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경남도민일보를 보니 설치된지 30년이 지난 마산 어시장 지하도가 자취를 감췄다고 합니다.
기억이 분명치 않은데, 마산, 창원, 진해가 통합되기 전에 마산중부경찰서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에서 지하도 위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안건을 결의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었는데, 인근 상가 주민들의 민원이 있었고, 차량의 통행보다 보행권을 우선해야 한다는 시대적 분위기도 작용한 것 같습니다.
당시 위원회 토론 중에는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길을 건너는 동안 신호대기하는 차량들이 서성광장까지 영향을 주면 곤란하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전체적인 결론은 보행자가 길을 편하게 길을 건너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졌습니다.
워낙 중요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위원들이 모두 현장을 방문하여 지하도의 운영 실태도 살펴보고, 횡단보도의 위치를 정하는 것까지 신중하게 판단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시장 지하도 폐지, 보행권 우선하는 역사적(?) 결정
특히, 횡단보도 위치의 경우 인근 상가의 상권과도 관련이 있는 민감한 문제였기 때문에 보행자들이 횡단보도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를 최우선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심의하였습니다.
그동안 차량의 소통을 최우선하여 교통시설물을 만들어오던 관행이 바뀐 매우 중요한 사례라는 생각이들어 횡단보도가 설치된 후에도 눈여겨 봐 왔습니다.
불편한 지하도를 이용하던 사람들이 지상의 횡단보도를 이용함으로써 보행자의 동선이 훨씬 편리해졌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한편, 횡단보도 설치 여부를 심의하는 위원회가 열렸을 당시에도 '지하도를 폐쇄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당시 마산시 관계공무원들은 "횡단보도를 설치 한 후에 추이를 보면서 추진하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이번에 지하도를 아예 폐쇄해버렸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하도 계단 통로가 인근 보도의 절반을 차지하여 보행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장애물이었기 때문입니다.
횡단보도가 설치된 후에 지하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결국 지하도로 내려가는 4곳의 계단 통로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딱 맞아 떨어진 것입니다.
마산 어시장 지하도를 없앨 수 있었던 것은 인근 상가 번영회 회원들을 비롯한 시민들의 힘 입니다. 상인들과 시장이 적극적인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30년 동안 감수했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창원 롯데마트 앞 최신(?) 지하도는 뭔가?
30년 만에 폐쇄된 마산 어시장 지하도를 보면서 창원 광장 옆 롯데마트앞 지하도의 운명에 대하여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지만 멀쩡한 횡단보도를 없애는 조건으로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지하보도'가 떡하니 생겼습니다.
다행히 당초 횡단보도를 없애지는 않았지만, 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을 연결하는 지하도와 새로 생긴 지하도 때문에 위치를 옮긴 횡단보도가 함께 설치되어 있습니다.
네온싸인을 연상하게 하는 요란한 조명 시설이 되어있고, 에스컬레이트를 비롯한 보행 시설물이 만들어져 있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석유 가격'이 폭등하면 가장 먼저 사용을 중단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시설들이지요.
일부 언론과 블로그들이 위치를 옮긴 횡단보도가 창원 광장에 너무 가깝기 때문에 교통사고의 위험이 커졌다는 지적을 하고 있지만, 창원시와 롯데마트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마산 어시장 횡단보도가 30여 년 만에 보행권을 우선하는 시대 변화에 따라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사라졌습니다. 롯데마트 앞 횡단지하도는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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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불편한 지하도와 지하도 계단 통로가 사라진 어시장 지하도 사진입니다. 다음지도 로드뷰에 나와있는 2009년 사진을 캡처하여, 지금 모습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큰 사진은 지하도 통로가 있을 때의 사진이고, 작은 사진은 지하도 출입구가 없으진 후 보도가 넓으진 사진입니다.
자동차의 원할한 소통보다 보행권을 우선하는 결정을 한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자료 삼아 정리해둡니다.
