 이르러 마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청주 생산량을 기록하게 되는데, 그 단서가 러일전쟁 직후에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청주공장은 조계지와 조계지가 확정된 중앙마산 지역에 주로 설립되었고, 청주공장들이 세워지면서 1930년대에 전국에서 청주 생산을 가장 많이 하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해방 후에도 좋은 물을 가지고 좋은 술을 빚는 전통이 이어져 큰 소주 회사와 맥주 공장(최근 소주 공장으로 전환)이 자리 잡게 된 것으로 짐작됩니다. 

1930년대 전국 최대, 최고... 술의 도시

한때 소주회사와 맥주 회사는 모두 "좋은 물로 좋은 술을 만들었다"는 광고로 유명세로를 타기도 하였습니다. 술과 함께 물 좋은 마산에서 생산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던(지금도) 것으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간장 공장도 있었습니다. 

한편, 저자는 근대 마산 중에서도 상남동이라고 하는 특정 공간을 중심으로 20세기 초반에 이루어진 사회 변화와 근대교육의 성장, 발전, 쇠퇴의 역사를 다룹니다. 또 마산을 대표하는 사학 중 하나인 창신학교 연구와 마산 진전 출신 독립운동가 이교재 선생에 대한 연구도 이 책에 담고 있습니다. 

이교재 선생은 독립장을 추서 받은 창원을 대표하는 독립 운동가이며 상해임시정부가 경상남북도 상주대표로 임명하였던 인물입니다. 임정으로부터 군자금 모집이라는 중요한 사명을 띠고 국내에 드나들었던 분입니다.  

저자는 그간 이교재 선생에 대한 연구가 미흡했던 것을 확인하면서 여러 오류를 걸러내고 당대의 기록을 비교 및 대조하면서 역사적 사실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고향에서의 3.1운동 참여와 체포 수감, 상해 망명 이후 통영 군자금 모금사건, 1931년 입국 때 휴대하였던 9개의 상해 임정 문건에 대하여 상세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독립운동자금 모금에 탁월했던 마산 출신 이교재 선생 

아울러 이교재 선생의 활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지역에서 함께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연구도 함께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역 독립운동사에 대한 연구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교재 선생에 대해서는 해방 이후 백범 선생이 마산에 있는 이교재 선생 묘소를 참배하였을 만큼 중요한 인물이었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습니다. 저자의 연구를 통해 그의 활동과 그 분이 격은 고초를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독립운동의 방법과 독립운동자금 모금에 관해 능력이 탁월하였고, 국내주재 조직 및 독립운동 자금 모금의 경상남북도 상주대표로서 장관 몇 명이 하는 일보다 더 중요하였다"(본문 중에서)

백범의 술회나 이교재 선생에게 맡겨진 임무를 보면 당시 임시정부가 가장 신뢰하는 독립운동자금 모금 책 중 한 명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자료와 사실 확인에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되는데 자랑스러운 역사도 과장 되거나 꾸밈없이 당시 시대 상황과 사건 현장을 담담하게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2010년 강제적인 행정구역 통합으로 이름마저 사라진 도시 '마산'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훨씬 더 각별한 지역사 연구서입니다. 마산 야구가 창원 야구가 되어 버린 것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 3.15 민주 항쟁과 10.18 부마항쟁이 역사의식 없는 일부 사람들에 의해 창원 3.15와 창원 10.18이 되어가는 현실을 보며 망연자실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하여 이처럼 애정을 가지고 연구하는 학자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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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계모임 비석도 역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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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오후에 유장근 교수(경남대)의 도시탐방대, 그리고 제가 일하는 단체에서 진행한 '임항선 그린웨이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유장근 교수의 도시탐방대는 제 16차 탐방이었는데, 이번에는 서원골(서원곡)일대를 탐방하였습니다. 행정 명칭이 서원곡인데도 불구하고 '서원골'이라고 한 것은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이 있기 전까지 관해정 근처에 서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관해정은 남명 조식의 제자인 한강 정구(1543-1620)가 임진왜란 이후 처음엔 초가로 정자를 세웠다가 10여년이 지난 후에 제자 장문재가 와가를 다시 세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구가 죽고 난 후, 1634년에 정구의 학덕을 추모하기 위하여 관해정이 있던 부근에 회원서원을 세웠다고 합니다.

회원서원이 들어 선 후에 이곳을 '서원골'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이날 도시탐방대에 참여했던 많은 분들이 자신들이 어렸을 때는 사람들이 다 서원골이라고 불렀다는 증언을 하시더군요. 제가 어렸을 때도 어른들이 '서원골'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도시탐방대의 이번 16차 탐방 주제는 '다종교가 공존하는 현장을 찾다' 였습니다. 아쉽게도 '임항선 그린웨이 답사' 일정과 시간이 겹쳐 전체 탐방 일정을 함께 하지는 못하였습니만, 무학산 서원골 일대에 다종교가 공존하는 현장의 일부는 확인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서원골에서 만날재 방향으로 이어지는 들머리에서는 OO교회에서 나와 등산객들에게 나눠주는 차(茶)도 한 잔 얻어 먹었으니 다종교가 공존하는 현장 체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동네 계모임이 비석이라고?
왜, 요즘 라이온스, 로타리도 비석 많이 세우잖아...


'웬 계비? 계비가 무슨 역사 유적이야?' 저도 이렇게 생각하였는데, 유장근 교수가 나눠 준 자료에도 '계비가 뭐야? 이렇게 되어있더군요.

이날 도시탐방대의 주제는 '다종교가 공존하는 현장을 찾다'였는데, 전체 일정을 모두 참가하지 않은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바로 원각사 아래 '계비'가 있는 장소였습니다.

1918년에 문을 열었다고 하는 원각사 바로 아래 너럭바위에는 모두 세 개의 계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것이 1962년에 세워진 <마산동락계원회유장>비 이고, 바로 옆에 <마산동락계>비 그리고 뒤편에 <병진친목회 기념비>가 나란히 세워져 있습니다.

<마산동락계원회유장>이라고 새겨진 비석과 <마산동락계>비는 같은 모임에서 세운 비석입니다. 전자는 1962년에 새운 비석이고 후자는 10년 후인 1972년에 세운 비석입니다.

27명의 동락계원들이 만든 1962년 비석에는 계원 명단과 함께 멋진 시가 새겨져 있습니다.

"산 높고/ 물 맑으니/ 산수일색/ 명승지라/ 동락형제/ 우리 정의/ 이 강산과 더불어/ 변치 않으리"

이렇게 새겨져 있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1972년 비석에는 유귀남 이라는 대표 명단과 함께 1962년 명단에 없는 새로운 계원들의 이름이 많이 새겨져 있고, 옛 비석과 이름이 중복되는 사람들도 몇몇이 있습니다. 1972년의 계원 명단이기 때문이겠지요.

나란히 서 있는 두 비석은 오래 된 것이 좀 더 멋스럽습니다. 비석에 새겨진 글자체, 그리고 자연석의 모양을 그대로 살린 비석의 모양, 글씨가 새겨진 부분을 파낸 모양이나 함께 새겨진 싯귀 등이 훨씬 멋스럽게 보입니다. 10년 후에 새겨진 비석에는 풍류의 느낌이 훨씬 덜 합니다.

아무튼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이다'라는 경구를 다시 한 번 떠 올리게 되더군요. 동네 계모임 역사가 기록으로 남아 이렇게 역사학자와 탐방객들의 눈에 뛰어 이젠 다시  디지털 기록으로도 남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인생 뭐 있어? 같이 즐겁게 놀자

서원골계곡에 커다란 너럭 바위가 있는 이곳이 옛날부터 사람들이 모여서 놀기에 좋은 장소였던 모양입니다. 1962년에 세운 비석에 서원골을 회유장이라고 새겨놓으니 말입니다. 원각사 아래 커다란 바위들이 있는 이곳에서 계모임을 하였던 모양입니다. 명칭부터가 유별나게 놀았던 흔적이 가득합니다.

동락계? 유장근 교수의 해석에 따르면 "인생 뭐 있어? 같이 즐겁게 놀자!!"라는 뜻이 깊이 담긴 이름이라고 합니다. 함께 세워진 다른 두 비석에 비하면 맨 처음 세워진 동락계비는 글자체, 싯귀, 그리고 비석의 새김 등에 매우 정성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겠더군요.

아울러 지금부터 50년 전, 참 어렵고 힘든 시절에 이곳에서 풍류를 즐길 수 있었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하는 궁금증도 자아내더군요. 어쨌든 동네 계모임도 기록으로 남으면 역사가 되고 유물이 된다는 것이 참 흥미롭더군요.

나란히 세워진 <마산동락계>비는 10년 뒤인 1972년에 세운 것으로 같은 계에서 세운 비석인데, 10년 전 비석과 중복되는 이름도 있고 새로운 이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산동락계의 1972년 회원 명단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뒤편에 세원진 <병진친목회기념비>는 1916년 병진생 동갑계원들이 1976년에 세운 비입니다. 태어나서 60년이 되는 해인 환갑년을 기념하여 세운 비석이었습니다. 1956년에 45명의 용띠 사나이들이 모여서 만든 계모임이라고 합니다. 



비석을 보니 라이온스, 로타리, 와이즈멘 같은 현대적 계모임이 생각나더군요. 시내 곳곳에 가면 이들 클럽에서 세운 비석들이 여러 곳에 있는데, 당시 <마산동락계>나 <병진친목회> 같은 모임이 오늘날 라이온스나 로타리 같은 모임과 비슷한 분들이 모이지 않았을까하는 추측을 해보았지요.

이 비석 뒤편에는 노래가사 끝 구절에 '한조각 푸른 돌에 사연실으니 그 이름 자손만대 길이 빛내리'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자손만대에 길이 빛나지는 못해도 30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 누군가 비석을 관심있게 보는 사람들이 있으니 돈들인 값은 하는 것 같습니다.

벚꽃이 활짝 핀 서원골은 경관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아마 지금 같은 계절, 활짝 핀 벚꽃이 바람에 날리는 때,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푸른 바다 마산만이 보이는 서원골에서 이 분들이 '계모임"을 하였겠지요.

이날 탐방 활동의 중간쯤 휴식 시간에 허정도 선생이 중학교 소풍 때, 선생님께 들었던 최치원에 얽힌 야사(?)를 아주 재미나게 들려주었습니다.

옛이야기 책에서 흔히 읽었던 내용과 흡사하기는 하였지만, 워낙 구라(?)가 뛰어나기 때문에 아마 중학시절 선생님께 들었던 이야기보다 훨씬 재미있게 들려주었던 것 같습니다. 참가자들 모두 귀를 기울이고 열심히 들었을 뿐만 아니라 길을 가던 등산객도 멈춰서서 이야기를 함께 들었으니까요.


사실, 이날 도시탐방대가 갔던 곳은 처음 가본 곳이 아닙니다. 서원골을 따라 무학산에 오른 횟수는 수십회가 넘을 것이고, <동락계비>를 비롯한 비석들이 서 있던 자리를 지나친 일도 서너 번은 더 됩니다만 역사의 흔적을 발견한 것은 이날이 처음입니다.

동네 계모임 비석도 기록으로 남기니 역사가 되고, 늘 가던 길도 역사학자와 함께 걸으니 유적지가 되더군요. 다음 도시탐방대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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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드 2011.04.12 10:23 address edit & del reply

    아. 이런 생활속의 인문학 너무 좋아요. '풍류'라고 하고 싶군요. 본문속에 저 계모임 시비 내용도 너무 훌륭합니다. :D

  2. 이윤기 2011.04.14 10:57 address edit & del reply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도시탐방대는 1년 넘게 꾸준히 계속되고 지난 연말에는 보고서도 한권 나왔답니다.

한 중 일 역사 전쟁, 대안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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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유용태, 박진우, 박태균이 쓴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 1, 2>

지난 1월에 오키나와 여행을 하면서 한, 중, 일 그리고 동아시아 국가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동아시아 세 국가의 같은 역사에 대한 다른 시각, 그리고 각 나라의 역사적 사건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한, 중, 일 그리고 베트남과 필리핀, 류큐와 동남아시아로 이어지는 동아시아의 관계를 다룬 새로운 역사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오키나와 여행 경험 때문이었지 싶습니다.

한국사(박태균), 중국사(유용태), 일본사(박진우)를 전공으로 공부한 세 사람의 역사학자가 한, 중, 일 역사분쟁을 넘어서는 새로운 역사 서술을 위하여 의기투합하였고, 5년이 넘는 기획과 집필과정을 통해 800쪽이 넘는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를 1, 2권으로 나누어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왕조의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이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 안에서 국가 및 민간사회 상호간의 의존·연관과 대립·갈등을 아울러 파악하도록 하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자유와 평등을 추구해가는 노력을 부각’시키는 역사 서술 방식을 채택하였다고 합니다.

이 책은 모두 10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임진왜란 이후 200년간의 평화시기로부터 탈냉전시대의 갈등 시대와 시민운동에 이르기까지 근, 현대 약 300년간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17세기부터 1990년 이래 냉전체제가 붕괴된 직후 시점까지를 시간적 범위로 하고 있습니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동아시아 지역사는 제 1장 ‘해금시기의 국가와 사회’를 제외하면, 제 2장부터 9장까지는 모두 근, 현대시기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제 10장에서는 ‘양극화와 시민운동’을 주제로 다루어 사회 양극화와 역내 국가 간 양극화 그리고 역내 각국에서 시민운동의 확산과 국경을 넘어선 연대에 이르는 광범위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근, 현대 300년을 관통하는 10개의 주제

이 책은 모두 10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해금시기 국가와 사회, 세계시장의 확대와 지역 질서의 변화, 국민국가를 향한 개혁, 제국주의의 침략과 반제 민족운동, 사회주의와 민중운동, 총력전의 충격과 대중동원, 냉전체제의 형성과 탈식민의 지연, 자본주의 진영의 산업화와 민주화, 사회주의 진영의 실험과 궤도수정, 탈냉전 시대의 갈등과 시민운동에 이르는 10개 주제가 시대 순으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시대별로는 해금시기, 제국주의시기, 냉전시기, 탈냉전시기로 나누어져 있으며, 아울러 각 주제에 관한 여러 나라의 이야기를 소항목 안에서 함께 읽을 수 있고, 각장의 주제를 지역, 국가, 민중의 세차원에서 함께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제 2장의 주제는 ‘세계시장의 확대와 지역질서의 변화’입니다. 이 장은 모두 세 개의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1)유라시아 무역과 동아시아, 2)불평등조약과 국가의 위기, 3)개항장의 민중과 그 주변입니다.

하나의 주제 속에 지역, 국가, 민중의 세차원이 연결되어 있지요. 뿐만 아니라 같은 시기 중국, 인도, 류우뀨우, 일본, 베트남, 조선에서 일어난 근대 조약 체제로의 변화과정 그리고 국가 시스템의 변화 과정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지역 내 각국에서 무역이 활성화 되고 개항 확대에 따른 사회 변화에 주목하였습니다.

지역, 국가, 민중을 연결하는 역사 서술

한편, 동아시아 각국의 관계사를 연구하기 위하여 중심-소중심-주변의 세 위계론을 적용하였다고 합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관계를 파악하였다는 것입니다.

“동아시아 유일 절대의 중심(중국), 그리고 그 법제를 모델로 삼아 소중화의식을 공유한 중심(조선, 일본, 베트남), 이들 중심 국가들의 제국화 과정에서 정복·통합된 ‘주변’(에조, 류우뀨우, 참파, 타이완, 내몽골, 티베트)이라는 세 위계가 그것이다” (본문 중에서)

세 위계론은 소중심의 역할과 관계 파악하기에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중심에 대해서는 주변이면서 동시에 주변에 대해서는 중심의 역할을 하는 소중심의 양면성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특히, 전근대 동아시아의 역내 위계구도 뿐만 아니라 근대시기에는 중심국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바뀐 조건에 맞추어 그리고 냉전시기에는 중심국을 미국으로 바꿔 파악함으로써 균형 있는 역사 서술이 가능하도록 하였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동아시아 각 국 역사의 비교를 넘어서서 교류와 연대, 경쟁 등의 관계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었다고 합니다. 아울러 정치,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분야를 포함시켰으며, 소수민족문제, 식민지 민족문제, 그리고 차별과 억압을 당한 여성들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그동안 시도되지 않았던 이런 독특하고 특별한 역사 서술 방식 덕분에 독자들은 동아시아 각국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으면서 변화하고 발전하였는지, 하나의 역사적 사건에 대하여 서로 어떤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었는가에 관하여 명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명, 청 왕조교체를 바라보는 조선과 일본이 다른 시각

명청 왕조교체를 바라보는 조선과 일본의 시각이 판이하게 달랐다는 것이 바로 그런 예에 속합니다. 조선과 일본은 명청 왕조교체를 바라보는 입장이 판이하게 달랐다는 것입니다. 조선의 경우 명청교체가 중화왕조에서 이적왕조로 바뀐 일대 사건이었지만, 일본의 경우 명청 왕조 교체를 반가운 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지요.

“청에 의한 명의 멸망이 조선에게는 일본의 침략에 의해 멸망 직전에 처해있던 왕조를 구해준 종주국의 멸망이었으니 그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할 만하다. 더구나 이는 청이 명을 멸망시키기에 앞서 중원 장악의 후환을 없애려고 조선을 침략하여 1637년 삼전도의 치욕을 안겨준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본문 중에서)

이런 입장의 차이는 바로 임진조일전쟁으로 비롯되었다는 것이지요. 일본의 경우 동아시아 차원의 천하평정을 노리고 조선을 침략하였다가 명나라와의 대결에서 패배하였기 때문에 반가운 일이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명청 교체는 조선, 일본, 베트남이 자국을 중화로 자처하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으며 조선의 북벌론, 일본의 류우뀨우 침공, 베트남이 주변 소국을 속국으로 간주하는 소중화주의로 발현되었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명청 교체로 촉발된 이런 변화의 과정은 조공체제에서 조약체제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계기로도 작용하였습니다. 청나라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동아시아질서는 베트남과의 국경 획정에서는 조공체제를 이어갔지만 러시아를 필두로 하는 서구열강과 조약체제를 맺으면서는 근대적 조약체제를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오키나와 평화기념 공원 한국인 희생자 위령탑


화해와 평화를 꿈꾸는 동아시아 역사

바로 이런 역사서술이 동아시아 각국 상호간의 의존·연관과 대립·갈등을 연결하여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자들은 이런 역사 인식 방법을 통해 “침략과 수탈, 협력과 상호의존의 역사를 직시하여 동아시아 역내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역사 인식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담았다고 합니다.

“자국은 피해자이고 타국은 가해자라는 이분법, 타국의 국가폭력을 비판하되 자국의 그것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 이중 기준을 직시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문 중에서)

저자들은 역사 화해는 자국 근현대사에 대한 성창에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성찰이 빠진 승리 사관은 평화를 위협하는 불행한 씨앗이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역사인식이 시작 되어야 한다는 큰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 1 - 10점
유용태.박진우.박태균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 2 - 10점
유용태.박진우.박태균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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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3
  1. 대안이라~ 2011.03.10 18:36 address edit & del reply

    이건 좀 웃기는 얘기 아닐까요?

    또한, 한중일 3국중 가장~ 세력, 국력이 약한 한국이,
    이런 식으로 제3의 시각으로 쓰여진 역사를 배워도 될른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영원토록 서로가 피해의식이나 침략찬양등으로 쓰여진 역사를 배워선 좀, 곤란하겠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제일 국력이 약한 우리가 그들과 비슷한 시각으로 모두를 봐봐야 뭐.. 우리한텐 별로, 아니 전혀 이익이 없을 거 같은데요?
    오히려 새로운 식민지로 가는 길목이나 여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네요~

  2. 또한, 2011.03.10 18:38 address edit & del reply

    보니깐, 식민지시절 일본놈들이 주구장창 주장해왔던 [대동아공영권]과 일맥상통하는 것도 같은데..
    지금도 저 쪽 경제학자(?)들이 동아시아경제권을 만들어야한다고 선전선동질을 해대던데,
    과연 그게 우리한테 어떤 이익이 될 수 있을런지...

    물론, 개인들한텐 어떤 식으로 해도 이익이 되진 않을테니, 민족적... 하다못해, 국가적 이익이라도 좀 생각해봐야할듯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에겐 별반 이익이 없을 거 같은데요?

  3. cashbank 2011.03.10 20:11 address edit & del reply

    분명 이분법적 사고는 문제가 있습니다.
    국가던...개인이던 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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